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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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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ㅡ송복련
2022년 05월 26일 15시 06분  조회:601  추천:0  작성자: 강려
송복련
 
집이 아프다. 여기저기가 들썩거린다. 밖으로 나다니는 동안 돌보지 않았더니 이제 구석구석 살펴달라고 외친다. 안방인가 싶어 열어보고 건넌방을 휘이 돌아 나와 대청마루에 서 본다. 반질거리던 마루는 어느덧 빛을 잃고 엷은 먼지 위로 고양이 발자국처럼 검은 꽃이 피었다. 딱히 어디가 탈이 난 것인지 모르겠으나 집 전체가 우는가 싶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기둥들이 등 굽은 아버지처럼 작아 보인다. 내 집이 이렇게 작았던가. 윤이 흐르는 검은 기왓장들을 거뜬히 받쳐 올려 넉넉한 품으로 감싸주었던 곳인데.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도시의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 하나가 스친다. 아파트단지의 촘촘한 건물들 사이로 철거되지 않아 섬처럼 남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집이다.
 
살구꽃이 피어 담 너머로 연분홍빛을 흘리며 마냥 향기를 뿜어내던 그 시절, 작고 보드라운 아이를 품어 안으며 우윳빛 가슴을 풀어헤쳐 보이던 곳이다. 딸랑이와 밥숟가락이 노랫소리가 되고 앳된 언어들도 여물어 갔다. 그곳은 에너지가 늘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먼 곳을 향해 늘 열려 있는 창은, 집밖으로 나간 남편과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바깥 풍경마저도 집인 줄로만 여겼다. 아이들이 머무는 교실이며 운동장과 돌아오는 길목들, 먼 곳에서 일하던 직장이며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 집이었다. 때로는 먼 우주까지 시선이 열리던 곳이다.
 
세상은 눈길이 가는 만큼 이곳으로 스며들었다. 모든 부분들은 예민한 감각으로 통통 튀어 오르고 뜨거워졌다. 계절이 묻어오고 세상의 소문들도 실려 왔다. 비오고 눈 내리는 날에는 뜨신 온돌과 구수한 밥 냄새를 찾아 식구들의 귀갓길이 빨라졌다. 언제나 이곳에서 기운을 회복했다. 여기 머무는 동안 식구들의 숨결은 골랐다. 지금은 푸르고 싱싱한 근골로 떠받들어온 세월을 추억한다.
 
몸져누웠던 날, 뼈마디들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몸집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림자를 눈치 채지 못하듯 그동안 몸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이 작은 뼈가 이루고 있는 몸집이 내 정신이 머물렀던 곳인가. 거죽으로 검은 꽃이 피어오르고 피돌기는 생기를 잃어가지만 본래의 나와 만나게 되었다.
 
집은 그동안 자신을 봐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조금씩 탈이 나기 시작한다. 이 보잘것없는 뼈대 속에서 수많은 일들을 해내느라 많이 헐거워지고 누추해졌다. 부쩍 작아진 몸집이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슬픔이 놀빛처럼 번진다. 마음도 덩달아 허약해지나 보다.
 
낡아가는 집을 어루만져 조금씩 손보며 더 깊이 사랑할 때다. 허물어지는 속도와 함께 손때 묻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은 더욱 깊어지리라. 함부로 써버린 것들을 다독 다독거릴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대구문학])
 
작법공부
 
세상 만물이 다 그렇듯 문학도 외형적인 면과 내용적인 면이 있다. 문학을 외형, 즉 그 형식과 방법문제를 놓고 볼 때 문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하게 된다. 첫째는 창작문학이고, 두 번째는 일반산문문학이다. 이를 ‘문학적 이야기 만들기’라는 용어로 풀어 말하면, 창작문학이란 창조적으로 꾸며서 만들어낸 문학적 이야기라는 뜻이 되고, 일반산문문학이란 사실의 어떤 문제나 주제에 관하여 토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한 문학적 이야기라는 뜻이 된다.
 
문학을 그 내용상의 문제로 볼 때도 역시 크게 두 가지 문학을 말하게 된다. 첫째는 서정문학이고 두 번째는 서사문학이다. 서정문학의 대표적인 양식이 시문학이고, 서사문학의 대표적인 양식이 소설문학이라는 것은 일반인도 잘 아는 일이다. 즉 내용으로 본 ‘문학적 이야기’의 대표적인 양식은 시와 소설이라는 뜻이다.
 
창작문예수필은 서정문학과 서사문학을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의 문학이다.
문학이론은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이다. 누가 ‘창작문예수필은 서정문학과 서사문학을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의 문학’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가? 아무도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권력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이 없다. 창작문예수필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학자나 평론가가 아니고 창작문예수필 작품 그 자체다. 문학학자나 평론가는 작품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해석하는 일을 할 뿐이다.
 
창작문예수필이 서정양식의 문학이라는 말은 ‘창작문예수필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문학’이라는 뜻이다. 이 말 역시 필자가 창안하여 작가들 보고 그런 작품을 써 보라고 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작가들이 써 놓은 작품을 보고 그렇게 해석하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적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양식의 실제 작품은 어떤 것인가? 그 대답을 ‘송복련이다’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수필이라는 잡문쓰기 시대에 평론가로 행세하게 된 나의 외롭고 고달픈 문학 인생에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가.
 
송복련의 문학은 한 편 한 편이 시작품이다. 그런데 운문양식의 시가 아닌 산문양식의 시이다. 이것이 창작문예수필이라는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문학’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시로 읽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아직 문학 작품을 정상적으로 감상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 독자는 시작품과 소설 작품 등 창작문학 작품을 좀 더 많이 읽은 후에 창작문예수필 작품을 읽기를 권한다. 문학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문학을 문학으로 감상 할 수 있는 독자가 많을수록 그 나라 문학은 발전하게 된다. 수필이 왜 이 지경으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잡문쓰기가 되었는가? 찰스 램 시대 때부터 <창작적>으로 써 온 수필작품을 발견하여 문학작품으로 감상 할 능력을 갖춘 독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서두문장 ‘집이 아프다.’는 시어다. 시어가 아니라면 ‘집이 아프다.’는 샛빨간 거짓말이 된다.
‘집은 그동안 자신을 봐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도 시어다. 그런데 운문의 시 작품에 나오는 시어가 아닌 산문문장의 시어인 것이다. 이것이 ‘산문의 시문학’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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