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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국 언론이 재한조선족사회 망쳐놓는다
2017년 08월 31일 09시 06분  조회:4239  추천:3  작성자: 김정룡
일부 한국 언론이 재한조선족사회 망쳐놓는다 
최근 가리봉을 또 범죄소굴로 비화  

김정룡

 
 
2006년 4월경 남구로역 부근에서 조선족이 한국인을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며칠 후 방송3사 중 00방송 기자가 이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필자를 찾아와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필자는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이렇다. 기자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인데 내용이 “조선족들이 절대다수가 칼 차고 다니니 내국인들이 조선족을 만나면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심을 바짝 차리라.”는 것이었다. 재한조선족들이 마치 보편적으로 살인자나 되는 것처럼 사실이 아닌 허위를 과장하여 보도하려는 것이었다. 
 
2007년 4월 중국에서 범죄에 연루되었고 한국에 와서도 범죄를 저지른 조선족 00가 가리봉에서 검거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한국 언론들이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 뻥튀기처럼 부풀려 대서특필에 나섰다. 보도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조선족 폭력조직은 중국 북동부의 동북3성의 흑사파 조직원들이 국내에 들어와 결성했다. 경찰은 현재 16개 조직 2000여명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00여명은 조직당 80~100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현재 불법체류자만 50만명 중 조선족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돼 조직원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족들은 1998년부터 방문취업비자로 대거 입국, 공단 밀집지역인 ‘가리봉동’에 정착했다. 흑사파 조직원들도 속속 들어오면서 중국 지명을 딴 조직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가리봉동을 장악하는 과정을 전설처럼 ‘가리봉 잔혹사’라고 한다. 이들은 중국 본토 흑사회처럼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가리봉동 일대를 휩쓸었다. 팔 절단 250만원, 다리 절단 500만원, 청부살인 1000만원 등이다. 또한 이들은 국내 조폭들과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숙한 조선족 출신들로 구성된 연변흑사파는 오래전부터 서울 등지에서 활동 무대가 겹치는 국내 조폭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위 기사내용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한국기자들이 ‘흑사회’란 의미를 모르고 연변흑사파란 호칭을 지어냈는데 이는 무지의 결과이다. 중국에서 한국사회가 말하는 깡패와 건달 및 양아치, 쉽게 말하자면 백도(白道:정도)를 걷지 않고 흑도(黑道)에 의해 살아가는 인간들을 총칭하여 ‘흑사회’라고 표현한다. 중국에는 흑사파란 폭력조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이 흑사파가 마치 중국 내 있었던 하나의 폭력조직이나 되는 것처럼, 또 이런 맥락에서 자기네 맘대로 존재도 하지 않는 ‘연변흑사파’란 호칭을 지어 내어 한국사회에 퍼뜨려 왔던 것이다. 
 
둘째 2007년 당시 연변에서 온 폭력조직원이 2천명이라는 보도는 한심한 뻥튀기이다. 
 
셋째 2007년 당시 한국에 불법체류 조선족 50만에 이른다는 것은 역시 뻥튀기이다. 기껏해야 3만에서 5만을 초과하지 않았다. 
 
넷째 방문취업비자는 2007년 3월 4일부터 실시했는데 1998년부터 실시했다니 몰라도 너무 모르는 기자가 허튼 기사를 지어낸 것이다.
 
다섯째 연변흑사파들이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가리봉을 휩쓴다고 했는데 필자가 가리봉에 만11년 넘게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거니와 가리봉 상인들에게 “돈을 뜯긴 적이 있느냐?” 진짜 방탄복을 입고 영업하느냐?“ 물은 결과 당사자들은 모두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얘기를 한다는 반응이었다. 
 
여섯째 사람 사는 세상에 청부살인이 존재하듯 재한조선족사회에도 청부살인 사례가 있다. 하지만 가리봉에 이런 청부살인자들이 득실거리는 것처럼 과장하여 퍼뜨리는 것은 사회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자의 도덕성을 벗어나는 행위이다.
 
영화 <신세계> <황해>를 비롯해 재한조선족사회를 범죄의 소굴처럼 포장하더니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KBS까지 나서 조선족을 비하하는 <황해>라는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1년 내내 방송했다. 결과는 한국인의 인상속의 조선족은 마치 보편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처럼 비쳐지는 악효과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조선족살인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언론들이 앞장서 ‘엽기적인 살인’ ‘인육매매’ ‘장기매매’를 들먹이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였다. 허위도 자주 말하고 많이 말하면 사실처럼 각인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인상속의 조선족은 마치 범죄 무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낙인 찍혀 있다. 
 
가리봉은 조선족밀집지역 1번지로서 서울시와 구로구청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환경도 좋아지고 범죄도 사라지고 있어 주민들이 살만한 곳이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말 00주간지 00기자가 10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위 내용을 ‘우라까이(해당 기자의 표현)’ 해서 새로운 기사랍시고 발표했다. 가리봉주민들이 난리 났다 기사 작성자가 가리봉에 와서 주민들에게 사과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날 그 기자는 “반발 신고가 있어 금세 기사를 내려 본 사람이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하였으나 포털사이트에 아직도 떠돌고 있어 악영향이 아직도 크게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설혜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2014년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기고문에서 이 두 영화와 언론 기사를 두루 언급하며 “미디어가 연변과 조선족(중국 동포)의 이미지를 갈수록 부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언론들이 제발 사실이 아닌 허위기사, 혹은 작은 사실을 부풀려 크게 만드는 기사를 발표하여 재한조선족 이미지에 먹칠하는 행위를 멈추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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