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문학연구의 새 지평을 연 비평서-김관웅, 김호웅의 《김학철문학과의 대화》를 평함
조성일
연변대학 교수들인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의 공저로 된 문학비평서 《김학철문학과의 대화》(아래서 《대화》로 략칭함)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2009년 2월에 출간되였다. 이 비평서에는 19편의 론문과 평론 그리고 18편의 수필, 잡문이 수록되여있으며 비평서의 앞에는 연변대학 김병민교장의 추천사, 작자의 “자서(自序)”가 곁들여져있다. 필자는 최근에 이 비평서를 정독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비평서는 필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독하는 과정에 이 비평서가 김학철문학연구의 새 지평을 연 “불간지서(不刊之書)”라고 느껴져 변변치 못한 생각이라도 글로 옮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였다.
《대화》를 출간하게 된 근원적충동
격동의 20세기를 치열하게 사시다가 타계하신 김학철은 우리 민족이 낳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싸운 반일투사이며 그 어떤 정치적 폭압의 화택(火宅)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시대의 불의에 과감하게 저항한 실천적인 현대지성이며 우리 민족의 문학발전사에 체험의 문학, 저항의 문학, 증언의 문학, 디아스포라문학을 떠올린 문학거장이다. 김학철문학은 중국조선족문학의 상징일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좌표이기도 하며 또한 세계 우리 민족 디아스포라문학산맥중의 하나의 고봉이기도 하다.
연변대학의 교수들인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는 어릴적부터 바로 김학철의 문학동네(연길)에서 태여나 자라면서 “먼 발치에서나마 쌍협장에 몸을 싣고 외다리로 걸어다니는 김학철의 모습을 보았었다”. 그러나 그때는 다만 김학철이 “가장 극악한 우파분자”라는 소문만 들었지 그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본적도 그의 작품들을 읽어본적도 없었다. “문화대혁명”때도 이른바 “악독한 반동소설”때문에 “공판”을 받았다는 소문만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러나 두 형제는 큰 형님(김봉웅)을 통해 그의 신상이나 경력을 들으면서 모름지기 “그 용감한 척각의 괴한”을 만나보고싶은 생각을 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속의 생각일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나중에“문화대혁명”이 마무리된후 김학철은 만기출옥을 하고 복권하게 되였고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도 신진 소설가, 평론가로 문단에 등단하게 되자 두 형제는 김학철을 만나게 되고 김학철자택을 방문해 직접 그와 근거리 대화도 나눌수 있게 되였고 그의 작품을 열독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였다. 실로 “이때로부터 그의 문학, 즉 그 령혼과의 본격적인 접촉이 시작된것이다.”
이런 와중에 김관웅, 김호웅은 저도 모르게 김학철의 문학세계에 심취되여 그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으면서 문학수업과 문학창작의 길에 들어서게 되였고 김학철의 가장 열성스러운 독자와 문학팬이 되였고 그의 숭배자로 되였다. 이에 대하여 두 형제는 《대화》의 권두에 실린 “자서(自序)”- “거룩한 령혼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있다.
