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오색 음악이 흐를 것이다(외2수)
김연
나무잎들이 술렁인다
스쳐가는 바람이
낯설단다
온몸을 시퍼렇게 달구고도 모자라
바람의 부축을 받던 여름은
어디 갔을가
이 가을에
여름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이 계절에
지난 계절은 묻고 싶지 않은데
여름 한웅큼이라도 잡았던 걸
해빛 한줌이라도 숨겼던 걸
지지리도 미운 땀방울이라도
한두방울 챙겼던 걸
갈 때가 되여서 가는 거겠지
어쩜 아직도 피여있는 저 꽃들이
여름이 남기고 간 입김이 아닐가
꽃들 꽃들 우로 제비 제비가 지나간다
가을비가 오시려나 보다
더 완연한 가을을 싣고 오시려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무잎 너희들
춤사위마저 다르구나
가고 오는 길목
맞고 바래는 련습
춤사위가 많이 다채로와졌구나…
일기예보
하늘이 쿨쩍거린다
걸려있어야 할 해가
종적을 감추었다
바람은 온 거리를 뒤지며
샅샅이 냄새까지 맡는다
창문에 매달려있던 마지막 온기가
슬그머니 피해간다
말의 온도가 식어갔다
발걸음 온도가 높아갔다
거리가 북적인다
침방울이 떨어진다
올칵 !
해는 소나기를 토해냈다
퇴색
이가 없는 바람이
해빛을 잘라먹고 있다
내동댕이쳐진 껍질들이
한구석에 모여 재생을 기다린다
어데서 온 개미들인지
그 껍질이 먹거리인양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열린 문으로 바람이
긴 혀를 내밀어 아예 개미 채로
삼켜버리고 아무 일 없듯 사라지면
비는 기꺼이 그 흔적들을 지워준다
나무잎들이 떨어지고
꽃들이 흐느적인다
지나가는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설명을 못한 채 그저 바람 따라 간다
태양을 잃어버린 하늘
달과 별에게 넉두리 늘여놓는 사이
6월은 색 바래고
곧 다가올 7월이 입술을 내민다
출처:<장백산>2018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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