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방순애녀사의 출판동시를 받아들고 잠간 사색에 잠겼다. 간력을 읽어보니 1958년 화룡에서 출생한, 년세가 이미 반백을 넘은 녀성이였다. 게다가 직업은 화룡시공안국, 연변경찰학교, 연변주공안국에서 근무한 경찰이였다. 지금은 또 연길시방주번역회사 사장, 연변주중로년모델협회 회장으로 활약하면서 근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는데 이미 “내사랑 내곁에”, “끊을수 없는 부모자식사랑”, “흐려져가는 기억의 저편” 등 수필을 다수 발표하였고 중국조선족어머니수필상 등 수상경력도 갖고있었다.
지금은 60이면 청춘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퇴직나이에 벅찬 사업을 벌려나가는 와중에도 글을 쓴다는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우기 동시집 《사슴이 발풍금 친다》를 펴낸다니 실로 감탄을 금할수 없다. 작자의 말을 빈다면 “평생 경찰직에 몸 담그었던 내가 동시집을 펴낼수 있다는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할수 있다.
작년 10월에 필자는 해외나들이를 하게 되였는데 그곳에서 펼치고 있는 “문학아! 얼굴 좀 보자”라는 순회 문학제에 여러번 참가하게 되였다. 시와 수필랑송을 위주로 한 문학제인만큼 참가자들이 대부분 작가들인가 했더니 아니였다. 열두번 펼쳐진 문학제에는 중국에서 말하는 지방령도들인 현장, 시장 지어는 성장까지 참가하였는데 모두 무대에 올라 시와 수필을 읊고 랑송하는것이였다. 여기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였다. 령도들이 주석대에서 기껏해야 축사를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곳은 달랐다. 직접 참가하고 랑송할뿐더러 그 지방의 공무원, 군대 장교, 경찰서장들까지 참가하여 무대에 올라 시랑송을 하는 모습을 보느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 문화시대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한지역의 리더의 문화수양과 그곳의 문화함량의 관계를 절감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평생 경찰직에 몸을 담궜던 방순애녀사가 동시집을 출판하게 된다니 정말 기쁘다. “문화시대가 도래하는구나”하는 느낌이 더욱 세차다. 요즘 보면 환갑나이에 책을 펴내고 의료사업일군이나 공무원들이 문학창작도서를 펴내는 일은 비일비재다. 문학창작도서 펴내기는 이젠 작가들의 특허가 아닌것 같다.
동시집 《사슴이 발풍금 친다》는 그 제목 자체가 눈에 먼저 확 안겨오며 독자들을 흡인한다.
“사슴이 발풍금 친다” 이 시구는 동시 “눈길”의 한련에서 선택한것이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뽀드득뽀드득/산토끼가/음악을 연주한다//뽀득뽀득/사슴이/발풍금 친다
산토끼가 “뽀드득뽀드득 음악을 연주”하니 사슴도 “뽀득뽀득 발풍금 친다”는 남다른 발견, 그 자체가 바로 동시다.
그럼 아래에 구체적으로 방순애 동시집 《사슴이 발풍금 친다》를 몇개 방면으로 나누어 조명해보면서 필자의 약간한 감수를 적으려 한다.
동시집 《사슴이 발풍금 친다》는 제1부 “바람밥을 먹다”(19수), 제2부 “까까둥이 모여사는 동네”(18수), 제3부 “수박안에 별들이”(18수), 제4부 “오색꽃방울들의 교실”(18수), 제5부 “노을은 빨간부채”(16수) 로 이루어졌는데 도합 89수의 동시가 수록되여있다.
이 동시집은 현대풍이 물씬 풍기는 동시들로 꽉 메워져있다. 작자의 남다른 발견, 기발한 상상과 련상이 비유, 의인, 과장, 상징 등 수법을 통하여 이미지변형을 일으키는데 그 변형이 실로 엉뚱하고 굴곡적이고 창조적이여 또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것이 현대동시의 가장 뚜렷한 특점이라 보아진다. 현대동시는 현실생활, 과학론리와 정상적인 사유와 습관을 떠난 시적상관물(추상적인 상관물 포함) 대용을 통한 시각적, 청각적, 촉감적, 추상적인 변형을 통한 작자의 새로운 이미지창조물인것이다. 물론 이런 창조물에는 어휘적, 수사학적 그리고 구조적인 변형 등 수법이 안받침되고 활용되는것은 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담하고 엉뚱한 상상과 발견
동시 “축구공”을 살펴보자.
