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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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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향기 날려올때
2019년 11월 21일 21시 31분  조회:501  추천:0  작성자: 류재순
감 향기 풍기는 날
류 재 순
 
컴퓨터 앞에서 한창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있는 중인데 사무국의 최미영씨의 전화가 들어왔다. 오늘 협회사무국 송연옥씨의 집으로 가서 “마당쓸기” 체험하려 가려는데 같이 동참 해주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무국이라면 김재연, 최미영, 송연옥 세사람이다.
며칠 전 송연옥씨의 수필 “마당쓸기”가 큰 공감을 일으켰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지만 몸이 좋지 못하여 푸른 숲이 우거진 공기 좋은 곳에 한적하게 생활하면서 이 가을 감나무 낙엽 쓸기에서의 인생회감을 쓴 따뜻한 글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한번쯤 가서 연옥씨의 건강현황과 생활환경을 알고 싶어 하던 터였다. 특히는 연옥씨가 자기 글의 팬들에게 “감나무 집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마당에서 바비큐 하시고 싶은 분들 연락 주세요”하고 마중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 터였다.
 
우리는 김재연씨의 승용차를 타고 숲이 우거진 대곡동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조금은 연륜이 있어 보이는 2층 빌라의 1층에 자리잡은 남향집이었다. 작은 언덕바지들과 푸른 숲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기분좋은 자연 경계, 그 숲속에서 빠끔빠끔 홍조띤 단풍잎들의 사이사이에서 보내오는 눈인사, 나뭇가지사이로 쫙 날개를 편 파아란 가을 하늘, 그 창공에 걸려 여름날의 공격적인 정열보다는 눈부시면서도 은근한 따사로움으로 온몸의 세포를 열어주는 가을 태양의 친화력이 가슴을 안아준다. 그리고 멀리보이는 텃밭들, 장마철이면 제법 큰물이 흐를 것 같은 내천 계곡위에 놓인 그리 세련되지 못한 겁먹을 만한 다리…서울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몸과 마음이 힐링 받기에는 충분히 좋았다.
마당엔 정말 커다란 감나무 세 그루가 서 있었는데 한쪽으로 수북히 쓸어 넘긴 낙엽들과 푹 물러 꼭지에서 떨어진 홍시가 가끔은 땅에 얼룩을 놓고 있었다. 연옥씨가 수필에서 하루에 적어도 둬 번씩 마당 쓸기를 해야 한다던 말이 상기되어 미소가 떠올랐다.
 
도착한 때가 정오를 넘긴지라 우리는 분주히 바비큐 점심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연옥씨가 우리를 데리고 텃밭으로 갔다. 싱싱한 풋채들이 넓은 잎을 휘적거리며 벙긋벙긋 웃고 있었다. 배추, 열무, 쑥갓, 고추등을 푸짐히 바구니에 담아왔다. 부지런한 재연씨는 눈치껏 재빨리 야채들 씻기에 바쁘다. 가져온 삼겹살, 오징어 버섯 북어 방울토마토 등을 펼쳐 놓으니 야, 그야말로 푸짐한 한상이 되었다. 나는 아직은 속이 앉지 않은 그렇게 큰 생배추도 생으로 먹는것에 놀랐고 그 맛 또한 그처럼 별미인지 처음 알았다. 마트에서 사온 배추에는 절대 이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 싱싱함과 푸른빛이 너무 좋아 나와 재연이는 배추잎을 볼에 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벽에 걸린 스피카에서는 벌써 기분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며 우리의 가을 가슴을 다독여 준다!
밥상위에는 든든한 파라숄이 3개나 세워져 있었다. 연옥씨의 말이 가을의 이 파라숄은 물러떨어지는 홍시를 막아주기 위한 것이란다. 그래서 우리도 일제히 머리를 들어 위를 보니 이미 많은 잎새와 열매를 땅에 떨어뜨려 크다란 감나무는 조금은 휑등그레 해 보여도 무르익어 곧 떨어지려는 홍시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가만 놔두면 다 떨어지고 말테니 우리보고 많이 따가라고 연옥씨는 거듭 부탁하였다.
성격이 활달하고 몸가짐이 경쾌하며 행동이 날렵한 미영씨가 밥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연옥씨가 찾아준 ,그물망이 달린 긴 창대를 들고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높이 달린 감들을 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서투러 창대 끝이 열매에 닿기만 하면 감이 제 먼저 땅에 떨어져 터졌다. 그러나 머리 좋은 미영이는 어느결에 그 비결을 터득하고 하나 둘, 그다음엔 세개식 그물망에 낙차없이 따 넣고 있었다. 우리는 박수를 쳤고 나는 그물망의 감을 밥상위에 꺼내놓느라 바빴다.
“이젠 그만해요 좀 덜 익은건 남겨 두세요” 정신없이 따내는 미영을 보고 내가 말했다.
“아유, 다 따 가요. 금시 다 익어 떨어져요. 우린 시골 시댁에 가면 또 많아요”
부자 집 맞 며느리 같이 푸근함을 주는 연옥씨의 말이다.
나는 상에 수북히 쌓여진 홍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경기도 이천에 사시다 두만강을 건너 추운 동북땅에 정착하시고 눈을 감을 때 까지 고향의 홍시, 연시, 곷감을 외우시던 할머니었다 밤늦은 가을 밤이면 중국 동북 땅에서는 생전 보지도 못한 그 열매들의 이름을 들으며 나는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영문도 모른채 애수에 젖은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 드리군 하였다.…
나는 또다시 홍시가 매달린 파란 창공을 바라보았다. 문득 이오덕 선생님의 유작시가 생각났다.
아침에/ 감나무 밑에 가서
바알간 홍시 하나
단풍잎으로 받쳐 먹고
쪽빛 하늘 쳐다 보니

시인은 그 하늘에서 하나님을 봤다고 했다. 나는 그리운 할머니가 보였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세상이 이렇게 바뀐 것을 알고나 계실까? 그리웠던 고향의 이런 홍시를 그곳에서 혹시 맛보고 계시는지…
 
우리는 배추며 열무며 홍시며, 지어는 연옥씨의 반찬 솜씨를 담은 나백열무 물김치며를 가득싣고 귀로에 올랐다. 떠나는 차안으로 여름내 이 울안을 가득 채웠던 감나무의 싱긋한 향기가 가을바람에 휘휘 날리며 물씬 풍겨 들어왔다. 연옥씨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당쓸기” 수필에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수확의 계절은 또한 어떤 시작의 계절이란 것이다. 그렇지, 이결실의 계절에 낙엽 밑에 묻히는 씨앗들도 이제 또 동면을 거치고 봄날의 해동을 거치며 줄기차게 성장할 성스런 생명력의 꿈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붉게 익은 홍시를 키워 온, 모든건강을 되찾은 연옥씨의 가슴에도 또 새로운 강한 생명력의 싹이 꿈틀거릴 것이다.
 
 
2007 ,10, 15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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