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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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님 내게 훈계하시되…
2013년 03월 20일 10시 30분  조회:8660  추천:2  작성자: 최균선
                                불상님 내게 훈계하시되…
         
                                          최 균 선
 
   농촌에서는 남의 말에 괜히 끼여들거나 시비질이면 작작 삐치개질하라고 된퉁을 놓는다. 삐치각질은 참여의식, 시비관념의 발로이긴 하지만 시비도 “시비질” 이 되면 짓거리가 되고 “이라리쟁이”가 되고만다. 이라리란 사전에는 없으나 촌에서는 잘 알아듣는 말로서 좋은 의미로 쓰일때가 없다. 그러니 시비도 곧 시비나름, 부정적으로 빈충맞을 이라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 될듯싶다.

    어느날, 불상님이 나를 일러 가로사대 “대저, 어리석은자만이 제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시비걸기 좋아한다. 시비분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은 떳으되 세상도는 일에 맹충이요 제마음에만 확신을 가지고 세상시비에 초탈한 사람이 늘 깨여있는 자이니라.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안목. 비정한것을 당연한것처럼 보는 착각은 미혹이라 하되 보고도 못본체. 듣고도 못들은체 하면 현자요 덕이 높은 자이니라.

    처사에 두루뭉실이 적격인데 왜 자꾸 모나게 나오냐? 도리서껀 따지고 이라리를 캐려면 그 일에 삐쳐야 하는데 거시기 중국어로“다관한사(多管闲事)”라 한다던가? 제 수신에만 명념하는 사람은 세상사에 시비하지 않는다. 세상시비가 분명하지 않으니 칼로 물베기인것을 두부모베듯이 척척 갈라진다고 생각하면 더구나 미혹이니라.

    피뢰침은 한순간 번개와 시비걸고 방전되여 전률한다만 헝클어진 인생현장의 틈새로 엿보이는 그 모든 비정한것에 시비를 캐고싶어도 배운재간이 붓을 끄적이는 짓밖에 모르는 네가 아니던고? 인간은 인생무대에 꼭두각시로 혼자 흥분하고 격동해 도취되기도 하고…스스로의 인생극에 자기를 속이고 속히우며 빈가슴을 쓸어내리지. 그리고 허무와 인생의 무상함을 개탄하게 되고…얻는게 과연 무엇일고?”

    “…내가 시비거는가? 늘 세상이 시비걸어오지, 나는 원체 시비를 캘만한 체질도 아니고 이길승산도 없는 약자인데 자꾸 시비를 걸어오니까 야단이요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함구하자니 흑백이 빤히 보여서 입이 간지러워나고 선비는 시비가 발라야 한다니까 글쟁이로 공연히 시비를 캐고싶어지고…문제의식이 없으면 글싹을 보아내지 못하고 참여의식이 없으면 사유를 전개할수도 없다거늘…꼭 말해야 한다면 검은것은 검다하고 흰것은 희다고 해야 일컬어 골기가 있는 글쟁이가 아니겠는가? ”

   “그래도, 작작 삐치거라. 사정이 많으면 동네시아비가 아홉이라 하지 않았더냐? 주제넘게 아무일에나 쓸데없이 참견하거나 렴치없이 행동하면 오지랖넓다고 빈축을 사거늘 제더운밥 먹고 남의 식은걱정을 한다는게 되우 어리석지 않은고?”

    “인생마당에 허위도, 비정도, 강압도…보이는것, 느껴지는것 백사가 시비거는듯, 콩이야 팥이야 시끌벅적하고 생각은 석마를 돌리는 나귀같처럼 속절없이 맴돌고 빻아지는것이란 곤혹과 얼토당토인지라… ”

   “세상사야 어찌되거나 늘 너 자신이나 먼저 돌이켜 보거라.”

   “무엇을 돌아보는데ㅡ요?”

   “남의 흉주머니는 앞에 있는가? 제허물주머니는 뒤에 감추었는가? 남을 탓하고 세상일 밝히기전에 제마음의 거울앞에서 수신함이 명지하거니…어두운 밤길에만 발목을 접지르는줄 아느냐? 백주에 평지길에서도 곤두박질할수도 있네라. 남들과, 더구나 세상과는 시비캐지마라. 그게 다 명리에서 오느니, 명리에 등한하면 마음에 빈자리가 나질것이요 그로써 자중할수 있을것이다. 꿈에서는 화려하고 유혹적이여도 실상이 아니다. 허황한 꿈을 깨거라, 실상이 보일것인즉, 네 그리 할만하것냐?”