“우리 두 형제는 김학철의 생전이나 사후나 모두 시종여일 그의 숭배자이고 문학팬이다.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변함이 없을것이다”. “우리 두 형제는 김학철의 정신과 그 정신을 담은 그의 문학은 우리 민족정신의 홰불 같은 존재이고 우리 민족문학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조리한 실존상황하에서 한평생 가장 사람답게 살아오면서 불의에 용감하게 저항을 해온 가장 인간다운 김학철의 거룩한 령혼과 만나고 또 수시로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 것을 이 삭막한 세상에서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한 사람에게 령혼이 있듯이 한 민족에게도 령혼이 있어야 하며, 적진으로 돌진하는 군대에게 기치가 있어야 하듯이 난관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민족에게도 전진의 기치가 있어야 한다. 김학철은 중국조선족문학의 령혼이고 기치이며 나아가서는 중국조선족의 령혼과 기치라고 할 수 있다.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의《대화》는 중국조선족의 령혼과 기치를 확인하려는 이 근원적충동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충동이 있었기에 90년대 초반부터 김관웅, 김호웅은 평단의 앞장에 서서 김학철문학 관련 론문이나 평론, 수필, 잡문 등 창출에 심혈을 몰부었고 김호웅은 김해양과 공동으로 《대화》의 출간 전에 훌륭한 전기문학 《김학철평전》을 펴냈으며 하북성 호가장에 김학철문학비를 세우는 일에서도 앞장에 섰던것이다…
이번에 두 형제가 출간한 “대화”는 두 형제가 말하듯이 바로 상술한 근원적충동에 의한 “김학철과 만난 생명체험의 기록”이요, “령(灵)적인 대화”요, 김학철문학과의 지적인 대화라고 할수 있다. 이런 대화는 김학철 숭배자로서의 두 형제가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늘 시인처럼 강렬한 감정이입의 심리상태에 처했”기에 강렬한 감정활동이 개입되고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대화》의 창의적인 시각과 사로(思路)
김학철문학비평발전사를 추적해 보면 그의 창작과 동보하여 선후로 담론식 촌평(寸評)시기(1946.4-1946.11), 비평 부재의 시기(1946.11-1950.12), 인상적비평 시기(1952.10-1957.6), 집중포격 및 탄압의 정치적비판 시기(1957.7-1980.12), 비평과 연구본연에로의 회기 및 본격적인 발전시기(1990년대-현재)를 경유하여왔다.
개혁개방후 김학철문학의 재활 및 거족적인 발전과 휘황한 성과에 고무된 국내외문학비평가들은 비평과 연구 본연에로 회기하여 80년대 말 특히 90년대 초부터 박충록,조성일, 최삼룡, 김동훈, 장정일,전국권, 전성호, 조일남, 리광일, 김경훈, 우상렬, 김성호 등을 비롯한 문학평론가들이 김학철문학에 대한 촌평, 인상적비평에서 탈피하여 리론적인 뒤받침이 있는 현장비평과 학문적인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였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떠올렸다. 하지만 김학철문학연구의 시각과 사로 및 방법론이 다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는 다년간 특히 이 몇 년동안에 김학철문학연구에서의 기성의 틀을 깨고 남다른 창의적시각과 사로에 기대어 독창적인 지론을 펴냄으로써 김학철문학연구를 새로운 차원에로 올라서게 하였다. 《대화》가 바로 이에 대한 웅변이라고 생각된다.
김관웅교수는 자기의 문학관을 두고 다음과 같이 피력한바가 있다.
“우리의 교육이나 문학예술이 우리 민족문화를 보전하고 지키는 기능을 잃는 날이면 우리 중국조선족문화가 일조에 봄눈마냥 녹아버릴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나는 오래전부터 민족적사실주의문학을 고창해왔다”.
“김학철의 문학은 철두철미한 참여문학이며 그의 문학정신은 민족의 운명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현실에 대한 예리한 비판으로 특징지어 진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김호웅의 문학관도 김관웅교수의 문학관과 대동소이하다고 생각된다. 두 형제는 이런 문학관의 조명아래 창의적인 시각과 사로를 무르익히고 종합적인 방법론을 채용하여 김학철문학을 새롭게 다루었다. 두 형제의 창의적인 시각과 사로는 이 비평서의 압권(壓卷)으로 되고있는 김학철문학에 대한 작품론적접근, 비교문학적접근, 작가론적접근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있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비평가 M.H.에브램스는 《거울과 등불-랑만주의문락리론 및 비평전통》이라는 저서에서 “문학의 네가지 요소”, 혹은 “문학의 네가지 좌표”라는 유명한 견해를 제출했는데, 그는 문학은 일종 활동으로서 언제나 작품, 작가, 세계, 독자 등 이 네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인정했으며 문학창작 특히 문학연구나 문학비평은 모두 이 네가지 요소를 떠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M.H.에브램스의 이 “문학의 네가지 요소” 혹은 “문학의 네가지 좌표”를 다음과 같은 도표로 보여준바 있다.
