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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행이 고픈 계절(궁금이)
2020년 07월 29일 09시 37분  조회:983  추천:0  작성자: netizin-1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떠나간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쯤 가고 있을가

  

    “어디 쯤 가고 있을가”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지난 토요일에 장거리 자전거 려행을 떠난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보면서 떠오른 노래다. 자전거에 빠진 친구는 해남도와 청해호에 이어서 이번에는 내몽골로 향했다. 한번 떠나면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이 그냥 가는 데까지 간다. 방랑 시인 김삿갓이 시로 산천을 누볐다면 이 친구는 자전거로 섭렵하고 있으니 그 반경이 훨씬 너르다. 그만큼 보고 느끼는 것도 더 많을 건데 시인이 아니여서 모멘트는 조용하다. 한편 그 많은 풍경과 감수를 내가 가졌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다. 

  

    나는 아직도 직장에서 이런저런 일에 매여 있는데 같은 나이의 친구가 몇년전부터 저렇게 무념무상으로 자전거 려행을 다니는 게 마냥 부럽기만 하다. 자동차처럼 기름을 넣는 일도 없고 산천을 찾아 다니니 고급호텔에 들 일도 없다. 그냥 지나가다 만나는 마을에서 잠깐 잠자리를 빌려서 하루 묵으면 또 다음날 아침의 즐거운 려행이다. 

 

    청해호의 경우 자전거로 한바퀴 돌려면 4~5일은 걸려야 한다. 차를 타고 지나오면서도 감탄이 쏟아지는 호수를 천천히 자전거로 돌면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은 훨씬 더 색다를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애호도 체력도 없다. 편안하게 차안에 앉아서 경관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곳은 해발이 높아서 저녁에 술을 마시기도 좀 부담스럽다. 식당 주인의 말로는 청과주를 적당히 마시는 건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도 시험해본 적이 없어서 다가가기 두렵다. 마셨다가 만약에 반응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신체의 고통도 문제겠지만 남은 려행계획이 파탄되는 것도 무척 아까운 일이다. 

 

    일찍 라싸에서 2박3일을 있으면서 밤잠을 설친 교훈이 있어서 고원에서는 술과 샤워에 예민하다. 물론 체질이 맞는 사람들은 첫날에 술을 취토록 마시고 푹 자고 나면 그게 오히려 더 잘 적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부럽기는 했지만 감히 실천은 못해봤다. 여기서 체질이 맞는다고 함은 체질이 좋다는 것과 구별해 봐야 한다. 현지인에 따르면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페활량이 커서 산소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고산 반응이 더 심할 수도 있다. 술에서 양보했으면 시원하게 샤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현지인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돼 그날 저녁부터 온밤 꿈을 꾸는 것 같은 상태에서 헤매였다. 고원에서는 원래 산소가 부족한데다 샤워실은 공간이 좁아서 더 희박하다는 게 현지들의 해석이다. 따라서 이곳에 도착해서는 이틀정도 적응한 다음 샤워를 하는게 좋다고 한다. 

 

    친구는 전에 해남에서 자전거 려행을 하면서 마침 북경에서 출장을 간 친구를 만났다. 천애지각에 친구가 있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다. 자전거 려행도 소중하고 출장도 중요하지만 이 한끝에서 만났는데 술로 반가움을 나누지 않으면 우정에 대한 례의가 아니다. 그날 둘은 각자의 계획을 다 제쳐놓고 환상의 상봉주를 밤 늦게까지 즐겼다. 

 

    우리는 자기 나라에 이렇게 환상적인 섬이 있음에도 동족의 나라라는 친근감에서 그런지 한국의 제주도를 잘 찾는다. 나도 례외는 아니였으니 일부러 려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제주도는 돌과 바람과 녀자가 많은 곳이라더니 며칠이고 우산을 들고 비속의 랑만만 즐기다가 왔다. 해남은 약 제주도 면적의 19배에 해당한다. 제주도에서도 자전거 려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던데 해남을 찾은 친구는 아주 광활한 무대에서 자전거도 마음껏 타고 부가 행운으로 약속에도 없었던 친구를 만났으니 정말 복받은 려행이였다.

 

    청해나 해남은 먼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것과는 달리 친구가 이번에 떠난 내몽골 려행은 북경에서부터 자전거로 움직여야 한다는데서 더 도전적이다. 내몽골과 북경의 접경지에서 찍은 사진을 단체방에 올렸길래 양고기를 많이 먹고 보신해 오라고는 했는데 나는 북경의 입맛에 습관돼서 그런지 내몽골 현지에서 먹는 양고기라고 하여 특별히 맛있는 줄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후룬벨쪽의 물고기 료리가 더 인상 깊다. 내몽골 하면 다음으로 떠오르는 게 초원이지만 나는 후룬벨쪽의 바다를 방불케하는 호수가 더 인상적이다. 물론 내몽골은 동서 거리가 2400키로메터라 동부 중부 서부의 풍경이 각기 자체의 특점을 갖고 있다. 자전거로 전역을 돌기에는 벅찬 거리지만 우공이 산을 옮기는 정신으로 천천히 향수하면 시간문제다. 욕심을 내지 말고 한번에 조금씩 알아가며 해마다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나는 려행을 나가지 못했으니 친구의 려행과 전에 다녀왔던 추억으로 오늘의 대리만족을 한다. 하늘을 다시 나는 그날 꼭 자세한 기록을 소중하게 남기고 싶은 하루다.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 쯤에서 가고 있을가.

 

궁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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