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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꼴찌에게도 박수갈채를
2021년 08월 27일 17시 09분  조회:1111  추천:0  작성자: netizin-1
[대림칼럼]

도전하는 꼴찌에게도 박수갈채를 
전월매 천진사범대학교 교수 
 
현대사회에서 경쟁에서 1등을 했거나 이긴 사람은 박수갈채를 받게 되지만 꼴찌를 한 사람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갈채는 뭐니 뭐니 해도 승자의 몫이다. 더구나 기록을 갱신한 승자의 경우, 불꽃축제처럼 화려한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우러르는 동경의 대상이 되며 두고두고 호명되고 회자된다. 만약 꼴찌에게 갈채를 보낸다면 어떨까?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씁쓸하고 억지스럽다. 그만큼 우리는 언젠가부터 일등만 추구하는 지나친 경쟁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포스트모던사회에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적자생존의 압력 속에서 무엇이든 숫자로 우열을 책정하기 좋아하는 현대사회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숫자라는 건 언제나 비교하기 쉽고 서열을 매기기 용이하다. 네모와 동그라미 같은 도형은 서열을 매기기 어렵지만 1,2,3과 같은 숫자는 한눈에 표가 난다. 결국 숫자적 삶이란 계속하여 비교하고 비교되고 서열이 매겨지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가장 처참해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낮은 값어치로 매겨질까 안절부절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와 서열을 확인하고 체크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세워진 숫자의 기준 속에서 개인 이력서에 쓸 숫자들을 위해 분투하고, 쉴 새 없이 계산기 자판기를 두드리며 사람의 모든 걸 숫자로 환원시키는 숫자의 삶에 빠져들어 있다. 
 
실제로 아이큐가 지혜를 측정할 수 없고, 친구의 숫자가 관계의 깊이를 증명할 수 없으며, 집의 평수가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보장할 수 없고, 연봉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할 수 없다. 진정한 가치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담을 수 없는 것들에 있다. 
 
한국의 여류작가 박완서의 수필 <꼴찌에게 보내는 박수갈채>에서는 마라톤에서 무서운 고통과 고독을 감수하면서 등수와 상관없이 묵묵히 뛰는 꼴찌의 삶,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꼴찌의 삶도 당당하여 칭찬받아 마땅하기에 꼴찌에게도 박수갈채를 보낸다고 하였다. 이 글은 2017년 신편중국조선어문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꼴찌주자는 쓸쓸하고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선두주자를 기다리는 응원객과 구경꾼들이 어느새 흩어져 없고 홀로 남은 여정을 계속 달려야 할 때, 꼴찌주자에게는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이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고독과 외로움, 고통으로 남은 여정을 꼴찌로 계속하여 달려야 할지? 아니면 중도포기 해야 할지? 꼴찌인 나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등이다. 실제로 꼴찌주자가 마지막 완주하기까지에 대결해야 할 적수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마라톤이라는 지루하고 기나긴 여정을 달려간다는 것, 꼴찌주자는 모든 환호와 영예의 우승자와는 달리 관중들의 무관심속에서 환호 없이 달리는 고독에 익숙해야 하고, 승리나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완주하려는 일념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무서운 의지력이 있어야 하며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꼴찌라는 수치심도 지워버려야 한다. 마라톤이 슬프도록 정직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데 있고 그 기나긴 시간을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라톤은 극대화 된 고통과 고독과 극기를 요구하는 장거리 운동이다.
 