세계
↓↑
작품
↙↗ ↘↖
작가 독자
김관웅, 김호웅의 《대화》는 바로 에브램스가 지적한 문학연구와 비평의 네가지 좌표에 근거하여 자기의 연구대상을 선정하고 평론집의 구성도 바로 이 좌표에 근거하여 설계한 것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역시 이런 사로(思路)에 좇아 김학철문학을 단일한 각도가 아니라 다각도에서, 단일한 방법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론을 동원하여 립체적으로 조명하게 된 것이라고 믿어진다. 중국조선족평단의 학원파 비평가로서의 김관웅과 김호웅의 김학철연구는 바로 이처럼 체계적인 문학리론과 방법의 지도아래 진행된 아주 리성적인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또한 일반적인 인상비평과는 다른 이들 두 형제의 비평의 특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중의 “작품론적접근”은 주로 작품 본체에 대한 연구에 주력한 론문들이 주축을 이룬다. 그중 대표적인 론문으로는 김관웅의 “《격정시대》 ‘혁명성장소설’의 성격”, “쏘공20차대회이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콘텍스트속에서 본 김학철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 김호웅의 “우리 문학의 산맥-김학철” 등을 들수 있다.
지난날의 김학철 《격정시대》에 대한 연구를 추적해보면 평론가들이 여러모로 다루었지만 “혁명성장소설”의 각도에서 《격정시대》를 체계적으로 다룬 론문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김명인, 신경림, 연변의 장정일은 자기의 글을 통해 김학철의 장편소설 《격정시대》가 “혁명성장소설”임을 지적했거나 또는 《격정시대》가 갖고있는 “혁명성장소설”의 속성에 대해 단편적으로 론의를 했지만 그 이상의 상세하고 구체적인 론의는 전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김관웅교수는 자기의 론문을 빌어 신력사주의적인 연구시각과 방법으로 《격정시대》가 갖고있는 “혁명성장소설”의 성격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분석과 서술을 가했다. 이 론문에서는 주로 주인공 서선장의 성장과정을 주축으로 하여 《격정시대》의 “혁명성장소설”의 성격을 파헤쳤는바 유년시절 서선장이 고향 원산의 주변환경과 그로부터 받은 영향, 소년시절 서선장의 서울에서의 정신적성장, 청년시절 서선장의 중국 상해, 남경에서의 정신적성장, 중앙륙군군관학교 졸업후 국민당군대에서의 서선장의 정신적성장, 조선의용대에서의 서선장의 정신적성장, 항일의 봉화가 타오른 태항산에서의 서선장의 정신적성장 등에 대한 분석과 서술을 통하여 《격정시대》가 전형적인 “혁명성장소설”임을 증명하였으며 혁명성장소설로서의 《격정시대》가 이룩한 사상, 예술적성취는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 아직까지는 전무할뿐만아니라 전반 조선반도의 문학사에서도 전무하다고 평가하였다.
김관웅교수의 “쏘공 20차대회이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콘텍스트소에서 본 김학철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는 문학작품과 세계 사이의 상호 력동적인 관계에 주목한 무게가 있는 학술론문이다. 김관웅교수는 이 론문의 “들어가는 말”에서 《20세기의 신화》에 대한 기존연구의 폐단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있다.