사라지는/무지개를 그립니다//골문에/화살을 쏩니다//뱀처럼/고불고불 달립니다.
축구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사라지는 무지개를 그린다”고 하고 슛하는 모습을 “골문에 화살을 쏜다”고 하고 축구공을 몰며 달리는 모습을 “뱀처럼 고불고불 달린다”는 표현은 작자의 남다른 발견, 대담하고 엉뚱한 상상이라 할수 있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생각조차 할수 없는 발견이상상, 련상을 통하여 의인화되고 과장되고 변형되여 새로운 이미지를 산생하는것이다.
동시 “새” 역시 대단한 상상력이 있는 작품이다.
너의 깃으로/태양이/해살로/산에 파란옷을/짜준다//
너의 부리에서/은구슬이 살며시//내려와/나무잎속을 파고든다//
너의 발가락끝에서/일어난 바람이/한들거리며/꽃잎들과 키스한다.
태양이 새의 깃으로 산에 파란 옷을 짜주고 새의 부리에서 은구슬이 내려와 나무잎에 파고들고 새의 발가락끝에서 일어난 바람이 꽃잎들과 키스하는 그 상상력은 너무도 대담하고 엉뚱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이 미처 할수 없는 발견을 이룩한것이다.
변형과 새로운 이미지창조
현대동시에서 굴곡과 변형은 새로운 이미지창조의 기초이다. 물론 동시인만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러한 굴곡과 변형이여 한다. 또 현대동시인만큼 현대풍이 물씬 풍기고 기발하고 창조적이여야 한다. 또 변형과 굴곡은 시적상관물에 의하여 이룩되며 비유, 의인, 과장의 수법이 안받침해준다. 아래에 동시 “기중기”를 살펴보자.
기중기는 그네다/흙광주리 하나가/그네 타고 흥얼거리는데//네모난 집이/키를 늘군다.
기중기가 “그네”로, 물건을 나르는 도구가 “흑광주리”로 변형된다. 그리고 “기중기-그네-흑광주리” 순서로 변형되고 굴곡된 이미지가 새로운 이미지 “네모난 집”으로 탄생되면서 의인화수법으로 “그네 타고 흥얼거리며 키를 늘군다”고 표현하고있다.
동시 “선생님”에서 교실은 “온상”으로, 학생들은 “빨간 도마도”, “파란 오이”, “빨간 딸기”로 이미지가 변형되는데 이런 변형은 모두 비유의 수법을 통하여 실현된다.
동시 “기차소리”에서도 연기는 “하얀 머리”로, 기차는 “집”이 되여 달리고 기차가 달리며 뒤로 미끄러져가는 나무들은 작자의 추상적, 상상과 련상을 통하여 “고드름나무”가 되여 “스키를 탄다”.
역시 시적상관물을 통한 변형과 새로운 이미지창조라고 하겠다.
비유, 상상과 의인, 과장은 현대동시의 날개
동시 “자동차”는 비유, 상상, 의인, 과장의 수법이 잘 사용된 멋진 동시다.
뒤동산/꽃바다를 보며/두팔을 펼치다가//두만강의 옆구리를/껴안고/술주정을 하다가//장백산 림해를/헤가르며 노를/젖다가.
첫련은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의인화의 수법으로, 제2련은 과장과 의인화의 수법으로, 제3련은 비유와 의인화, 과장의 수법을 리용하여 “자동차”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변형시켜 “두팔을 펼치고”, “두만강 옆구리를 껴안고 술주정하는”, “장백림해에서 노를 젓는” 자동차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선경대” 역시 비유와 의인, 과장수법이 잘 어울린 좋은 동시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수림은/지하바닥에서/파도를 일고//구름은 산허리에서/배놀이를 하고//구름위에 소나무는/하늘을 쓴다
이 동시는 과장, 의인화의 수법으로 선경대의 아름답고 웅위로운 모습을 생동하게 형상화한 좋은 동시다. “지하바닥에서 파도를 일구고”, “산허리에서 배놀이하고”, “소나무가 구름우에서 하늘을 쓴다”는 표현은 그 얼마나 상상이 기발하고 엉뚱한가!
바로 여기에 현대동시의 매력이 있는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마 현대동시가 현대인들에게 사랑과 애용의 장르로 부상되는것 같기도 하다.
