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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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으로 하수구를 고치다
2013년 07월 10일 11시 24분  조회:970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내손으로 하수구를 고치다
 
                                      최 균 선
 
    몇해간 외지에가 있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워낙 지은지 오랜 아빠트주위환경은 더구나 불성모양이였다. 새로 난방도관에다 수도관을 묻느라 파헤친후 대수간 메워버리고 그냥 내버려두다보니 마치 폭격맞은 경상이였다. 더군다나 눈에 딱 걸리는것은 무너진채 몇해지났을 하수구였다. 듣자니 아래층 한집에서 식당을 하느라고 단독배수관을 내면서 마사놓았는데 후에 이사가버리고 자동차바퀴에 하수도뚜껑이 거의 떨어져들어갈듯 위태위태하였다. 그바람에 오물배수가 잘되지 않는것이였다.
    오물을 퍼내가고 무너진것을 밑으로부터 쌓아올리자면 3,500원을 내야한다고 하는바람에 아무도 수리할 엄두를 내지못했단다. 돈있는 교원들은 거개 새 집을 사고 나가서 두개단원 28호가구들중에서 로약병자 원주민이 네댓집밖에 남지않은데다가 세를 든 몇집외 거개 비여있었다. 원주민에서 남자끄트머리란 나혼자이다.
    연변에 돌아왔던 해에 하수도가 완전히 메여서 민화사회구역의 사업인원과 시건설국, 수리국 등 해당기관까지 출동하였지만 해결을 보지못하였다. 지금 살고있는 아홉집(세집을 포함하여)에서 겨우 돈을 거두어 두어번 쳐냈는데 금년 4월부터 또 문제가 생겼다. 하수구에 분변이 차고차서 막 넘쳐나기시작했다. 하여 또 사회구역 사무실에 찾아가서 징징거리렸다.…
    …위생차가 와서 주관도를 좀 소통시킨후 하수도뚜껑을 열어보니 오수는 많이 내려갔지만 안이 말이 아니였다. 무너져들어간 세멘트덩어리에 벽돌쪼각에 오물이 엉켜서 하수도관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오수가 빠져나가는게 용하였다. 누런 분변 이 그대로 악취를 풍겼지만 그런걸 마다할 처지가 못되였다. 고물시장에서 20원주고 사온 네가닥쇠스랑으로 보물을 건져올리듯 조심스레 오물을 건져냈다. 건져낸 잡동사니들이 밀차한대에 실을만큼이 많았다. 혼자 낑낑거려도 내려와 구경할 사람도 없는 “나의” 아빠트여서 고군분투 “성전”을 하는 판이다.
    무너진곳으로부터 다시 벽돌을 쌓아올릴만큼 안이 정리되였다. 제손으로 해내려고 그동안 길가에 벽돌이 보이면 벽돌을, 쓰다버린 모래가 보이면 모래를 날라들였기에 내돈으로 세멘트만 사면 되였다. 팔을걷고 함께 해줄사람도 없으니 울며겨자먹기이다. 제자랑같지만 젊어서 농민으로 산전수전 겪으며 못해본일이 거의 없었는지라 웬간한 궂은일은 겁내지 않는다. 나이가 웬쑤지만 로친을 조수로 시작할판이다. 한단원에 사는 고래희가 넘은 할머니 세분이 내다보다못해 내려와서 물도 길어내오 고 벽돌도 날라주고 세멘을 이기는 일도 거들어주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혼자일도 아닌데 돈을 거두어서 할일이지 선생출신으로서 해낼수 있겠는가고 반신반의하였다. 누가 뭐라든 내갈길을 가리라. 시작이 절반이라고 제집부뚜막을 쌓듯이 마음먹고 쌓아올리니 안될것도 없었다. 처음 막연하게 생각하였다는 할머니들이 좋아서 손벽까지쳤다. 점심도 담장그늘밑에서 대강 에때우고 일손을 재우쳤다.
    오후가 이슥해서 마침내 다 쌓아올리고 하수도뚜껑틀을 올려놓은다음 잘 발라놓으니 하수구가 제모습을 찾았다. 아픈허리를 두드리면서도 일손을 거든 할머니들이 하루새 3000원을 번셈이라고 좋아하셨다.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고마웠다.…역시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건져낸 오물을 처리하고 깨끗이 쓸어놓기까지 하니 해가 서산에 기울었다. 잔뜩이나 부실한 허리가 끊어지듯하였고 백리길을 단숨에 걸은듯 두다리가 뻣뻣했지만 로력의 보람은 넘쳤다. 일이란 마음먹기에 달린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눈에 안겨오는 나의 “걸작” 이 스스로도 대견스럽다.   

                           2013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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