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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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왜 여자만 뛸까?
2008년 06월 02일 13시 06분  조회:6779  추천:58  작성자: 김정룡

그네는 왜 여자만 뛸까?

 

 

 그네는 고대 아세아지역에서 널리 전파된 오락놀이였으나 우리민족처럼 단오 날에 남자들의 씨름놀이와 함께 활기찬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되어왔던 사례는 없다.

 그네는 본래 여성들만의 오락놀이가 아니라 남자들도 뛰었다. 한반도 그네뛰기 풍속에 대해 <<송사(宋史)>>에는 “단오유추천(端午有鞦韆)”이라 하였고, 한반도 문헌에 최초로 보이기는 <<고려사>> <최충헌전(崔忠獻傳)>에 단오추천에 문무4품 이상이 모여 사흘 동안 하였다 하였고, <<최이전(崔怡傳)>>에는 천 수백 명이 모여 기악백희(伎樂百戱)를 하였는데 그네도 뛴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양반층에서는 그네뛰기가 천한 놀이로 간주하고 금지했으나 민간에서는 단오 날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그네를 즐겼으며, 그네는 여자들만의 놀이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네뛰기가 여성들의 전용놀이로 자리매김 된 데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첫째 비상의 욕망

 인류는 동물보다 원초적인 본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물을 닮으려고 애써왔다. 그 중에 인간이 새처럼 날고 싶어 하는 환상과 욕망이 강열했다. 새는 부권제시대가 확고해짐에 따라 남성신의 성격을 띄게 되었으나 본래는 여성신이었다. 즉 조신은 본래 여성신이었다.

 조류의 특징은 날음이다. 인간이 새처럼 날고 싶어 하는 환상과 욕망을 실현하는 데는 같은 성격을 지닌 여성이 적격자다.

 둘째 치맛바람 원리

 조류의 날음은 바람과 연관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조류가 바람을 일으키고 또 조류가 날을 수 있는 것은 바람을 마스터한 때문이라 믿었다. 여성은 치마를 입는다. 치마는 바람을 일으킨다. 고대인들은 여성이 창공을 날을 수 있는 것은 치맛바람의 덕분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민간에서는 그네뛰기를 구경하는 남자들이 여자들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하늘높이 날을 때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전설이 있다.

 현대인들은 여성의 치맛바람을 많은 남성을 정복하는 일종 ‘부정행위’로 간주하지만, 본래 여성의 치맛바람은 새처럼 비상하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가 음양사상이 심화됨에 따라 여성의 치맛바람은 천신을 ‘유혹’하는 일종 무기로 간주되어왔다. 무당이 치마를 펄럭이며 굿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영신의식(迎神儀式)

 단오 날에 여자들이 그네를 뛰는 것은 양신을 맞이하는 하나의 종교적 의식이다.

 단오 날부터 양이 왕성해지는 바, 일조량이 많아져 곡식이 무럭무럭 자란다. 그런데 인간이 그 어떤 종교적 의례로서 양신을 맞이하지 않으면, 곧 양신은 노여워서 심술을 부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양신을 맞이하는 여러 가지 종교적 의식을 거행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그네뛰기가 포함된다.

 양신은 천신이자 남성성을 지니고 있다. 남성성을 지닌 양신을 맞이하려면 여성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여성이 선 자리에서 치마를 펄럭이거나 가랑이를 번쩍번쩍 쳐드는 춤을 추는 등 굿으로만은 양신을 모시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여자가 직접 하늘에 올라가 양신을 모시고 지상에 내려오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 그 의식이 곧 여자들이 그네를 뛰는 것이다. 하늘공중에 방울을 달아매놓고 여자가 발로 차게끔 하는 것은 천신과 교접했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우리민족이 그네뛰기가 줄곧 흥행해왔던 것은 한복의 매력이 크게 한몫을 했을 것이다. 한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아울러 고운 한복을 입고 하늘공중을 나는 여인은 흡사 선녀와 같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그 어느 민족에 비해 신선사상이 강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자들의 그네뛰기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다.

 단오 날에 여성들이 그네뛰기를 하는 외에 또 널뛰기도 한다. 그네뛰기는 밧줄을 이용하여 수십 미터 높이를 날을 수 있으나 널뛰기는 나무의 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십 여 미터를 초과하지 못한다. 널뛰기의 높이는 비록 그네뛰기 높이에 못 미치나 여성들이 공중에서 다양한 동작을 펼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네뛰기는 하늘공중에 매달아놓은 방울을 차는 것이 묘기이지만, 널뛰기는 가랑이를 가위처럼 벌렸다 모았다 한다든가, 두 다리를 앞뒤로 벌렸다 모았다 한다든가, 손에 훌라호프를 쥐고 두 다리를 넣었다 뺐다하는 등 그 동작이 매우 다채롭다.

 널뛰기도 그네뛰기처럼 첫째는 비상의 실현이요, 둘째는 치맛바람의 원리이요, 셋째는 양신을 영접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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