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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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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언어의 에너지 (수필)
2019년 07월 16일 09시 02분  조회:414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언어의 에너지 

김명숙

 

천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세상에 태여난 꽃은 사람들의 눈을 풍요롭게 호강시켜주는 즐거운 감상물로 널리 알려져있다. 대화가 필요 없고 동행자도 필요 없으며 표정관리에도 구애 없이 울적하고 괴로운 마음 그대로 소통을 가질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꽃이 아닐가? 꽃의 매력은 누구에게라 없이 똑같이 웃어주고 반겨주고 예쁨을 선사하는 대공무사함에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가 소유하고 있는 특이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그 어여쁨을 소리없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자연의 황후로 떠받들리여 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예뿐 꽃들 속에도 빛나는 그 이름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랭대를 받으며 생존하는 꽃도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자라고 있는 라플레시아는 세계적으로 제일 큰 꽃으로서 꽃 중의 왕으로 불리우지만 인간을 혼절시킬 만큼 심한 악취를 발산시키는 바람에 ‘악마의 혀’ 또는 ‘부두교의 백합’이라고도 불리운다. 라플레시아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식물중의 하나이지만 사람들에게 아드레날린을 발산시켜 자기의 소중한 이미지를 잃어가기에 거의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 그런 소통을 통하여 서로가 알아가고 익숙해지고 친해지면서 함께 원하는 뜻을 이루기도 한다. 소통의 주요한 요소는 서로 지간에 주고받는 대화들로서 그러한 언어들이 바로 소통의 지름길로 되고 있다. 향기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꽃들처럼 같은 언어라도 그 표현이 다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가 하면 타인에게 주는 감수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찍 세종대왕이 발명했다는 우리 문자는 못 나타낼 뜻이 없고 못 나타낼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언어라고 하지만 아해 다르고 어해 달라 사람들을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며 지어 누군가를 험한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삶에 충실하고 부모한테 둘도 없는 극진한 효녀로 소문난 한 녀성의 이야기는 부정적인 언어의 위해성을 더더욱 명백히 깨우쳐주고 있다. 그녀는 일찍 사고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고 50대 초반에 또 장대 같은 남편까지 잃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안고 하루하루 눈물로 절망의 나락에서 헤매이고 있을 때 일부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살이 센 녀자라 뒤공론을 했고 또 일부 사람들은 사나운 팔자여서 하늘이 벌을 내렸다고 터무니 없는 날조를 퍼뜨렸다. 가슴이 찢기는 아픔에 부대끼는 그녀에게 명석한 두뇌로 세상을 바라보기까지는 그 당시 너무나 막연한 일이였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팔자가 나쁘고 살이 센 녀자로 착각하면서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였고 점차 삶의 의욕마저 잃고 말았다. 한 사람의 소중한 존재가 이렇게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놀려버린 혀자루에 찔려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절벽의 나락에서 헤매이는 그녀로 하여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은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긴장에 떨었으며 그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 가정에 불화가 생긴 건 우연한 사고일 뿐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이 한 불행 앞에서 당연 위로의 말로 힘과 용기를 주어 상대로 하여금 시급히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헤여나오게 하는 것이 천만 바람직한 일이 아닐가? 병은 치료하고 싸움은 말리라는 말이 있다. 굳이 아드레날린 같은 악취를 발산시켜 한 사람을 천길 나락에 빠드리는 건 인간으로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한치의 혀가 석자의 칼보다 더 무섭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하군 한다. 부정적인 언어를 늘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현실이, 그리고 긍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삶이 따른다고 한다. 주먹을 부르쥐고 열심히 뛰여도 딸리는 게 시간인데 뒤뜰에 앉아서 남의 험담이나 일삼으며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의 뒤에 구경 무엇이 따를가? 무심하게 뱉은 한마디 말이 가지를 치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면 어떤 악과가 초래될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타인에게 잘못 날린 한가닥 화살이 몇십개로 불어나 자신에게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 생각이나 해보았는가?

높은 언어수양을 갖추려면 우선 인성적인 바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재능이 뛰여나다 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긍정, 배려, 존중의 가치를 깨치지 못한다면 천부적인 재능도 저층 바닥에서 나뒹굴 수 있고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악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

일찍 진秦나라에 진시황을 도와 중국 최초 통일 제국을 이룩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이사’라는 승상이다. 이사는 문자와 각종 도량형을 통일하고 제도와 법률을 제정하여 진나라(통일제국)를 건설하였다. 이사는 법가사상으로 유명한 한비와 함께 순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동문수학하였다. 한비는 한나라 왕족으로 진나라에 온 한나라의 사절의 역할을 맡은 인물이였다. 순자의 문하에서 함께 수학한 이사는 간지奸智에 뛰여난 변설가辩说家인 반면 한비는 타고난 말더듬이였으나 두뇌가 매우 명석하여 학자로서는 이사가 도저히 미칠 바 못되였다고 한다. 