“쏘공20차대회이후 국제공산주의운동이라는 콘텍스트를 떠나서는 김학철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의 주제와 사상을 깊이있게 리해할수 없다. 그리고 김학철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의 주제의 깊이와 사상의 높이는 중국조선족문학의 범위와 수준을 훨씬 초월했다. 그러나 우리 평단에서의 《20세기의 신화》연구는 아직은 중국 국내 정치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따라서 그 작품세계를 세계문학이라는 이 대배경속에 놓고 연구하려는 시도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1)
김관웅교수는 바로 이런 폐단을 감안하고 《20세기의 신화》연구에서의 새로운 돌파를 시도하였는바 이 론문을 통해 쏘공20차대회이후 국제공산주의운동이라는 콘텍스트와 세계문학이라는 대배경속에서 대담한 사유와 풍부한 사료를 동원하여 《20세기의 신화》의 높은 문학적가치를 천명하였고 《20세기의 신화》를 세계문학권으로 격상시켰다. 다시말하면 《20세기의 신화》등은 전 사회주의문학권에서의 “집중캠프문학”이나 “정견이 부동한 작가들의 문학(不同政見者文學)”의 계보에 올려놓았다.따라서 이 론문은 전 사회주의권에서의 “부동정견자문학”계보의 수립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데 일조하였고 전 사회주의문학권문학에 대한 총체문학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실로 이 론문은 김학철문학연구분야에서의 “기려화타(奇麗花朶)”라고 할수 있다.
김호웅교수의 “우리 문학의 산맥 - 김학철”도 김학철문학에 대한 작품론적접근의 수작이다. 이 론문은 김학철의 작품에 반영된 그의 경력과 체험, 그의 창작의 길, 그의 정치미학적관점을 통하여 김학철과 그의 문학의 총체상을 체계적으로 그려내고 김학철의 인생과 문학을 문학사적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김호웅교수는 조선족비평계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김학철을 “조선, 중국, 일본을 무대로 싸웠던 ‘동아시아 일체형’의 혁명투사”이며 “그의 문학을 체험과 증언의 문학으로 규정”하였으며 “조선의용군 용사들을 위해 예술적기념비를 세우고 우리 문학의 한 공백을 메웠다”고 평가하였다..
두 형제의 《대화》에서 김학철문학에 대한 비교문학적접근에 바쳐진 론문들은 주요한 자리를 점하고있다. 김관웅교수의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중국, 외국 문학예술 사이의 ‘상호텟스트성’연구”, “로신과 김학철의 잡문 비교연구”, “솔제니친과 김학철문학 비교연구시론”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김관웅교수는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중국, 외국 문학예술사이의 ‘상호텍스트성’연구”라는 론문에서 우리 평단에서 처음으로 비교문학의 시각과 방법론에 기대어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중국, 외국 문학예술사이의 상호텍스트성 연구를 진행하여 높은 학술적성과를 달성하였다. 이 론문은 그 성과로 보아 “쏘공 20차대회이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콘텍스트속에서 본 김학철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와 쌍벽을 이루고있다.