   “글쎄…요, 적극적인 사고가 적극적인 인생을 만든다하기로…세상에 많은것을 눈으로 보지만 눈으로 볼수 없는것도 많고…세상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그 흑백이 제대로 분별된다 하고…단순히 내마음에 든다거나, 눈에 거슬린다거나,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곱다거나, 밉다거나 하는 등등은 신변잡사에 매인 심태로서 내게는 별로 흥미없는데 세상사 시비문제가 자꾸 참여의 갈구리를 걸어오니 …

    “눈을 감아라. 더 많이 보일것이다. 귀를 열고 듣는다 하여도 다 터득하는것은 아니나 마음의 귀로 들으면 혼돈의 세계, 무질서가 질서가 되는 이 시대에 세상사 분별과 시시비비란 모두 헛깨비같은것임을 절감하리니…너무 당연하고 막강한것들에 무딘붓을 걸면 벗은발로 바위차는격인줄을 모르것냐?. 생활의 밑바닥에서 벌레처럼 살면서도 화려하나 비정한것들을, 요란하나 실속이 없는것들에 눈을 흘기며 아니라고 발을 구르고싶겠지? 누가 들어나준대? 산범은 어쩌지 못하고 죽은사자는 우쭐해서 걷어차는 그런 작동은 용기가 아니라 비겁이요 야바위들의 비릿한 심통이니라.

    그리고 그리했단들 하찮고 람루한 네삶에 그 무슨 보탬이 있는것도 아니거니, 늘 뒤전에서 밥도 죽도 아닌, 밥감주같지도 않은 글을 끄적이고있는 너,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해라’고 서동들을 훈계하던 훈장같은 네가 아니냐? 공자님은 춘추를 지으시사 란신적자(乱臣贼子)들이 모두 두려워했다더라만 너의 졸필에 누가 가려워나 할가? 돈은 귀신을 울리지만 웅문이래야 도리어 구설수만 자초하니라.

    네글은 왜 한잔해도 가슴이 찡해나는 독한 술이 못되냐? 왜 뭇심금을 사로잡는 명문이 못되고 깨우침이 못되냐? 하는 자괴감은 없는가? 완벽하게 사상화하거나 철리적으로 해석해야 볼만한것이 되는것이니라. 사상과 편견의 금구가 깨여져야 깨진 틈새에서 참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 소리 저 소리하면 귀신이 씨나락까먹는 소리밖에 더 될것없지. 구렁이 담넘어가는 소리같고 이웃집 자전거에서 김이새는 소리같고야 민중의 가슴에 새겨질 무슨 교훈성이라는게 있것는가?

  《회남자 (淮南子) 제속훈》에“천하시비무소정(天下是非無所定)ㅡ세상에 시비는 정해진바가 없으니라”라고 했듯이 시비도리를 따질수 없도다. 로신도 말했지? 한수의 시는 손전방을 놀래워 쫓아내지 못해도 대포소리 한방이면 놀라서 도망치게 할수 있다고, 비판의 무기는 무기의 비판을 못당하니라. 언어란 적중한 표현에서 거듭나지만 아무나 하는줄 아느냐? 윽윽거리며 벼르고 뛰여봤자 칠월한철 풀메뚜기요 늦가을 잠자리의 가냘픈 날개짓인데…

    그래도 시비꼭지를 풀고 멋지게, 멋진 문장으로 세상과 시시비비를 캐보고싶으냐? 착오도 시비도, 흑백의 전도개념도 흐지부지해진 이 마당에서 시비캐여 골탕을 먹어봐야 “이라리”캐는 아집을 버릴텐데 여전히 문인의 고질병으로 빈발구르며 건넌 산꾸짖기나 할 체질이요 삐치개질하는 습관밖에 없는것같다. 인생현장이, 삶의 양태가 투영되는 문자로 세상과 시비깨나 따지고싶겠지만 세상은 너무너무 넓어있고 어마어마한데 네 개체는 개미처럼 너무너무 하잘것없지 않은고?……

    세상에 시비를 걸지마라. 인심도 관습도…모든것이 그렇구 그렇니라. 인간군상을 봐도 그렇다. 세상은 너의 도량으로는 가늠할수도 포용할수도 없니라. “시(是)란 옳다, 맞다가 아니라 내것이다”이고 “비 (非)란 아니다가 아니라 내편이 아니다”로 금그어진다. 그런데 그것은 네게는 무지 버거운것이다. 아둔한자야, 공연히 시건방지게 덜떨어진 문필을 끄적이지 말거라. 내 말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써 터득해야 하느니. 어리석은 너에게 깨득이나 가는지 내사 모르갓네그려”

“…오!!네ㅡ에ㅡ그러사와요?금과옥조이긴 한데!???……요”         
 
                                                      2012년 4월 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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