진나라의 시황제는 한비의 《고분》과 《오두》의 론설을 보고 “한비와 교유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감탄하였고 그 후 한비를 만나자 크게 기뻐하며 그를 진나라에 머물게 하려고 하였다. 진왕이 그를 총애하게 될 것을 념려한 이사는 한비의 재능을 몹시 질시하였다. 드디여 이사는 한비에게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도록 하고는 시황제에게 참언谗言하여 한비를 옥에 가두게 한 후 한나라로 돌려보내면 반드시 후환后患이 있을 거라고 모함까지 하여 한비에게 사약死药을 내려 자살하게 하였다. 이사는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여 권력과 부귀를 얻었을망정 공덕이 없었던 인물이다. 동문수학했던 한비도 비정하게 죽이는 친구였고 결국에 자신도 허리가 잘리는 참수를 당하였다고 한다.

권력과 부귀를 탐하여 생긴 지나친 질시는 종당에 소중한 자신마저 해치고 말았다. 

언어란 잘 다루면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발산시켜 가물에 시들었던 꽃이 샘물을 듬뿍 먹고 생기를 되찾은듯 우리의 고달픈 삶에 좋은 영양소로 될 수 있다.

내가 살던 고향에 ‘효원’이라는 양로원이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으로 겨울 김장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 아담하고 산뜻하게 꾸며진 ‘효원’이 좋은 환경으로 소문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른아침부터 밝은 웃음으로 로인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한다는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소행이 더더욱 ‘효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되고 있다.

“간밤 잘 주무셨어요?”

“불편한 점 없으셨어요?”

모진 풍상에 부대끼고 지쳐서 머리에 하얀 서리를 이고 계시는 로인들, 멀리 떠난 자식들을 하염없이 그리며 기다리며 마음에 골병이 들 대로 들었지만 하루도 빠짐없는 그들 부부의 살뜰한 대화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군 한다. 서로 다른 지방에서 모여왔고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로 때로는 애들처럼 옴니암니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불화를 못 이겨 장내가 떠들썩하게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는 로인들이지만 하냥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달래드리다 보면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고 얼굴에 웃음이 흐른다고 하였다. 저물어가는 황혼의 령마루를 바라보는 마음만으로도 서글프고 벅찰 것인데 힘도 딸리고 정력도 딸리는 만년에 믿고 의지할 데 하나 없이 부득이 낯선 곳에 정착해야 하는 그들의 허전한 마음 얼마나 쓰리고 아플가? 

“할아버님, 오늘 참 멋지고 씩씩하신데요! 꼭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할머님. 어쩜 머리를 그렇게 이쁘게 빗으셨어요? 10년이나 젊어지셨어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언어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가? 한창 젊은이들에게는 싫증나고 아부가 거나하게 담겨진 귀찮은 존재로만 들릴지 모르지만 인생 마지막 종착역에서 허물어지는 담벽을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고 간신히 버텨가는 로인들에게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명약으로 그리고 생명의 연장선을 이어가는 값진 에너지로 될 수 있지 않을가? 금방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애들에게는 힘겨운 한자국을 용감히 디딜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부어주는 한마디가 무엇보다 소중하고 출국 바람이 적셔간 이 땅에서 따뜻한 엄마품을 잃고 울먹이는 애들에게는 엄마의 마음을 대신할 수 있는 한마디가 여린 마음을 굳혀주는 좋은 에너지로 될 것이다.

100년도 살기 힘든 우리의 삶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언어의 가치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희로애락을 동반하는 짧은 삶 속에서 천성이 부드러운 혀끝을 굳이 날카롭게 세워가지고 소중한 인간을 무참히 찌르기보다는 바른손을 내밀어 감싸고 보듬고 베풀면서 응원을 준다면 세상은 얼마나 밝고 아름다울가! 정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봄날의 순수한 꽃들마냥 내 주위를 포근하게 감싸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무난하게 윤활시켜 삶의 참뜻을 멋지게 부각시켜줄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한순간 내 주위를 황홀하게 빛내줄 수 있다면 아름다운 언어는 평생 나를 포옹해줄 수 있는 넓은 터전으로 되여준다. 산밑에 가면 그 산의 높이를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의 언어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과 학식까지도 보아낼 수 있다. 겸손하고 수양을 갖춘 진정이 담긴 언어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고 품위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또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다. 

꽃이 아름다와도 가시가 있을 수 있고 매력적인 언어에도 독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속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얻고 잃음은 자신이 할 탓에 달렸다. 계절에는 엄동설한이 있고 울퉁불퉁 인생길에는 모래길도 자갈길도 있으니 힘을 부어주는 동행자의 에너지가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도리이다. 인생은 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어우러져 가는 길인 것 만큼 솔선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뜻 마음을 열어보라. 그리고 봄날의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듯한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함을 전해보라. 그러노라면 당신의 고달픈 삶에 늘 값진 에너지가 투자되여있을 것이다!

출처:<장백산>2018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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