김관웅교수는 이 론문에서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로씨야, 쏘련문학 및 전반 구미문학 사이의 “상호텍스트성”,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중국문학사이의 “상호텍스트성”,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와 외국예술사이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과학적인 론증과 치밀한 분석을 통하여 《20세기의 신화》라는 이 문학테스트가 중국과 외국문학예술의 수많은 문맥들과 이어지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묘파하면서 다음과 같은 창의적인 지론을 펴냈다.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는 다른 기호체계로서의 외국문학예술과 교섭하는 지점에서 량자는 ‘대화’를 벌였다. 창조적인 텍스트는 이러한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텍스트이다.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가 바로 이런 창조적인 텍스트이다. 인류가 창조한 고상하고 아름다운 문학예술의 맥락속에서, 또 인류가 창조한 고상하고 아름다운 문학예술과의 충분한 대화속에서 김학철은 《20세기의 신화》를 창작해냈던것이다.”(2)
“김학철은 《20세기의 신화》에서 외국문학에서의 사회비판적, 사회부정적성향을 띤 텍스트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하고 상대방의 담론에 대응하여 자기의 담론을 조절하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의 담론도 조절하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김학철은 자기의 텍스트 《20세기의 신화》를 중국조선족문학 나아가서는 중국, 조선문학에서도 가장 랭철한 현실비판과 가장 견결한 현실부정과 비판의 성향을 지닌 사실주의창작원칙에 립각한 정치소설로 되게 하였던것이다”.(3)
이밖에도 김관웅교수는 “솔제니친과 김학철문학 비교연구 시론”을 통해 솔제니친과 김학철문학의 동질성과 차이성을 학구적으로 검토하면서 “김학철은 그 문학세계가 도달한 사상예술적경지로 보아서 중국조선족문학의 범위를 초월한 작가”이며 “국내적인 각도에서 볼 때 김학철의 《20세기의 신화》는 중국조선족문학에서는 물론이고 전반 중국의 지난 세기 문학사에서도 가장 일찍 나타난 ‘수용소문학’이고 가장 전형적인 잠재창작의 표본”이며 “국제적인 각도에서 볼 때도…이 두 작품은 전 사회주의권에서의 가장 중요한 ‘수용소문학’의 대표적작품으로 자리매김을 하고싶다”하였다.
또한 “로신의 정신과 김학철의 문학”이란 론문에서 영향연구와 수평연구의 복합적인 방법으로 김학철이 로신을 숭배하고 따라배우게 된 주관 및 객관적원인, 로신문학에 대한 김학철의 수용과정, 로신과 김학철의 성장과정과 성격의 류사성, 로신의 정신과 김학철문학의 관련 양상, 로신문학과 김학철문학사이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감명깊게 서술하였다.
비평서 《대화》에서 또 하나 이채를 돋히는 것은 김학철문학에 대한 작가론적접근에 바쳐진 론문들이다. 이런 론문들중에서도 김관웅의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문학창작”, 김호웅의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그의 중편소설 ‘밀고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두 론문은 한결같이 “감옥살이전문가(專業戶)”인 김학철의 고통스러운 옥중체험을 빌어 그의 문학연구에 다각도로 접근하였다.
김관웅교수는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문학창작”을 통해 전기적인 연구방법과 문학심리학의 시점으로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문학창작의 함수관계를 감동적으로 펴냈다. 김관웅교수는 이 함수관계를 다음과 같이 개괄하고있다.
“김학철은 일제와의 싸움에서 총상을 입고 포로로 잡혀서 일본감옥에 갇혀 4년동안이나 철창생활을 하면서 젊은 나이에 다리 한쪽을 절단한다. 해방후에도 척각의 사나이 김학철은 장기간 역경에 처한다. 1957년 우파감투를 쓴 뒤로부터 24년동안 김학철은 사회로부터 비인간적인 정치적박해를 당했다. 특히 감옥에 갇힌 10년동안 인간의 가장 귀중한 자유를 상실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박탈당한다. 바로 이처럼 많은 귀중한것들을 박탈당했기에 그 빼앗긴 귀중한 존재들에 대한 김학철의 갈망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했다. 옥살이는 김학철에게 말할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의지를 더욱 굳세게 단련하였다. 장구한 고통스러운 세월속에서 김학철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수많은 인민대중의 고통을 절실하게 체험하게 되였으며 나아가서는 모든 인간들의 고통을 깊이 리해하게 되였다. 이리하여 김학철은 자기만이 아니라 전반 인민대중들을 불행의 구렁텅이에로 몰아넣는 그릇된 로선과 사회의 각종 비리에 대해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게 되였으며 짓밟히는 약자들에게 대해 무한히 동정하고 사랑하는 휴머니즘적인 정신을 갖게 된것이다. 그리고 김학철의 고통스러운 옥중체험은 인간의 내재적인 정감을 꿰뚫어보는 관찰력과 감수성을 강화하여 인간의 내심세계를 훌륭하게 그려낼수 있게 했던것이다. 바로 이런 고통스러운 옥중체험은 김학철의 창작적충동과 예술적상상력을 격발시켰고 아울러 다른 사람은 가지고싶어도 가질수 없는 수많은 량질의 창작적소재를 확보하게 하였던것이다. 일언이페지하면 김학철의 문학은 고통의 예술적승화라고 할수 있는것이다.”(4)
김호웅교수의 론문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그의 중편소설 ‘밀고제도’는 김관웅교수의 론문과 궤를 같이 하면서 김학철의 옥중체험과 김학철문학의 함수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생동하게 천명하였다.
