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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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자의 슬픔
2008년 06월 01일 09시 26분  조회:3381  추천:136  작성자: 류대식

 
약한자의 슬픔


류대식

 

내가 연변대학 조선-한국학연구중심사무실에 홀로 있는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낯선 두남자가 들어섰다. 앞에선 키도 좀 크고 꽤 실한 중년남자가 허리를 굽석굽석하며 “왜람되지만,저 일본에서 왔는대요,여쭤볼 말씀이 있어서요...” 하며 자아소개를 했다. 좀 더듬거리나 꽤나 류창하게 하는 조선말이였다. 나는 우선 자리를 권하며 용건을 물었고 명함장도 교환했다. 그 남자의 명함장에는 이름이 요리노(吉野)고 일본 모방송국의 보도담당 부부장이라 씌여있었다. 그리고 몇 년째 한국 모대학에 주재하고있다는것도 알게 되였고 이번에 중국에 온 목적은 여러 계층의 중국 조선족이 조선과 한국에 대한 태도를 료해하러 왔다면서 시간여유가 있으면 저녁에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를 좀 나누자고 했다. 나는 확실한 약속을 할수 없었으므로 그때 가서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그들은 인츰 갔고 나는 그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 다섯시쯤 되자 그 일본사람한테서 저녁에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저녁에 별다른 일이 없고 그래서 일어회화훈련도 할겸 연변대학부근의 흥콩식당에서 배동한 통역과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였다.그는 거의 조선어를 했고 나도 거의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 요시노는 내인상속의 정밀하고 빤빤한 일본 사람과 달리 차림새나 모양부터 좀 텁텁한 그런 류형이였다. 그래서 우리사이는 인츰 가까워질수 있었고 우리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러웠고 화기애애했다. 그는 중국 조선족들의 조선, 한국과 중국에 대한 태도, 조선족의 현황과 앞으로 타산 등등 문제를 물었는데 내식으로 적중하다고 생각되는 대답을 주었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사이에 우리의 식사는 끝나서 옆집 커피점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는 어느덧 일본의 조선과 중국에 대한 침략, 야스구니진쟈참배, 위안부문제 등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 피할래야 피할수 없는 민감한 문제로 넘어가게 되였다.

왜 너희 일본은 철같은 침략사실을 진심으로 참회하지 안고 아직도 교과서에다도 침략사실을 외곡하고있으며 전쟁범의 령위가 안장되여있는 야스구니진쟈를 수상부터 계속 참배하는냐 왜 위안부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안느냐 등 질의를 나는 어지간히 격해서 성토했다. 그러자 그는 교과서가 여러종류 되는데 대부분 교과서는 침력사실을 외곡하지 않았고 지금 젊은 일대들은 대부분이 일본이 아세아국가를 지원했지 침략했다고 인정하고있지 않으며 그동안 일본은 아세아국가에 경제상 많은 지원과 보상을 했으니 빚을 많이 갚은 셈이고 야스구니신쟈참배문제도 그들은 전쟁을 일으켰지만 죽었기에 죽은 다음에는 응당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해줘야 되지 않겠느냐 라고  변명을 했는데 그의 태도는 나의 정서와는 달리 점잖으면서도 겸손하였고 그러면서 그어떤 자부감과 우월감이 몸자세와 얼굴표정에서 진하게 우러나고있었다. 그의 변명을 들으며 나는 화기애애하던 우리사이를 갈라놓는 게센 파도가 철석이는 차디찬 동해바다를 보았고 그물빛속에서 어른거리는 군인과 총칼과 포탄의 작렬을 보았다. 나는 지금 원쑤와 마주하고있는것이다! 개개인을 떠나서 화제가 나라와 민족의 원칙적인 문제의 초점에 닿았을 때 비록 그것이 비공식적인 일상대화에 지나지 않다만은 서로가 자기의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여 말하고 있는한 조금치의 양보도 해서는 안될것이였다. 연발사격을 하듯 일본의 침략만행과 현재일본의 그릇된 태도를 성토하던 나는 불현듯 나의 성토가 요시노의 그 점잖은 자부감과 든든한 겸손함에 부딪쳐 산산히 흩어지는것을 보며 나의 분노가 얼마나 무력하고 비참한가를 뼈아프게 깨달으면서 허탈감에 빠져버렸다. 나는 지금 강자앞에서 “때려야할” 상대를 때리지 못하고 약자로서 약한자의 슬픔만을 하소연하고있는것이다. 내가 약한자의 슬픔을 하소연하고있는것은 결국 강자에게 무엇을 시사할것을 바라고있는것이고 지어는 가련하게 무엇을 구걸하고있는것이다. 어이하여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요시노처럼 강한자의 겸손함을 갖추지 못하고 일본앞에서 항상 약한자의 슬픔만을 하소연해야 하는가? 일본에게 내가 바라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건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의 원한이 풀릴만큼의 사죄와 반성과 배상이리라! 물론 우리가 요구하는만큼 일본은 영원히 사죄하고 반성하고 배상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그만큼 사죄하고 반성하고 배상한들 어쩌랴. 약한자의 슬픔으로 가득찬 우리의 상처와 력사는 영원히 지울수 없는것을!

