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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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인물처리
2013년 11월 02일 18시 11분  조회:768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드라마에서 인물처리
                                
                          ㅡ “오로라공주”를 둘러싸고 ㅡ
 
                                                야 조
 
      드라마에서 인물처리란 인물의 필연적인 등장계기와 사건전개와 결말에 따른 각 인물들의 운명적인 귀속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작품의 구성문제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인물형상 내지는 인물군상의 창조적인 기교문제이다. 만약 한부의 드라마에서 스토리와 별로 요긴치 않은 인물들을 마구 등장시킨다면 뒤처리가 난감할것이다.
    한 작가가 편폭이 길지않은 자기소설에 인물들을 마구 등장시켰다. 이야기는 끝나가는데 인물들의 운명적귀속을 어떻게 처리할줄 몰라서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기발한 착상이 떠올랐다. 처리하고싶은 인물들을 일거에 제거해버리는것이였다. 즉 때에 마침 전 도시에 전염병이 돌았는데 퇴장시키고싶은 인물들이 하나하나 죽어버렸다. 이런 처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인물처리예술에서 반면적인 귀감이 되였는 모른다.
     드라마도 례외가 아니다. 무작정 인물을 등장시켜놓고 뒤처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그 드라마의 진실한 귀속이 결정된다. 례를 들어 요즘 방영하는“오로라 공주”에서 인물처리가 분분한 의론을 자초하고있다. 이 드라마는 분명 애정문제를 둘 러싸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거의 도식화된 드라마이다. 그러나 드라마작가가 원래 가지고있다는 “이단작가”라는 명칭에 부합되게 하느라 그랬는지 이단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상하다못해 기괴한것은 이쯤해서 인물성격의 변화라든가 결과가 있음직도 한데 그냥 단념하지 못하고 이어가면서 도무지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것이다.
    황마마의 누이들은 남동생에 대한 변태적집착에서 벗어나 오로라의 관대한 용서를 받으며 정상인으로 거듭나야 마땅했다. 그리고 이쯤해서 설설희는 녀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사나이답게 씻어버리고 새로운 애정극을 엮어야 남자의 감정론리에 접 근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설설희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깨를 볶아주어 야 할 오로라의 어머니조차 이따금 설설희를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있으니 도대체 주인공들의 감정의 교차선에서 벗어나 어디까지 평행선을 그어나갈 작정인지…? 
     그리고 황마마의 두누이들의 성격발전도 비론리적이라 느껴진다. 어리지도 않은 남동생을 련인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나이먹은 미혼의 누나 둘이서 결혼 한 남동생의 처를 그토록 시기하며 저주를 퍼붓는 광경을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며 도달점은 어디이며 관객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려는것인가? 한국녀인들속에는 불가사의하리만큼 녕악한 두얼굴의. 할일없어 동생의 녀자를 헐뜯는일로 인생을 경영하는 녀자들이 많다는것을 폭로하려는것인가? 오로라와 같은 아픔을 겪은 조카가 수모를 당하자 쫓아가 싸워줬던 그런 녀자들의 이중성격이 리해되지만 이건 아니다.
    여전히 오로라외의 운명을 찾지 못한 설설희. 그리고 아직도 황마마를 온전히 갖지 못한 오로라. 마치 비극의 신호탄처럼 같은날 두사람이 나누어진 고통이도 무지 감동적이지 않고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작가의 인연을 향한 집착과 운명에 대한 소원은 너무 지대한것이라서 어쩌면 이제껏 껄끄럽기만 한 시집살이와 설설희의 방 황은 모두가 서로의 인연을 찾지 못한데서 오는 징벌이라는것을 시사하려는것인가? 어찌보면 오로라의 시집살이는 천생의 인연을 내팽개치고 돌아선 인과보응식의 자업 자득이긴 하지만도 무엇이나 너무 비틀어짜면 변형되거나 끊어진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 다 큰 남동생을 눕힌 침대를 세 누이가 둘러싸고 밤새도록 기도를 외우는것이 정상적인 인간상정인가? 물론 작가가 생각한 녀주인공의 진짜 인연이 황마마라면, 역으로 서로를 잊지못한 두 사람에게 전하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일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넘겨짚을수 있으나 오로라의 진짜 인연은 황마마일가, 아니면 설설희일가? 긴가민가 하는 어떤 궁금증도 억지감으로 해서 밀려나고만다. 역시 인물성격부각, 인물처리의 합리적이고 합목적인 처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거 빤히 들여다보인다.