“밀고제도”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추적해보면 1990년에 출간된 《중국조선족문학사》(1990)에서도 론의되지 않았고 그후에도 별로 다루지 않았다. 다만 2006년 연변대학교 김경희의 석사학위청구론문 ‘김학철 옥중체험문학연구’에서 간략하게 다루었을뿐이다. 김호웅교수는 옥중체험의 문학창작에 대한 영향 그리고 김학철의 중편소설 ‘밀고제도’의 사상, 미학적성취 및 그 문학사적의의에 대해 조선족평단에서 처음으로 전면적이고도 체계적인 론의를 진행하였다. 그중 한대목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다.
“김학철의 중편소설 《밀고제도》는 투철한 인도주의적립장에 서서 인권을 유린하고 아름다운 인간성을 왜곡, 타락시키는 밀고제도에 대해 신랄한 풍자와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고 인간 생명과 존엄의 승리를 노래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사회비판성과 인문정신을 드높은 수작이다.
중편소설 《밀고제도》는 《20세기의 신화》와 달리 김학철 자신의 옥중체험을 다룬 자서전적인 작품이라는데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대혁명》시기의 저질적인 밀고풍토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옥중체험을 다룬 그의 모든 작품들을 집대성하고있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1980년대 중반에 발표한 리원길의 《한 당원의 자살》(1985)과 함께 우리 조선족문학에 있어서의 “반성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다루어져야 할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보여준 2차적알레고리에 의한 서사구조상징성, 다양한 내적시점에 의한 현념의 조성기법, 참신한 수사기법과 유머는 우리 소설문학의 수준을 한단계 제고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김관웅이 지적한바와 같이 김학철의 《밀고제도》는 그의 《20세기의 신화》, 《죄수의사》등과 함께 로씨야 솔제니친의 《이반 제비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수용소군도》, 빠스쩨르냐크의 《의사 지바고》, 헝가리의 알텔 케스트러의 《정오의 암흑》등 반쓰딸린주의, 반개인숭배의 소설들과 함께 전(前)사회주의문학권에서의 ‘집중캠프문학’이나 ‘정견이 부동한 작가들의 문학(不同政見者文學)’과 같은 계보를 이루고있다”.(5)
총적으로 비평서 《대화》는 그 내용으로 보나 시각과 방법론으로 보나 표술(표술)방식에서 보나 모두 김학철문학연구에서 중대한 창신(創新)이 있다. 이 비평서는 “우리 문단의 현주소와 김학철문학연구의 수준을 대변”(김병민)하는 비평서로서 그 학술적가치와 재료적가치가가 높다. 따라서 김학철문학의 장편대론인 《대화》는 향후 김학철문학연구가들의 필독서로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두 형제의 비평스타일과 김학철문학연구에 대한 기여
연변대학 교장 김병민박사는 《대화》의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있다.