제지하다싶이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약소민족이였고 시종 대국사이에 끼여 약한자의 슬픔과 한으로 가득찬 력사를 살아왔다. 물론 자부감을 갖게 하는 자랑찬 력사가 없은것은 아니지만 우리로 하여금 항상 강한자의 겸손을 갖추도록 하기에는 그 질량감이 많이 부족하다. 사람마다 국가마다 민족마다 다 이런런저런 각색을 맞고 력사를 써가고있다. 그렇다면 우리민족은 항상 약한자의 슬픔을 하소연하며 살아야 하는것이 숙명이란 말인가? 머리를 수긍하고 긍정적인 대답을 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것이다.

인생을 돌이켜 살수없듯이 력사도 돌이켜 살수 없다. 바람직한 자세는 희망차고 강한 래일을 기약하는것이리라. 약한자가 강해지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원래 약한데 흩어지면 더욱 약해질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선반도뿐만아니라 전지구촌의 모든 우리민족이 상호 단합하고 상호 보완하고 굳게 뭉치는길밖에 없으리라. 그래야만 약한자는 강해지고 약한자의 슬픔을 딛고 강한자의 겸손함을 여유있게 갖출수 있는 길이 열릴것이다.

약한자의 슬픔, 강한자의 겸손앞에서 비참해진 그날의 그 약한자의  슬픔은 아직도 나의 마음 한구석에 굳은 응어리로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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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5 ]

5   작성자 : 류대식
날자:2008-06-05 10:10:06
오전에 도적질한 도적과 오후에 도적질한 도적, 칼로 살인한 강도와 도끼로 살인한 강도의 우렬을 따지는것은 가소로운 짓이 아니겠습니까?
4   작성자 : 항일
날자:2008-06-04 09:23:44
유대식님! 딱 한가지 더 묻겠습니다. 그러면 일본이 안 했다면 열강들이 계속 남아서 나쁜 짓을 했을거 아닌가요? 그 열강들과 일본을 대비할때 누가 더 나빴을가요? 구별이 있어으면 합니다.
3   작성자 : 소형
날자:2008-06-01 12:14:19
수많은 열강들이 중국과 조선반도에 와서 못된 짓을 했습니다. 일본은 가장 최근에 못된 짓을 한 나라입니다. 또한 그 못된짓이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만행을 직접 겪었고 아직 생전인 사람에게는 아직도 진행형이며(특히 위안부들) 그 후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생존환경의 일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현재의 일본과 일제시대의 일본은 매우 상이합니다.그러나 그 련결고리는 깨끗이 청산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작성자 : 金紫烟
날자:2008-06-01 09:58:59
심사숙고할만한 문제를 제기한 글입니다.
1   작성자 : 항일
날자:2008-06-01 11:17:48
일본의 한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유대식님 건데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이전 많은 대국과 서방열강들이 아시와 중국과 조선반도를 약탈하였다는데 정말인가요? 이들은 여기 와 무슨 짓거리 했는가요? 일본만 수탈했는가요? 의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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