동심은 동시의 생명
무릇 동시라고 하면 전통적인 동시든 현대동시든 아니면 무슨무슨 동시든 영원히 “동심”을 떠날수 없다. 때문에 동심은 역시 현대동시의 생명이기도 하다. 현대동시라하여 어린이눈높이에 맞추지 않은 시적 발견과 변형, 굴곡을 통하여 “이미지”가 창조되지 말하야 한다. 현대동시창작이 대담한 상상과 련상, 새로운 이미지창조에서 너무나 현실을 떠난, 추상적이고 난해하며 심지어 억지다짐이거나 시적련관이 없는 언어조합의 글유희가 되여서는 더욱 안된다.
동시집 《사슴이 발풍금 친다》는 총체적으로 어린이들의 년령과 사유발달의 법칙과 습관, 리해력에 모를 맞추었고 동시의 “어린이눈높이”를 실현하고 있다.
우주에서/양떼들이 달립니다//우주에서/백마가 달립니다//
양떼가 백마 되고/백마가 양떼되다가/하얀 바다가 됩니다.
이 동시는 어린이들의 리해력, 눈높이에 잘 맞추어 창작한 동시라고 할수 있다. 어린이들은 하늘에 피여있는 구름을 “양떼”, “백마”, “양떼와 백마가 합친 하얀 바다”로 리해하면서 상상, 련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다.
현대동시는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접촉했을 때는 리해하기 어렵거나 모호하거나 엉뚱할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나 선생님의 지도하에 다시 음미해보면 새로운, 남다른 시적감수를 느낄수 있어 어린이들의 지력개발과 예술적감각과 정서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유조하다. 그러나 너무 엉뚱한 발견이나 상상, 변형에 빠지면 해로운 점도 없지 않다. 문제는 작가들이 현대동시를 어떻게 창작하며 부모나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에게 현대동시를 어떻게 수용시키는가에 있어서 그 지도적역할도 홀시할수 없다.
동시 “강물”에서 어린 독자들은 먼저 제목을 보지 않고 혹은 보았다 하더라도 “가는 실을 뽑다가”, 또 “굵은 뱀을 그리다가”, 그리고 “파란 주단을 짜다가”를 읽으면 처음엔 무슨 말인지 리해하기 어려울수 있다. 이럴때 부모나 선생님들이 곁에서 강물의 특성을 말해주면 어린이들은 대뜸 리해되며 련상과 상상을 통해 동시의 내용을 파악할수 있다.
그리고 현대동시의 소재들은 어린이들과 가깝고 그들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 동시 “연”은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늘 즐기는 놀이감이다. 그리고 연을 “금붕어”로, 아롱다롱한 모습을 “색동저고리”로, 하늘을 “유치원”으로, 높이 멀리 나는 모습을 “천리마가 하늘초원으로 간다”고 표현함으로써 어린이들의 생활에 가깝고 또 리해하기도 쉽다.
그리고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것은 현대동시창작에서 발견과 변형, 엉뚱한 상상에만 지우치면서 동시의 예술승화, 정서배양과 지도성(문학예술창작의 합법칙성을 통한)을 잊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이 동시집을 읽어보면 이면에서 발견은 좋은데 아직 예술적인 승화와 예술정서가 좀 따분한 느낌도 없지 않다. 물론 작자가 “석달전 어느날엔가 우연히 시와 인연이 되여 지나온 생을 돌이켜보았다. 높고 낮은 인생길을 걸으며 나에게 무엇인가 모자람을 알게 되였다. 무엇일가?”라는 말을 들어본다면 짧은 시간내에 현대동시의 특성을 리해하고 많은 현대동시를 창작해냈다는것은 실로 탄복할 일이다.
작자는 이번 동시집을 내면서 “나에게 있어 모자람은 무엇인가를 채울수 있는 좋은 빈자리라는것을 느꼈다. 동시를 쓰면서 나는 다시 동년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짜릿한 기분이였다. 한수의 시를 쓸때마다 다른 세계를 볼수 있었고 정지되여 있던 사물의 운동을 볼수 있었다.”고 자기의 감수를 피로하고 있다.
바라건대 방순애녀사께서 계속하여 현대동시창작에서 새로운 예술적인 돌파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바다가에서 날고 있는 갈매기의 모습을 살아질 때가지” 추적하면서 동시창작의 예술세계에서 자기만의 “추구와 향수”를 만끽하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동시집의 출간을 축복하는바이다.
2012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