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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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조선족 경어에 대하여
2007년 10월 21일 10시 37분  조회:5981  추천:87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3부  조선족의 언어변화실태에 대하여     

1. 어설픈 조선족 경어에 대하여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조선족은 독특한 언어문화를 형성해오면서 본래 조상들이 쓰던 경어를 많이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 문이 열리면서 상호 내왕이 빈번해짐에 따라 경어가 회복되어가는 추세인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 회복단계에 처해 있는 조선족 경어는 매우 어설프고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언어표현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먼저 조선족사회가 경어를 상실하게 된 이유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19세기 60년대부터 만주 땅에 이주해간 조선족 1세들은 조선시대에 자연재해와 조정의 부패 때문에 파산된 농민 출신이였다. 그러므로 지식수양이 매우 결핍한 그들은 후대들에게 체계적이고도 예의적인 경어 교육을 전수해 줄 수가 없었다. 일제 시대에 훌륭한 지식인들이 만주 땅에 많이 갔었으나 그들은 해방을 맞아 절대다수가 한반도로 돌아갔고 남은 사람들은 피땀으로 개간한 땅이 아쉬워 떠나지 못했던 농민출신이여서 역시 경어를 후대들에게 정확히 가르칠 수준을 갖지 못했다.

 둘째 조선족 1세들은 타향에서 정착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식을 귀워여 하였을 뿐 ‘회초리’로 엄하게 다스리지 않았고, 따라서 조상들이 사용해왔던 경어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셋째 특히 연변조선족은 함경도 출신이 대다수인데 함경도언어는 사투리가 심하고 경어가 취약하다. 

 넷째 경어체계가 없는 한족들과 어울려 살면서 점차 언어체계도 동화되어 조선족은 자체의 경어를 상실하게 되었다. 

 다섯째 10년 동란이라 일컬어지는 문화혁명을 겪은 조선족은 가뜩이나 취약했던 경어가 완전히 박산나고 말았다. 당시 제자가 스승을 타도하고 자식이 부모를 적으로 대하고 형제간에도 등을 돌리는 등 전통예의는 설자리를 완전히 잃게 되었고 따라서 경어는 씨베리아 한파를 맞아 시들어 버렸다.

 이상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경어를 상실했던 조선족은 한국인과의 상호 왕래를 통해 경어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경어가 한국말이라는 착각을 갖고 한국말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조선족의 경어표현이 서툴고 심지어 코미디 같은 언어표달이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현재 조선족들의 잘못된 경어표달에 관해 아래와 같은 몇가지로 정리할수 있다. 

 첫째 ‘씨(氏)’의 개념을 모르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 

 씨는 상대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경어다. 예를 들어 성에다 씨를 붙여 ‘김씨’ ‘이씨’ ‘최씨’라 할 때, 이는 상대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경어이다. 허나 조선족들은 흔히 상대가 “성이 뭐냐?”고 물으면 “저의 성은 ‘정씨’, ‘유씨’”라고 대답하는데 이는 실례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나의 성을 말할 경우 성에다 씨를 붙인다면 자신절로 자신을 높이는 꼴이 되기 때문에 마땅히 “저의 성은 ‘김갗, ‘임갗”라고 대답해야한다.
 그리고 이름 뒤에 씨를 붙일 경우도 마찬가지로 상대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경어이다. 때문에 상대에게는 이름 뒤에 씨를 붙일 수 있으나 자신을 상대에게 소개할 경우 절대 자기 이름 뒤에 씨를 붙여서는 안된다. 허나 조선족들은 전화할 때와 타인 앞에서 자기 소개할 경우 “저는 신옥화 씨예요.”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실례되는 말이다. 또 타인 앞에서 “저는 신옥화 씨 언니예요.”라는 표현도 실례되는 말이다. 

 둘째 ‘분’의 개념을 모르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 

 “여보세요, 저는 한국분인데요.” “한국분이 아니라 조선족이구만.” “어머, 어떻게 아세요?” “한국사람은 저절로 00분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분’도 ‘씨’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사용하여 존경을 나타내는 경어이다. 허나 조선족들은 흔히 “제가 방금 전화했던 분이예요.”, “이분이 나의 동생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언어표현이다. 

 셋째 ‘나’와 ‘저’의 구분 

 조선족사회는 ‘저희’라는 말이 이미 사라진지가 오래되었다. 아무리 상대가 교수이든 할아버지벌이든 전부 ‘나’ ‘내’라는 말을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10여 년래 ‘저’ ‘저희’라는 말이 살아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매우 서툴다. 낯선 사람이거나 윗사람 앞에서는 ‘나’를 쓰지 말고 ‘저’ ‘저희’라는 표현을 사용해야한다. 

 넷째 ‘님’의 표현이 익숙치 않다 

 조선족사회는 본래 선생을 제외한 나머지의 경우 ‘님’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들어 ‘님’이란 말도 다른 경어와 마찬가지로 살아나고 있으나 역시 매우 익숙치 않아 ‘님’을 사용하면 마치 상대를 아부하기 위한 표현으로 간주하여 웬만해서는 사용하기를 꺼린다. 

 다섯째 ‘하시다’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여보세요, 제가 지금 신문사에 찾아가시려고 하는데,” 이는 분명히 틀린 말이다. 지난 겨울 필자는 연길아리랑방송을 청취하면서 아나운서마저‘하시다’라는 경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 아나운서가 청취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하는 말이 “우리도 크게 감동을 받으셨습니다.” 또 기자가 노래클럽을 취재할 시 “이 클럽에 다니신지가 얼마되었습니까?”라고 물으니 “예, 제가 다니신지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였다. 또한 필자가 중국동포타운센타에서 동포들로부터 “내 아침에 가셨던 분임다.” 와 비슷한 표현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하시다’는 상대를 높이기 위한 경어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여섯째 ‘요’를 붙이면 한국말이 된다는 착각 

 10년 전에 연변의 코미디 배우 오선옥이 “한국말은 뒤에다 ‘요’만 붙히면 한국말이 된다는 내용의 소품을 연기한 적이 있다. 이는 조선족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이런 소품도 나오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는 분명히 틀린 인식이다. 한국어의 표준경어는 우리 조선족언어와 마찬가지로 역시 ‘습니다’ ‘습니까?’이며 ‘요’는 상투적인 일반언어일 뿐이다. 대다수 동포들이 한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말 끝에다 ‘요’만을 쓰고 표준경어를 사용하지 않아 상대로 하여금 반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경어는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왔던 것이지 결코 경어는 곧 한국어라는 인식을 버려야하며, 경어란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생겨난 언어체계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행위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경어는 예의민족의 필수적인 언어체계이기 때문에 경어를 잘 사용하면 사회생활이 원활해지지만 잘못 사용하면 웃음꺼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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