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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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한 미치광이의 이야기
2013년 04월 10일 20시 23분  조회:838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꽁트)                       미치광이의 이야기
 
                                          최 균 선
 
    미치광이도 광증의 류형에 따라 수십종이 있겠으나 크게 두가지로 개괄할수 있다. 말하자면 무시로 망탕노래를 하고 고래고래 웨치며 동쪽을 가리키는척 하며 서쪽을 치는 미치광이는 무광(武狂)에 속하고 침묵과언하고 시종 한곳에 앉아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치광이는 문광(文狂)에 속한다.
    내가 알고있는 미치광이 문광이는 문광에 속하는 광인이다. 그는 옷을 홀딱 벗어부치고 네거리를 헤매고다니지도 않는다. 해종일 비닐로 빚어놓은 모델처럼 골목어구에 그린듯이 앉아 죽은고기눈같이 흰자위가 많은 눈으로 오고가는 행인들을 멀거니 바라본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실없는 행객들이 그를 마구 흔들어놓아도 누르께한 이발을 드러내며 잘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뇌까린다.
 《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요. 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요…》
    …문광이는 여나믄살 때에 미쳤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는 이 작은 변강도시에서 퍼그나 이름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인지 돈이 많았던것이다. 그래서 검은무리들의 눈에 점찎어둔 사람이였다. 마침내 어느 하루, 검은면구를 쓴 괴한 셋이 가택침입하여 불문곡직하고 호박에 송곳질하듯 칼로 마구찔러 죽였다. 마침 그때 친구집에 가서 공부하고 늦게 돌아오던 문광이가 이 몸서리치는 장면에 맞띄웠다. 어찌나 놀랐던지 소리도 못치고 오줌이 나가는지 대변이 나가는지 모르고 그자리에 굳어져버렸다.
    썩 늦게야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이웃에서 달려나왔을 때 두사람은 이미 숨진뒤였고 강도들은 꼬리를 감춘뒤였다. 그때 미쳐나서 정신병원에도 가있었고 약도 많이 썼지만 정신이 돌아서지 못했다. 그의 늙은 외할머니가 거두어주고있어 다행이지만 집에 있기 싫어해서 눈만뜨면 골목어귀에 나앉아 해를 보낸다. 이웃들이 불쌍히 여겨 밥이면 밥, 떡이면 떡을 가져다 주어서 배불리 먹고는 오뉴월 염천에 불볕도 아랑곳없이 오가는 길손들을 얼없이 바라보는게 업이였다.
    어느 하루 아침, 문광이는 습관처럼 그 골목길에 나앉아 목석처럼 굳어져있는데 홀연 멀지않은 곳에서 칼을 빼든 한 괴한이 한 녀자를 뒤쫓아오고 있었다. 녀자는 머리를 싸쥐고 천방지축 들고뛰면서 련신《사람 살려요!》하고 아비규환을 불러댔다. 때는 여덟시가 다 된때여서 오고가는 행인들이 많았으나 그 살벌한 장면을 보고 모두 온역신을 만난듯 슬밋슬밋 피해달아났다.
    다만 문광이만이 겁없는듯이 멀쩡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쫓기는 녀자가 문광이쪽으로 달려왔다. 문뜩 문광이의 눈에 이상한 빛이 번뜩이기시작했다. 그는 벌떡 일어서며《죽이지마ㅡ아》하고 듣기에도 섬찍한 괴성을 지르며 내뛰려하는 찰나에 녀자가 코앞을 씽하니 지나가고 칼든 괴한 뒤미처 당도했다. 문광이는 제풀에 뒤로 벌렁넘어지며 두발을 쭉 뻗어버렸다. 순간 칼든 괴한이 발에 걸려 앞으로 곤두박질하면서 길옆에 놓여있던 돌무지에 코를 박았다.
       다시 버둥거리며 일어선 강도의 이마에서 선지피가 철철 흘러내려 보기에도 끔찍스러웠다. 악에 바친 강도는 칼을 휘두르며 문광에게 달려들었다. 문광이는 얼결에 길옆에 세멘트전선주를 안고돌았다.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진 문광이의 몰골에 강도도 주춤했다. 그가 칼든 손을 콱 내지르지 않고 망서리는데 문광이가 괴한의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와락 움켜쥐고 앞으로 힘껏 당겼다.
    괴한은 방비없이 있다가 전선주에 이마를 호되게 짓쪼으며《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정신이 팽그르 도는지 칼쥔 손을 내리뜨리며 머리를 부등켜안았다. 세멘트바닥에 떨어진 칼이 “댕그랑”하는 쇠소리를 내자 문광이는 훔칫했다. 다음 순간 문광이의 행동은 멀찍이 비켜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죽이지마아!우리 엄마 죽이지마ㅡ》하고 황소같이 날뛰더니 땅에 칼을 들어 무른 호박에 송곳질하듯 련신 살진엉뎅이를 찔러댔다.《이새끼, 우리 아버지 죽이지마ㅡ》하고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것이 완전히 미쳐있었다. 누가 순라대에 전화했는지 경찰차가 들이닥쳤다.
    세상에 기묘한 우연이 없으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던가, 마침 출근하던 시텔레비죤방송국의 촬영기자가 이 몸서리치는 장면을 렌즈에 담았다. 엉뎅이가 만신창이 된 강도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경찰차에 실리여가고 쫓기던 녀자는 저만치서 땅을치며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길은 문광이에게만 쏠리여있었다. 결찰이 그 녀자에게 사건의 발생경위를 물었을 때 그 괴한이 자기 후남편이라고 하였다. 경찰은 그저 민사사건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그 녀자도 싣고가버렸다.
    그날 저녁 그 장면이 사회광장프로에 나가자 문광이는 일대 명인이 되였다. 시민정부분에서는 문광이를 불의와 용감히 맞서싸운 용사로 평정하고 널리 선전하려고 계획하였다. 그런데 그가 미친사람이란것을 알게 되자 아쉬운대로 사회복지병원에 보내여 무료로 치료받게 하였다.
    몇달이 지나서 문광이는 기적같이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되여 돌아왔다. 동네사람들은 제집안 일처럼 모두 기뻐하였다. 문광이를 볼때마다 엄지손가락을 내들며 영웅이라고 칭찬해주면 문광이는 게면쩍어서 빡빡 깎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시무룩해 있었다. 다심한 한 늙은이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해주며 한 녀자를 구하고 악한을 제거했다고 해석하고 설명했지만 그냥 도리머리질 하며 바보처럼 웃기만 했다.
    어느 날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저녁뉴스에 칼을 든 강도가 달려올 때 발을 내밀어 번져뜨리고 다시 머리끄뎅이를 잡아당겨 전선주에 짓쫗고 칼로 사정없이 엎어진 사나 이의 엉덩이를 마구 찍어대는 장면을 보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혼자 자꾸 중얼댔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서며《죽이지마, 내엄마 죽이지마,》하고 무서운 소리를 내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이튿날부터 변강도시의 큰거리, 작은 골목들에서 방향없이 헤매며《죽이지마, 우리 엄마 죽이지마, 》하며 련신 중얼거리는 문광이를 볼수 있었다. 그는 시시로 두눈을 무섭게 치뜨고 다니며 녀자와 함께 가는 남자들에게《죽이지마, 죽이지마!》 하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물어뜯고 할퀴였다. 문광이가 문적인 미치광이로부터 무단적인 무광이로 번져간것이였다…….
 
 
                                 2005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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