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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사(궁금이)
2019년 01월 07일 08시 04분  조회:1616  추천:0  작성자: netizin-1

새해의 첫 수요일 첫 기사는 무엇을 쓸가 지난해 말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러다가 제일 소박한게 제일 진실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그래서 저렇게 제목도 멋대가리 없이 달았다.

올해는 60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란다. 사람들은 해마다 다른 동물이 등장하건만 그때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상서로운 한해를 열어간다. 전에 사람들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쪄도, 욕심이 과해도, 심술이 많아도, 게을러도...다 돼지에다 갖다 붙였다. 그렇게 돼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붙어다녔던 대명사들이 올 황금돼지해에는, 적어도 일년동안만은 그 루명에서 벗어날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의 허점을 동물에 의인화해서 밀어버리려는 묘한 심리를 갖고있다. 그래서 그런지 믿든 말든 늑대도 원래부터 늑대가 아니라 사람과 같이 살면서부터 늑대가 돼버렸단다. 이제 황금돼지를 계기로 만물의 령장이라는 오만함을 내려놓고 겸손한 2019년, 상생의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하물며 당뇨치료제인 인슐린도 돼지의 췌장에서 채취한단다. 돼지도 인류의 소중한 길동무다. 적어도 올 한해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자.

시골에서는 새해에 새옷을 입을수 있다는게 큰 기대거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나이 한살 먹는 날로 또는 그냥 어느 한주의 수요일로 되여버렸다고 생각하니 그때가 더 그리워진다. 시골에서는 설이면 외지의 친척들도 모여들어 사람이 많아지는 반면 이곳 도시는 길거리에 차도 훨씬 줄고 한산하기만 하다.

전에 이날은 폭죽을 터칠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처럼 무기급의 폭죽은 아니였어도 설분위기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설이면 마을 집집마다의 마당에서는 따당 따당 하고 새해를 알리는 폭죽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졌다. 엄마가 해주는 새옷을 입었으니 괜히 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자랑도 해야 한다. 새옷을 입었는데 동네 어른들이 못 알아봐 줘도 무지 섭섭한 일이다. 그런 심리를 알기라도 하듯 어른들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반응하면서 “새옷을 입었구나”며 머리도 쓰다듬어 준다.

지금은 나이 먹는게 싫지만 그때는 이제 또 한살이 올라가게 되였다고 좋아했다. 빨리 어른이 되는게 소망이였던 시절이다.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나 허가를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결정할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어른도 큰 어른이 되고 보니 그때 부모님들이 쉽지 않았다는 생각을 갈수록 절감하게 된다. 물질이 충족하지 못했던 시절에 내 배가 곯더라도 자식 뒤바라지는 전혀 게을리 하지 않았던 부모님들의 희생정신에 머리가 숙여지게 된다.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를 시킨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게 아니라는 생각도 그냥 격언으로서가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

이날이면 아침상부터 떡은 필수고 집에 있는 마른 고사리며 여름에 비축해두었던 온갖 식자재들이 전부 동원되여 밥상을 가득 메운다. 아침상을 물릴 때쯤 되면 동네 애주가 어른들이 한명 두명 술동냥에 나선다. 친구가 그러는데 그 마을에서는 아침부터 애주가들이 어느 집에서 먼저 연기가 나오나 살폈다가 정확하게 목표물을 포착하여 “습격”한단다. 새해 인사를 한다고 문을 떼고 들어서면 시골 인심에서 그냥 인사만 받고 보낼 집은 없다. 저마다 어서 올라오라며 구들로 이끈다. 그래서 시작되는 술상은 정오를 넘겨 오후까지 이어진다. 시골의 설이란게 별거 없다. 그냥 한자리에 많이 모여 오래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워가면 그게 최고의 설이다.

크면서 설은 년하장을 주고받는게 또 빼놓을수 없는 식순이였다. 어떻게 하나 설을 맞추어 받게 하거나 혹은 설전에 받아보도록 하기 위해 전해 년말부터 바쁘다. 글자를 못쓰기로 둘째 가라면 섭섭할 나도 년하장에만은 전혀 망설임이 없이 펜을 날렸다. 누구한테 년하장이 더 많이 오는가도 은근히 경쟁이였다. 그래서 축복도 축복이겠지만 보내야 받을수 있기 때문에 받기 위한 보냄도 있었다. 그게 뭐라고 허영심이 발동했던지 모르겠다. 결국에는 쌓아뒀다가는 다 버려야 한다.