“김관웅박사는 나와 동갑이요, 김호웅박사는 나보다 두살 아래다. 우리 모두 정판룡교수의 문하에서 학위를 받았고 수십년을 함께 일해온터라 서로 너무 잘 알고있다. 성미가 불같고 비정과 비리를 용서할줄 모르는 김관웅박사는 워낙 총기가 좋은데 많은 독서를 해서 박학다식한 학자로 정편이 나있고 김호웅박사는 형과 달리 너그럽고 수완이 좋은데 달변에 달필로 소문이 나있다. 두 박사형제는 서로 성미는 다르지만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명교수로 문단에서는 재기 넘치는 작가, 평론가로서 조선족교육과 문학발전에 특수한 기여를 하고있어 늘 우리 모두를 가슴뿌듯하게 하고있다.”(6)
수족지정(手足知情)을 갖고있는 김관웅, 김호웅 두 형제는 재기가 넘치는 문학비평가이다.김관웅, 김호웅교수는 성격은 다르지만 학술연구와 문학비평에 들어가서는 특히 김학철문학연구에서는 지동도합(珍道合)하고있으며 상득익창(相得益彰)하고있는 것이다. 비평서 《대화》가 알려주다싶이 두 형제의 론문과 평문은 탄탄한 리론적바탕우에 세워진 글들로서 비평시각과 사로가 창의적이며 문학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분석, 론증정상(論證精詳), 광정박인(廣征博引), 언지성리(言之成理)가 특징적이다. 그들의 글들은 학구적인 론문 등의 전형적인 학자풍의 비개성적인 문장과는 달리 평론가로서의 명쾌한 가치판단과 개성적 풍격를 반영하고있으며 그들 비평의 근저에는 민족적사실주의와 인간 옹호의 인도주의가 물결치고있다. 그들의 비평에는 상술한 공통분모가 있으면서도 김관웅교수의 비평은 많은 경우 새로운 문제의 제기와 날카로운 필봉으로 자기의 비평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즉 김관웅의 비평스타일은 병필직서(秉筆直書), 체대사정(體大思精), 강건함이 특징적인데 반하여 김호웅의 비평은 문필이 류려(流麗)하면서도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모습을 돋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실로 그들은 자기의 비평어법과 연구스타일을 구비한 비평가, 연구가라고 생각된다.
김관웅교수는 본 세기에 들어서서 김학철문학에 대한 평론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진행한 비평가로서 《대화》가 시사하다싶이 김학철문학 연구에서의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 특히 비교문학의 시각과 방법론으로 김학철문학연구의 시야와 공간을 확장시켰으며 김학철문학을 세계문학권에 인입시켜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으며 또한 그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관웅교수는 로신과 김학철 문학의 비교연구에서도 개척적인 역할을 하였는바 김학철문학연구에서 비교문학연구의 장을 연 개척자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김호웅교수는 김학철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일찍 1989년 김학철문학연구의 객관적분위기가 여의치 못한 환경속에서도 《김학철론》을 펴내어 조선족평단에서 처음으로 김학철문학에 대한 체계적연구를 시도하였고 그 후에도 김학철의 삶과 문학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거듭하면서 수많은 훌륭한 론문과 평론을 펴냄으로써 김학철문학에 대한 독창적인 지론을 펴냈다. 그는 김학철문학 연구의 활성화와 본격적인 진전(進展)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가 한국에서 펴낸 전기문학인 《김학철평전》(2008)은 김학철의 일대기에 대한 처음으로 되는 방대하고도 체계적인 평전으로서 지금 바야흐로 국내외문단의 각광을 받고있다.
두 형제에 대한 희망사항
끝으로 두 형제에 대한 희망사항이라면 김학철의 삶과 문학연구에서 김학철 말년의 대문인관계의 장단점을 실사구시적으로 계통적으로 해부하며 김학철문학의 예술적인 면에서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론평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필자는 두 형제가 이런 희망을 현실로 탈바꿈시킬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있음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두 형제의 건필을 빈다.
2009.4
주:
(1) 김관웅 김호웅《김학철문학과의 대화》2009년 2월 연변인민출판사 출판 128페지.
(2) 동상서 192페지.
(3) 동상서 192-193페지.
(4) 동상서 406-407페지.
(5) 동상서 420-421페지
(6) 동상서 4페지.
출처:중국조선족문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