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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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외1수)
2012년 12월 03일 10시 15분  조회:2039  추천:2  작성자: 류대식
인연(외1수)

             류대식

  어느 봄날 아침
  그대가 호젓한 기분으로
  청신한 아침에 취해 뜨락을 거닐 때
  지난밤 봄비에 어지러이 떨어진
  하아얀 사과꽃을 서뿔리 밟지 마세요
  아십니까? 그것은
  저가 천년을 기도하여 얻게 된 저의 소원이
  가장 어여쁜 모습으로 그댈 만나려
  이 봄날을 기다려 어렵게 어렵게 그대곁에
  핀것입니다

  어느 가을날 식후
  그대가 한가로운 기분으로
  빨알간 사과 하나 깎아서 입다심할 때
  보다 진한 그 향기를 무심히 삼키지 마세요
  아십니까? 그것은
  저가 2천년을 기도하여 갖게 된 저의 그리움이
  그대의 몸속에 잠시라도 머물고싶어서
  모진 진통을 달가이 견디며 정성껏 정성껏 발
  효된것입니다

  어느 잠풍한 오후
  그대가 울적한 기분으로
  하얀 눈을 밟으며 외롭게 바장일 때
  어깨우에 조용히 쌓이는 눈송이를 귀찮게 털
  지 마세요
  아십니까? 그것은
  저가 3천년을 기도하여 차례진 저의 꿈이
  그대의 귀전에서나마 한겨울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싶었던
  절절했던 갈망이 잉태한 소중한 연분입니다

  아, 썩 오래전 썩 오래전 전생
  우리의 오해가 너무 깊었던가요
  춘하추동이 아무리 흘러흘러도
  이생 연분 고작 이래야만 되는가봅니다
  언젠가는 천상에서 만날 날이 있겠지요
  하지만 상봉의 그날 우리는 알아볼수 있을가요
  수없는 세월의 륜회속에 속눈섭마저 다 하야
  져버린
  서로의 모습을!


                어    둠

  불을 끄니
  어둠이 목을 조인다
  아악ㅡ
  주먹으로 어둠을 치니 주먹이 아프다
  발길로 어둠을 차니 발이 아프다
  이발로 어둠을 물어뜯으니 이발이 시리다

  아악ㅡ
  벌컥 불을 켜니
  어둠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주먹이 아플뿐이다
  발길이 아플뿐이다
  이발이 시릴뿐이다.
  어둠이 유리창너머에
  서 멀거니 집안을 들
 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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