그 뒤로는 통신이 편리해지면서 전화 문안으로 바뀌여 갔다. 아침에 깨면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는게 업이였다. 그만큼 집전화기는 끈끈한 정을 이어가는 매개체로서의 대체할수 없는 역할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조카 결혼식 참석차로 사촌형님 집에 다녀왔는데 지금도 음식 주문을 휴대폰이 아닌 집전화로 시키는걸 보게 되였다. 그게 그 세대가 집전화기에 배인 생활습관이고 애착이다. 료금제를 하는 시대에 휴대전화를 실컷 해도 료금이 넘어날리는 없다. 비용문제가 아닌 습관문제고 애정이 담긴 통신수단으로서의 내사랑 집전화기인거다. 어제는 계약 기한이 차서 인터넷 사용료를 내러 통신사에 갔더니 료금제로 2년을 계약하면 집전화는 그냥 무료로 사용한단다. 추억의 집전화는 휴대폰에 밀려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있어봤자 그냥 먼지만 뽀얗게 내려앉는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휴대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설인사는 음성 통화보다 문자 메세지가 더 많아졌다. 전에 없었던 기능인 단체문자 발송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굳이 일일이 전화를 돌릴 필요가 없이 통용하는 축복문자를 몇줄 써서 보내고 싶은 이름을 한꺼번에 체크해 무더기로 보내버리면 인사가 완성된다. 많은 문자는 내가 굳이 고안해서 쓸 필요조차 없다. 다른데서 복사해 오는 지름길도 사통오달하다. 그러다보니 내가 보냈던 사람한테 한번 더 중복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자기가 먼저 보내놓고는 답장하는 사람이 먼저 보내왔는가 해서 또 한번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휴대폰 문자메시지 시절에는 건당 10전이라는 성의라도 보일수 있었는데 어느날 위챗시대가 도래했다.

위챗은 원래의 모든 문자 기능을 이어받음은 물론 이모티콘에다 무료 음성메시지, 무료 화상통화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 어느 곳에서도 무료 소통이 가능해졌다. 직접 전화를 할 일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거다.

“위챗에 얽매여 사는 시대에 이 위챗을 막 그저 확 어쨌으면 좋을지. 바로 옆 사무실에 있건만, 내선 전화가 코앞에 있건만 문자로 통보식 청가메세지 하나 딸랑 남기고 대답이 있든 없든 제 갈 길은 무조건 달려가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가요?”

지난해 12월 27일자 위챗 “위챗문자의 성의”에 달린 대글이다. 통보식으로 문자만 날리고 허가가 떨어지기도 전에 가버리는건 바람직한 직장생활 자세가 아닌건 분명하다. 그리고 선배로서 더우기 상사로서는 이런 경우를 만나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닌 것도 당연지사다. 그리고 통신수단이 어떻게 발달하든 직접 찾아서 할 일, 전화로 할 일, 문자로 할 일이 따로 있다.

대학교 교수로 있는 친구가 그러는데 요즘 학생들은 기숙사 1층 침대에서 2층 침대에다 대고 문자를 보낸단다. 무슨 첩보영화도 아니고 그냥 말하면 되는데 그 방식이 더 편한가 보다. 그런데 역지사지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 이 시대 이 환경에서 그렇게 자란 세대라 무작정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 그리고 우리와는 다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리해하려 하고 서로의 교감 방식을 개선하여 거리를 좁혀가다 보면 접점을 찾을수 있지 않을가 싶다. 그냥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가 라는 생각이지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자신은 없다. 통신 수단은 갈수록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소통은 그에 걸맞는 속도로 원활하지 못한 시대에 살고있다. 올해 3월경에는 5G 휴대폰도 등장한다는데 과연 소통의 속도도 가속화시킬지 자신이 서지 않는다.

새해 첫 기사에서 일방통행식 소통얘기를 했는데 올해에는 와이파이 신호가 아닌 옛날 시골에서 굴뚝의 연기를 찾아서 마실을 다녔던, 내집 너집 따로 없는 그런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의 교류가 많았으면 좋겠다. 또 기계나 현대기술에 의한 무음식 소통이 아닌 얼굴과 얼굴을 맞댄 근거리의 친밀한 전통 “입말식” 소통을 더 해 갔으면 좋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손을 놀리는 교신보다는 입을 여는 소통의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새해 첫 수요일에 가져본다.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중국조선어방송넷/작성자: 궁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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