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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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수필/칼럼/기행

2008년 02월 02일 20시 34분  조회:2027  추천:71  작성자: 장정일

 

장정일

 

    말을 하는 사람은 저마다의 톤이 있게 마련이다. 우뢰와 같이 쩡쩡 울리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기소리처럼 가냘픈 음성으로 속삭이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수효만큼 다양할수밖에 없는게 톤인줄은 알고있지만 굳이 나의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아무래도 큰소리보다는 조용한 소리쪽에 기운다고 말할수 있다.


  요즘
핸드폰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든다. 기사는 핸드폰사용자가 낮은 소리로 말하면 오히려 음성전달이 잘된다고 전한다. 고성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들을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이라는것, 그렇게 고함지르듯이 말하면 기기의 진동이 잘되지 않는데다 수신자도 귀찮아서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하는 까닭에 이래저래 음성전달이 여의치 못하다는것이다.

나의 취향에 안성맞춤인 기사인 셈인데 요점은 핸드폰이라는 현대기기를 사용하더라도 통화자는 평상심을 가지고 적당한 톤으로 자연스레 통화를 해야 통화의 질을 높일수 있다는것으로 요약될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성급함이요, 경박함이다. 음성전달의 기본원리는 외면한채 현대인은 무작정 제목소리를 높이기에 바쁘다. 소리를 높이기만 하면 만사대길이라는 일방적인 사고방식에 물젖은 사람들은 심지어 마이크앞에서도 조건반사적으로 고성을 지른다.  작은 소리를 크게 확대해주는 마이크의 작동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앞에서도 오대주사대양이 들으라는식으로 메가톤급소리를 구사해야 직성이 풀려하는이들은  고성만능주의의 포로들이 아닐까? 달리는 해석할수 없을것이다. 청중이야 편하게 듣든, 소음으로 고생하든 그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식당은 혹시 조용한 구석일까? 유감스럽게도 음식을 먹는 집도 메가톤급의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사람들은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한사코 높은 소리로 떠들어야 시름을 놓는다. 식도락은 색바래진지 오라다. 식사시의 아늑한 분위기, 친밀한 교감, 우아한 대화는 사라진채 마치 무슨 고함지르기대회장을 방불케 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팽배할뿐이다.

유럽려행을 다녀온 어느 잡지사 사장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들 관광객일행이 빠리의 식당을 찾았는데 하도 조용하길래 식당은 오늘 휴업이 아닐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혹의 눈길로 실내를 일별하는 순간 일행은 아연했다. 휴업은커녕 식당은 손님들로 빼곡했고 그들은 여유있게 담소를 나누고있더란다. 리해가 가는 해프닝이다. 우리 관광객들로서는 착각이 올만도 할것이다. 우리 고장에서는 식당하면 마시고 부어라 하는 소란스러운 장소로 이미지가 고착되여있으니 말이다.


  그럼
혹시 거리로 나가 유유히 산책이라도 하면 느긋한 심정을 가져볼수 있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거리는 더구나 메가톤의 천국이다. 차량행렬의 소음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사용금지사항이 분명한 경적소리가 련속부절하다. 거기에 고음확성기를 , 시대불명의 무슨 선전차의 요란함까지 가세한다. 오만방자함으로 말하면 상가들도 짝지지 않는다. 싸구려 물건을 파는 점포일수록 할인광고를 외치는 소리가 드높다. 그들이 작동시키는 높은 데시벨의 음향장치를 망라하여 거리가 총동원태세로 영용하게 뿜어내는 도시 소음의 살상력은 사람들의 청력을 감퇴시키고 맥을 못추게 만들고도 남을 지경이다.   


  이런
높은 데시벨의 소리를 담아내는 매체, 신문간행물들도 례외는 아니다. 의료광고지면은 기사회생이요, 암정복이요 하는 요령부득의 《기적》을 과대포장한다.  매체의 행간에서는 자그마한 일에도 《절찬》이요, 《최고》요 하는 도를 넘는 극단적인 단어들이 부담없는 상용어로 활보하고있다.


  이런
높은 톤ㅡ인위적인 소음공해ㅡ의 범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는지  학자 여추우(餘秋雨)는 중국인의 공공공간(公共空間)의식의 부재를 문제삼고있다. 중국의 문화전통에는 세가지를 대수로와하지 않는 결함이 있는데 첫째가 바로 공공공간을 대수로와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함부로 가래를 뱉고 아무데서나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현상을 해부한 고견일테이지만, 아무튼  지금은 일단 고질로 고성만능주의의 거품을 가라앉히고 음성전달의 상식에 무감각하고 무지한 상태를 종말짓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기실 높은 톤을 무작정 거부하는 까다로운 론리와는 무관하다. 소리의 고저강약자체가 문제시되는게 아니다. 현대화를 할수록 때와 장소를 가리는 아량을 갖기를 바라고 사람마다 적당한 톤을 찾기를 원할뿐이다. 절망적인 고성콤플렉스가 문제일뿐이지 나자신은  잔잔한 시내물소리를 즐기거니와 연변의 장백폭포나 귀주 황과수폭포의 장쾌한 울림도 사랑한다. 폭포의 웅장한 소리든 계곡의 시내물소리든 자연의 소리는 그렇듯 주변환경에 어울리고 심신을 정화시켜주는 조화로운 소리이다.


  다행스럽게도
음성전달의 원리를 숙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음성전달의 고수는 가수들이다. 얼마만의 거리를 두고 마이크를 잡고 어느 정도의 톤으로 노래를 불러야 할지를 그들은 알고있는것이다. 청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은 톤의 고저를 조절하는 능수일뿐만아니라 톤의 색채와 속도까지도 섬세하고 세련되게 다룬다. 그렇게 령혼을 담아, 정감을 담아 심장으로 부르는 명가수들의 노래는 텅빈 소리만 내는 고성방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노래교실이나 노래방에라도 자주 가서 가수들을 겸허히 따라배울 일이다. 무턱대고 고성방가를 하지 말고 그들을 본받아 적당한 톤을 찾고 곡상처리에 신경을 쓰느라면 가수는 물론 음성전달의 전문가인 지휘를 닮아가는것도 결코 환상은 아닐것이다. 지휘는 악단의 그많은 현악기, 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의 톤을, 복잡다단한 악상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통솔한다. 지휘의 손길에 따라 때로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때로는 밀림의 설레임이 이어진다. 졸지에 광풍폭우를 몰아오다가도 미구하여 숨막히는 휴지부의 긴장으로 멈칫하기도 한다. .
  
고무풍선처럼 부풀려진 외화내빈의 톤은 가라. 어서 오라, 음악처럼 조화로운 톤이여.


수필 /  '연변녀성'  2008년 제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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