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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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모노세끼에서 부산항까지 (김문학)
2010년 10월 05일 13시 35분  조회:7060  추천:31  작성자: 김문학

근대 재발견 100년전 한중일(21)

시모노세끼에서  부산항까지


김문학



시모노세끼(下關)는 한중일 근대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地名이다.

1895년 청일갑오전쟁으로 인한 청일“마관조약”이 맺어진 곳이 바로 마관이라 불리기도 했던 시모노세끼의 춘범루(春帆樓)였다. 청나라가 이로하여 대만과 팽호열도를 일본에 할양하고 은 2억냥 배상 및 중경, 소주, 항주를 개방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당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모노세끼항은 식민지 조선과 종주국 일본의 네트워크의 스타트지점으로서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통감부가 설치되던 1905년 9월, 시모노세끼와 부산항을 연결하는 관부연락선이 출항하여 식민지시대 수백만을 넘는 일본인과 조선인이 이 항구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그때 관부연락선으로 처음으로 일본땅을 밟는 조선인들은 시모노세끼가 “이놈의 새끼”로 들렸다고 한다. 지금도 시모노세끼에 살고있는 조선동포들은 식민지시대 선조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군 한다.

일본 본토 혼슈(本州) 육지와 일본 최대의 섬으로 구성된 큐슈(九州=후쿠오카 지역)사이의 좁은 협곡으로 센 물살이 흐른다. 시모노세끼는 바로 이 간몬(關門)해협에 자리잡고있다. 그 물살이 닿는 북쪽은 대마도, 제주도로 이어진다.

  제주도에서는 근세까지만 해도 일본어가 통용됐다는 역사기술이 나온다. 조선어통역으로서 대마번수하에서 있던 마츠하라(松原新右衛門)의 1723년 조선체류경험담에는 “조선에는 사탕이 없다. 조선에는 지나(중국)의 년호를 사용하고 있다. 조선에서는 아이들이 까불면 ‘왜놈이 온다’고 말하며 혼내준다” 등 대목이 나온다. 토요토미의 조선침략전쟁때 겪은 그 공포가 여전히 많이 잔재해있는 사실을 립증해주고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주민들이 대체로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어노래를 부르고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로 미루어보아 역사상 일본과 조선의 인적왕래가 잦았으며 상호간의 밀접한 영향관계를 추찰할수 있다. 물론 그때는 영해(領海)라는 관념이 형성되지 못했으며 섬의 지배권도 근대적의미의 영토로서 확립되지 못한 부분들도 많았던것이다.       

시모노세끼가 속한 아먀구치(山口)지역은 옛적부터 쵸슈(長州)로 불렸으며 조선반도와의 인연이 깊었다.

  청일전쟁직후 일본의 전권공사로 조선에 주재한, 그 민비암살사건의 지휘자로 소문난 미우라고로(三浦梧樓)가 바로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晉作)의 “기병대” 출신, 야마구치사람이다.

  초대 한국통감 이토히로부미는 물론, 제2대 통감 소네아라스케(曾彌荒助), 한일합방후 초대 조선통독 테라우치(寺內正毅), 근대 일본군대의 창시자의 한사람이며 이토의 후임으로 총리대신을 지냈던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역시 쵸슈 출신이다.

  그리고 전후 한일관계정상화에 큰 관심을 보인 총리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사토에이사쿠(佐藤榮作) 형제도 쵸슈출신으로서 유명하며 한국계 일본인이기도 하다.

  근, 현대 일본의 총리대신이 무려 8명이나 이 쵸슈, (야마구치)지역에서 탄생된것은 이 지역인의 지도자적인 자질이 있었던것과 어딘가 조선인적인 성격이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한국을 정벌, 정복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은 거의 쵸슈출신의 정치가, 군인들이다. 사이고(西鄕)의 정한론의 원조는 기실 쵸슈의 기도(木護充允)이며 한국병합에 노력을 기울였던 이노우에 가오로(井上馨), 미우라고로, 가츠라 다로오(桂太郞), 테라우치, 고다마 겐타로(兒玉源太郞),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등 기나긴 조선정복자의 계보가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중요한 인물을 빼놓을수 없다. 바로 시모노세끼에 자주 나타났던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다. 료마는 “메이지유신 일등공신”으로서 오늘날까지 일본인에게 절대적 일위의 인기를 확보하고있는 근대 인물이다.

  쵸슈사람은 지략에 뛰여나 여우에 비유되고 사츠마사람은 전략에 능하여 너구리로, 도사사람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개에 비유된다. 료마는 바로 도사출신으로 쵸슈와 사츠마를 련결시킨 인물로서 여우와 너구리의 모든 장점을 겸비한 뛰여난 재사였다.

  “일본의 100년을 바꿔놓은 영웅”이라고 국민적소설가 시바료타로에게 칭송된 료마는 1866년 사츠마와 쵸슈의 련맹 즉 사쵸동맹을 달성하여 1868년의 메이지유신의 기반을 마련한다.

  메이지유신에 성공한 일본이 성급한 근대화를 이루고 마침내 예전부터 노려온 “정한론”을 보호국의 이름으로, 조선반도를 갑오청일전쟁을 통해 수중에 장악하게 된다.

  한국초대 통감 이토히로부미가 조선에 남다른 감정을 품고 조선을 자신이 일본에서 성공시킨 근대화국가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야망의 상대로 삼은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한론”의 고향이 동경도, 요코하마도 아니고 바로 일본 서부의 조선을 바라보는 바다가의 쵸슈, 큐슈였다는 점은 결코 홀시할수 없는 사연이다.

  시모노세끼에서 출항하여 부산에 이른 일본의 식민지지배가 다시 부산과 시모노세끼를 관부련락선으로 끊임없이 연결됐던 네트워크.

  세계 근대의 전쟁, 식민지 침략정복의 계보는 흔히 바다의 항구에서 시작된다. 시모노세끼항에서 부산항까지, 그리고 조선 8도를 누비던 일본제국의 야망은 마침내 대련항에 그 발톱을 뻗친다. 대련항은 그뒤 명실공히 일본제국지배의 만주(滿州)식민지의 열린 창구구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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