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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보름에 눈을 맞으며
2015년 03월 05일 11시 20분  조회:1690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아침부터는 눈까비가 내리는듯 하더니 오후가 되니 큰 눈이 되여 흩날렸다. 새해 정월 대보름날 큰 눈이 내리는것이다. 일기예보에서 밤새 큰 폭설이 내린다고 한다.
  봄눈이다. 눈이 내릴때면 즐거워하는 족속들이 있다. 애들이 좋아하고 강아지가 좋아한다. 연인들도 좋아한다. 금년 정월대보름은 일요일에 맞춰져서 휴식하기가 좋다. 회사에서 당직을 서는 직원들을 다 휴식시키고 나만 별일도 없고 해서 대신 교외에 있는 공장에 가서 당직을 섰다. 앞뜰에 매놓고 있던 강아지를 풀어놓으니 좋아서 이리저리 날뛴다. 눈더미위를 뛰여다니며 펄쩍펄쩍 뛰다가는 내품에 덥석 안긴다. 입고간 옷에 얼룩이 갔지만 자못 흐뭇하고 즐겁다.
눈이 오면 나도 즐겁다. 꼭 아이가 된 기분이다. 강아지처럼 저기 눈밭에서 뒹굴고 싶어진다. 어릴적 아버지와 누나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누나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눈덩이를 굴리면 아버지도 함께 일손을 거든다. 큰 눈사람 하나 만들어서는 거기에 눈섭을 그리고 코를 만든다. 어머니는 언제나 처럼 멀리 서서 우리들이 즐거워하는걸 보며 함께 즐거워 하신다. 혼자서 정원에 쌓이는 눈을 보며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려니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느낀다. 그 아름답던 시절이 어제같은데 부모님은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다.
  오늘은 과거의 결과이며 내일은 오늘의 연장선이다. 우주의 알수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태어나고 죽는 생명의 계보는 무엇일까? 그 시간속의 생명의 어느 고리 하나가 빠져나가도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좀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과거의 모든 생명은 오늘날 이 생명 때문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지금,바로 오늘은 연결되어 있는 별자리처럼 미래에도 영원히 계속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대의 오늘은 영원하다>라고 말한 아우구스티누스도 이러한 생각하에서 말한게 아닌가 싶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놀기를 좋아하는 젊은이였으나,성인을 만나 기독교에 귀의하여 중세를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마침내 후세에 영향을 미쳤다.
<내일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을 아껴라.>등 많은 명구가 있다.
  어릴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말들이 나이가 들면서 차츰 이해가 가고 동감이 간다.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어 보려고 한참을 낑낑댔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금방 내린 눈이라 잘 붙지를 않아서 눈이 덩이가 지지 않았다. 눈이 내려서 공기의 압력에 의해 약간 굳어졌을때 눈사람을 만들기 딱 좋은때다. 손에 잡히는대로 책한권을 들고 보다가 누운것이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깨여보니 벌써 해가 서산을 넘은 시간이다. 오랜만에 자는 낮잠이라 혼곤히 잘 잔듯하다. 그러나 눈빛에 바깥은 그대로 환하다.
밤새 눈이 내리면 새해 보름달을 볼수 없을 같다. 올해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이라도 빌어보고자 했는데 눈때문에 안될것 같다. 마음이 가르키는 방향을 향해서 눈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소서>하고 빌어보았다.
  봄눈이 오면 새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瑞雪兆豊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풍작을 거두는 한해가 되였으면 좋겠다. 이제 또 하루가 지나가면 새로운 하루가 올것이다. 그 날은 내일일까 오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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