우리의 생활 또한 마라톤과 흡사하다. 끝없이 펼쳐진 마라톤이라는 인생의 길에서 우리는 어제를 뒤로 하고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에 끝없이 경주한다. 그 과정이 즐거움으로만 되어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고통으로 점철된 마라톤인지도 모른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고통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한 마리 물고기, 그 고통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하여 부단히 성숙하고 성장하고 성공한다. 고통을 겪은 사람이 모두 성공할지는 몰라도 성공한 사람의 이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무수한 실패와 좌절이라는 개미들이 수만마리 지나간다. 이 속에서 그들은 참고 견디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라는 곳에는 세계 유일의 실패박물관이 설립, 운영되고 있는데 1년에 20만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미국의 실패 연구 권위자 로버트 맥메스가 40년에 걸친 연구와 수집 끝에 1990년 설립한 실패박물관에는 식료품에서 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패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코카콜라 회사도 보관하고 있지 않은 1980년대의 실패작 무색콜라의 샘플을 비롯해 심지어는 일본, 호주 등 외국의 실패작들까지 볼 수 있다. 7만여 점의 실패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실패박물관에서 많은 관객들은 실패의 원인을 꼼꼼히 종합 분석하고 거기에서 성공으로 가는 열쇠, 즉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의 성공의 해답을 찾는다 한다.
 
일본과 미국에는 실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실패학이 학문으로 정립되어 실패학회가 있고 정기적으로 ‘실패학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는데 실패학은 주로 첨단 기술과 과학의 최고 단계에서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실패학회에는 히타치, 후지쓰, 미쓰비시 등 일본 대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실패학은 경영학 석사(MBA)보다 100배 효용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패학이 성공학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실패 바람이 불고 있다. ‘실패학 국제세미나’가 열리는가 하면 회사에서 실패 사례 분석은 물론 실패 보고서에 실패 파티까지 열리고 있을 정도다. 삼성 에버랜드만 해도 직원들 사이에서 열리는 실패 파티가 큰 화제라 한다. 팀원들이 빙 둘러서서 붉은색 양초를 X자형으로 꽂은 케이크를 앞에 놓고, 실패한 직원의 실패 발표에 이어 생일 축하 노래의 가사만 ‘실패 그만 합시다’로 바꾼 축하 노래까지 선사한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까지 있을 정도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샤를 페팽 (Charles Pépin)은 저서 <실패의 미덕>에서 세네카, 키케로, 사르트르, 프로이트를 통해 실패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이끌고, 우리 삶에서 실패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그는 “실패는 우리가 가능성을 갖고 있고 그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지 못한 삶이 진정한 실패”라고 말한다. 성공이 도취로 우리의 눈을 가린다면, 실패는 현실과 만나고 자신에게 정직해질 기회와 다양한 해법 등 성공을 위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실패에서 배우면 큰 실패를 막고 성공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대학 명예교수 하타무라 요타로는 저서 <써먹는 실패학>에서 실패 없이는 발전도 없다, 실패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 실패 원인은 여러 계층으로 되어 있다, 실패는 방치하면 더 커진다, 하나의 큰 실패 앞에는 300개의 작은 실패가 예고되고 있다, 실패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여러 개 갖고 있으면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실패를 창조로 바꾸는 사람이 되라, 실패를 살리는 리더가 되자 등으로 개인이 직장에서, 개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 현장에서, 실패를 줄이거나 예방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실패 이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다시 도전하느냐 않느냐에 따라서 실패를 거듭되는 실패의 씨앗으로 남겨두느냐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만드느냐가 결정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삶, 열심히 뛰고 있는 꼴찌주자에게 보내는 박수갈채, 바로 여기에 이러한 도전정신에 대한 긍정과 격려가 있다. 현재 조선족의 조선어문교육이 현실에 맞추어 인문성, 도구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일이다. 2014년에서 2019년에 편찬된 중국조선족조선어문의 신편교재에서는 개인 성장의 아픔과 고민 서사, 내면의식의 자아성찰 서사, 노력과 분투를 통한 성공서사, 사람과 사람 관계 스토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가 고난을 딛고 실패를 극복할 줄 아는 인내심과 끊임없이 도전할 줄 아는 끈기 있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 노력을 찬미할 줄 아는, 인간으로서의 삶, 윤리로서의 삶을 중시하는 인간존중의 사회가 만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정호승의 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전문을 인용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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