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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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남기며 건설하기
2009년 04월 16일 21시 02분  조회:2556  추천:26  작성자: 장정일
                        뭔가를 남기며 건설하기

                                                                           장정일

   나는 신문지상에서 “밀강퉁소 세계무대 진출 가능”, “원두막련정”, “중국조선족민속전시관 매력적인 관광명소로”, “도문에 청황실 선조유래비 선다”와 같은 제목들을 띄워보면 저도 몰래 흐뭇한 심정을 금할수 없다.

간혹 한 고장의 유래에 관한 설명 한줄이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올들어 연길공원을 정비하면서 앉힌 입구 표지석밑둥에 “연길공원은 1907년에 건립되였다”라는 설명이 씌여진걸 보고 나는 속으로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이런 흐뭇한 심정, 이런 반가움은 어디서 비롯되는것일가?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들 제목이나 설명이 한결같이 고향애, 자긍심, 정착의식의 각성 같은것, 모두어 말해서 우리 고장의 력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경외, 존중과 사랑의 의지를 담고있기때문이다. 문화전통이 있는 민족이 뛰여난 민족이고 개성적인 력사문화를 간직한 고장이 매력적인 고장이라 할 때 우의 례들은 미상불 반갑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수 없다.

수도 북경은 국가대극원이나 올림픽경기장 같은 신축건물들이 빛을 발하고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유서깊은 천단이나 고궁, 의화원이나 만리장성이 없이 북경의 매력을 운운할수 있을가? 대도시 상해는 황포강변과 옛 조계지에 산적해있는 서구식건축군이 이 도시만의 영욕의 력사감을 살려주고있다. 이딸리아의 로마도 그렇다. 도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옛 건축물들을 제외하면 로마인들 무슨 볼멋이 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나는 도시건설, 향촌건설에서 무작정 집들을 허물고 짓지만 말고 문화의식, 력사의식을 앞세우고 뭔가를 좀씩 남겨두면서 우리 고장 특유의 건설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여쭤보고싶다.

연룡도일체화를 이끄는 연길의 경우 식지 않는 부동산열기로 인해 도처에 건축공사장이고 곳곳에 새 건축물이 즐비해 일견 새로와보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어쩐지 청일색이고 단조롭고 공허해보이는것도 사실이다. 력사적인 사고를 유발하고 문화적인 전통의 멋을 살리는 대상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연길 고유의 력사적풍모를 보여주는 건물이나 구역, 문화적인 특점이 구현된 건축이나 구조물, 유적 같은것이 희소하고 옛 일본식건물들이나 “아래개방지”의 청나라때 푸른 벽, 검은 기와의 단층집들도 전부 사라져 허전하고 안타깝다.

룡정에는 윤동주 생가나 묘소 같은 명소가 있고 일본령사관옛터같은 건축물도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나 룡정지명기원의 우물같은 명소는 원상복원돼야 할것이 세멘트모조품으로 일변해 우물이 우물 같지 않아보인다. 해묵은 버드나무아래 나무토막을 둘러준 우물이였고 주변에 흰벽의 기와집도 우아했었는데 복원보존에 좀더 신경을 써서 실감나는 우물터공원을 만들면 얼마나 좋으랴싶다. 도문에는 홍군렬사기념탑이 보존돼 인상적이지만 력사의 애환이 어린 “눈물젖은 두만강” 노래비는 베니다판으로 엉성하게 꾸며져 초라하기 그지없다. 상해에서 한국림시정부옛터를 개방해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삼고있듯이 우리도 이런데 좀더 투자를 하면 안되는가?

인간이 살아왔고 력사가 흘러온 이상 그 어디에나 어떤 형태로든 이런저런 자취가 남아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그것들을 찾아내고 활용하려는 문화의식과 력사의식의 유무이다. 훈춘에서 장고봉전투유적지를 관광에 활용하려 하고있고 연길에서도 백년공원의 력사를 기리는 조짐이 가시화되고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연변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경제는 문화의 충실한 하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싶다.” 일본의 베네세그룹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의 말이다.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라는 섬(구리제련소가 자리잡고있던 섬)에 베네세하우스(미술관 겸 호텔)와 지츄(지하)미술관을 지은 뒤로 이 섬은 년간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명소로 거듭났다고 한다.

남들은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도 할라니 우리라고 왜 잠자고만 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다. 있는것은 찾아내고 좋은것은 복원하면서 뭔가를 남기며 건설하느라면 미구하여 어떤 기적이 나타날지 누가 알랴.

/ 연변일보 200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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