    각설하고, 드라마의 진행에 따라 처리되여야 할 인물들의 귀속문제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이 부단히 “하차ㅡ퇴장”하는 처리절차이다. 드라마가 애초의 기획방향과 달리 불가피면적으로 오로라의 세 오빠와 황마마의 세 누나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진지하게 시사하려다가 엉뚱하게 중겹사돈으로 흘러가자 극의 전개에 방향감을 잃은것인가? “오로라공주”’에서 극의 중심이 오로라와 황마마, 설설희의 삼각관계로 그 축이 옮겨지자 이들이 각색하는 인물의 존재리유가 궁해진것인가?
    이에 대한 온갖 론평대로 120부작으로 된 대형드라마라 제작비부담을 고려해서 사건전개를 중단시키고 인물들을 중도하차시키는것이라면 여기서 드라마의 조작성이 완전히 드러나는것이다. 인물들 중도하차가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말도 하더라만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창작스타일이다. 다른 론평에 의하면 본작가(임성한?)의 다른 작품들“하늘이시여”’와 “보석비빔밥”,“보석비빔밥”“신기생뎐”에서도 미리 짜놓은듯이 등장인물들이 교통사고나 심장미비 등의 돌연사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보통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죽음이나 사고는 또 다른 스토리를 예고하는 중요한 관건어인데 본작가의 드라마에선 특별한 련결고리나 개연성을 찾기힘든 예측불가의 처리방법이 강행된다고들 말한다. 본 드라마에서 설설희의 병원에서의 정밀검사도 “일괄하차”방법의 예고인가? “오로라공주”는 첫방송이후 지금까지 모두9명의 등장인물이 하차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변희봉, 숱한 루머를 남긴채 돌연 종적을 감춰버린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동성련인과 리별에 힘들어하다 떠나버리는 송원근 등(한국사회에서 동성련이 괴상하기 그지없었지만도)이 그것이다.
    임작가의 전작들에도 돌연 사망해버리는 인물들의 수는 타드라마보다 월등히 많다고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너무 웃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숙(하늘이시여), 딸결혼식장에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병기(아현동마님) 등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아무리 파리목숨같다고 하지만 드라마에서 작가가 임의대로 죽이는것은 좀 그렇다. 말하자면 인물처리기교의 부재라고나 할가? 기괴한 인물퇴장이 그것을 증명한다.
    전하는바엔 드라마에 줄거리가 없거나 인물의 실종이 잦은 기괴한 상황에서도 시청률은 치솟고있다니 시청률의 위주의 드라마짜기인가? 오로라에 대한 사랑을 인정받지못하자 갑자기 감행된 황마마의“출가”도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나타 샤의 불분명한 각색, 그리고 퇴장, 재등장도 그렇다. 전통적으로 작가가 작품속에 인물을 등장시킨후에는 작가가 살생권을 가지는것이 아니라 엄연히 살아있는 객관존재로 되고있다는것은 문학리론에서 상식문제이다.
    작가나름의 수의적인물처리에서 극정이 비틀어지는것은 둘째치고 그 역을 맡은 실재인물 배우들이 캐릭터를 잡고 드라마에 몰입해야 하는데 언제 퇴장령이 내릴지 모르는 판이라 캐릭터를 도저히 종잡을수 없어 황당해 할 일이 야단이다. 기괴한것은 이러한 무상한 캐릭터변화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지만 오히려 신선감은커녕 지리멸렬하기만하다. 시청률이 오른다해도 그것은 현상일뿐 작품질의 상승은 아니다.
    본작가의 드라마구상에 핵심요소는 정해진 스토리가 없다는것이라던가? 하기사 작가의 자유적구상이지만 발더듬이로 강을 건너듯하는 림기응변적인 드라마구상에서 성공작이 나오기는 근저로부터 불가능을 깔고나선것이라 사료된다. “오로라공주”에서 초반부터 중요한 사건에 련관된 인물들이 네다섯이나 특별한 리유없이 줄줄이 중도하차한다는것은 어떤 드라마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초유의 쾌거라는 평가이다.
    중요 캐릭터가 빠졌는데도 드라마가 잘만 굴러가는것이 성공의 표징인지 모르나 스토리의 변경에 따라 수시로 다른 인물을 투입하면 되고 정 이야기할게 없으면 상상신이나 노래방신, 꿈을 꾸는신 등을 지리멸렬 늘여놓으면 될수는 있겠다. 소설, 드라마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가치관의 대변자이다. 등장인물들을 죽이고 살 리는 변화다단에서 작가의 가치관도 종잡을수 없는것이라고 하면 비론리적이겠지만도 결코 있음직한 창작기법은 아니다.
    작가와 작품속의 인물은 종속관계가 아니다. 이점을 대가들의 걸작들에서 잘 증명하고있다. 례하면 뿌쉬낀은 자기의《예브게니 오네긴》에서 따찌야나가 늙은귀족에게 시집을 갈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자기 작품의 주인공의 객관적인 존재성을 승인하였고 레브 똘쓰또이도 유명한《안나까레니나》에서 안나가 종당에는 기차에 뛰여들어 자살하게 된 운명적인 귀속을 두고 억지로 살려낸것이 아니라 주인공 안나의 귀속을 울면서 썼다고 한다. 이 모든것이 무엇을 설명하는가?
  “오로라공주”의 작가만이 아니라 모든 드라마작가들은 등장인물설정과 그들의 후사에 대해 사전에 예상하고 생활의 론리에 맞게. 인간의 감정발전의 규률과 론리에 맞게 구사해야 한다는것은 작가 자신을 위해서, 흔상자들을 위해서 유익한 작업이 될것임은 자명하다. 가담가담 눈썰미로 보는 드라마이지만 감수되는것이 있어서 끄적거려보았다. 천명의 관객들속에 천명의 햄리트가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2013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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