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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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없이 못 사는 한국인
2013년 02월 18일 09시 00분  조회:5861  추천:3  작성자: 김정룡

커피 없이 못 사는 한국인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 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속을 태우는 구려

8분이 지나고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내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속을 태우는 구려

 

오~그대여 왜 안 오시나

아~내사랑아 오~기다려요~~

오~기다려요~~ 오~기다려요~~~

 

1968년 발표된 김추자의 노래이다.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줄곧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설을 해보자. 당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를 ‘차 한잔을 시켜놓고’로 바꿔 불렀다면 어떠했을까? 나는 자신 있게 말하노라. “인기는 고사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왜일까?

차는 한반도에서 1300년 역사가 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차문화가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한반도사람들은 냉수를 즐겨 마시기에 뜨거운 찻물은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고 차를 마시려면 번거로워 복잡한 과정을 시끄럽게 여기는 한반도사람들은 다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커피는 한반도에서 역사가 극히 짧기 때문에 신생사물(新生事物)에 반하는 민중 심리가 있을뿐더러 차는 동양의 고유문화인데 비해 커피는 한국인이 동경하는 서양(실제로 미국)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커피가 전파되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896년 고종황제가 처음으로 러시아공관에서 마셔보았다는 주장이 있고, 그 이전에 중국을 통해 이미 커피가 조선에 있었다는 유길준의 말도 전해오고 있다. 매체 보도 자료에 의하면 최초의 커피로 1923년 명동의 후타미(二見) 다방을 꼽지만, 실제 구한(舊韓)말의 역사 자료에는 1913년 남대문역에서 문을 연 ‘남대문역 다방’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커피가 시중에 나왔다는 증거이고 최초의 커피전파가 다방을 통해서였다는 증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극소수의 ‘귀족’들만 커피를 접할 수 있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커피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서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 시기 한국인은 미군한테 두 가지를 몹시 부러워했는데 쵸콜렛과 커피였다. “우린 언제 쵸콜렛을 맘대로 먹을 수 있고 커피를 맘대로 마실 수 있을까?”가 꿈이었다.

한편 커피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고급스런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화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가 민중의 꿈을 담은 노래로서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한국인의 ‘커피꿈’이 산업화 후기인 1980년대부터 실현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는 커피가 거의 대중화 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부터 커피 없이는 못 사는 나라로 되어버렸다.

현재 한국엔 2000개 업소의 커피숍이 있고 직장마다 커피가 유행이고 거리마다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인은 매일 평균 3~6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한국인이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는 선진문화에 대한 동경을 현실화시키는 욕망이 강한 것도 있고 또 한국인은 ‘멋’을 추구하는 민족으로서 세계적으로 유행을 가장 잘 타는 특징 때문인 것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커피에 열광하다 보니 다방이 찬밥신세로 되어버렸다. 최초 커피가 다방에서 판매되었으나 현재 한국 다방은 고급차를 맛보기 위한 장소나 커피의 향수를 즐기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동네 못 사는 아저씨들이 혹은 중년 최하층 블루칼라들이 마담과 시중드는 아가씨들과 걸쭉한 농담이나 하는 장소로 전락되었다. 때론 아가씨를 사는 티켓다방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동네 사무실 아저씨들이 커피 배달하는 아가씨들의 젊고 야들야들한 손을 만져보고 야한 엉덩이나 건드려보기 위해 커피를 주문받는 다방도 많다. 다방이라 하면 퇴폐업소가 떠오르고 있다. 물론 한국 다방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차는 촌스럽고 커피가 세련되고 ‘멋’져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차 한잔 시켜놓고 연인을 기다리면 촌스러워 보인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연인을 기다려야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인다. ‘멋진’ 인간이다. 차 한잔 시켜놓으면 마치 연인이 도망가고 커피 한잔 시켜놓아야 연애가 잘 되는 것처럼. 이것이 현재 한국인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직장에서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면 촌스럽고 키피를 손에 들고 있어야 ‘멋’져 보인다. 그래서 점심 후 커피 한잔이 기본생활규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더욱 그렇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연인과 몇 시간 동안 연애했다는 이야기, 커피 한잔 시켜놓고 5시간 동안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는 이야기, 커피 한잔 시켜놓고 숙제를 할 겸 인터넷게임을 수 시간 동안 했다는 이야기, 네이버에 커피 한잔을 클릭하면 벼라 별 이야기가 다 뜬다. 유럽 커피숍 같았으면 진즉에 쫓겨 날 고객들이다. 그건 그렇고 커피는 보통 2~3분이 지나면 식어 ‘맛’이 간다. 아이스커피도 몇 분 지나면 ‘맛’이 간다. 그런데도 몇 시간 동안을 어떻게? 이러한 이야기들은 한국인이 커피의 ‘맛’을 즐기거나 커피를 마시는 묘미를 즐기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커피 한잔의 ‘멋’을 지나치게 추구하는데서 빚어지는 결과라 볼 수 있다.

요즘 언론매체에서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차는 커피보다 건강에 여러모로 이롭다. 중국인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도 비만이 적고 고혈압이 적은 이유가 바로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이런 도리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음식이 20년 전보다 엄청 담백해졌다. 간혹 한국인집에 초대받으면 싱거워 먹지 못할 지경이다. 음식이 싱거워야 건강에 이롭다는 논리이고 실천이다. 음식은 이렇게 바꾼다. 그렇지만 차는 촌스럽기 때문에 마시려 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 마시고 커피는 ‘멋’이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버릇을 버리기 어려운 것이 현주소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2년간 방문교수로 있던 중국인 학자가 한국인이 커피를 잘 마시는 현상을 ‘소국의식’이라 꼬집은 글을 읽었다. 물론 그 분의 시각에 의해 그런 식으로도 풀이할 수 있겠으나 나는 한국인이 커피를 잘 마시는 현상은 선진문화에 대한 동경 심리에 의해 생겨난 유행이고 ‘멋’을 지나치게 추구하는데서 빚어진 결과라고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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