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얘기다.
음치에 가까운 오합지졸 예능인과 오디선을 거쳐 합격한 단원인 합창절목을 준비 할 때 소프라노 솔로를 맡았던 단원의 목소리는 정말 곱고 맑았다. 그런데 합창단 감독이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더니 생각밖으로 큰 야단을 쳤다. 원인은 솔로를 맡은 그녀가 노래에 담긴 감정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부르면 될 것을 공주마냥 기교를 섞어 예쁘게 부르려는 관념에 빠져 원곡에 내포된 감동을 전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그림의 세계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 조선 력사에 초상화는 ‘터럭 하나라도 틀리게 그리면 안 된다’는 원칙이 철저했다. 그래서 감추고 싶은 단점도 결코 제거하는 법이 없었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대표작이 조선 후기 문신 신임(81세)의 초상화였다.
신임의 초상화는 머리에 와룡관을 쓰고 옥색 도포를 입고 좌석한 주인공이 허리띠가 붉은색인 것으로 봐서 영의정을 지낸 고위 관리 출신으로 짐작 되는데 초상화는 그의 얼굴 어느 구석에서도 실제 모습과 다르게 꾸민 흔적이 한곳도 없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수염은 물론이고 와룡관 속에 비치는 상투관과 머리카락까지 꼼꼼하게 사실그래도 그려졌다. 심지어 보이는 곳곳에 핀 검정버섯까지 그린 정도로 붓질이 정직했다. 초상화는 단지 잘 그렸다, 닮게 그렸다는 차원을 넘어 ‘정신을 전한다’는 ‘전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조선 시대 초상화는 앞에 선 사람을 압도하는 흡인력이 있었다.
세상에 진심을 뛰여넘은 기교는 없다.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 주는 것이 최고의 기교다. 최고는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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