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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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이 능사가 아니다
2014년 06월 12일 17시 22분  조회:5623  추천:6  작성자: 최균선
                                부정이 능사가 아니다.
 
                                      진 언
 
    한 마을에 앉을뱅이와 절름발이가 살았다. 앉을뱅이는 몹시 절뚝거리면서도 안다니는데 없는 절름발이가 부러운 나머지 질투심까지 북받쳐서 속으로 언잖게 여기였고 절름발이는 그렇게 심기비뚤어진 앉을뱅이를 아니꼽게 보는터였다. 어느날, 마침내 가시돋힌 대화가 오갔다.
    ㅡ여보게, 절뚝이, 곁에서 보는 사람이 민망하게 보일만큼 절뚝거리며 어디로 그리 싸다니는가? 나같은면 남새스러워서도 걸어다니지 않겠네. 그렇게 볼품없이 걸을게면 아예 나다니지 말란말이요. 동병상련이라 진심으로 충고합세…
    ㅡ허, 앉을뱅이친구가 생각도 앉아뭉개네그려. 절룩거리면서 걸어도 생명운동의 체현이 아니겠는가? 뒤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의 선언이 있지. 걷는 방법은 다 저마끔이라구 말이네. 자네, 무슨 부조두없이 제밸을 배배꼬는게 아닌가?
    ㅡ 젠장, 선의두 모르는군, 나는 이렇게 앉아있기에 남에게 보기싫은 꼴은 안보인다구. 그런데 그게 뭔가? 새앙쥐는 차라리 쥐인체 하라는 말이 있지?
    ㅡ 오, 그런가? 하긴 자네는 앉아있기만 하니 보기싫은 걸음걸이를 남에게 보일 기회가 없지. 하지만 아무렇게 걷든 걸어다닐수 있다는것은 자아의 표현이구 자기 존재에 대한 확증이 아니겠는가? 한발 얕고 한발 깊어도 발자국을 남기는게 좀 좋아?
    ㅡ허튼소리,
    ㅡ아니지, 당신은 우물안에 떨어져도 건질것이란 그 앉은 모양새겠지…만약에 절뚝발이가 소경을 따라 걷는다면 어떻게 생각하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취한다는 도리를 말하네. 하기사 당신같이 좁은 흉금에 이런 도리가 터득이 가겠냐만…장님과 앉을뱅이가 달리기시합을 했지, 장님이 마구 내달리다가 담벽에 부딪치는것을 본 앉을뱅이가 좋은궁리가 떠올랐네. 말하지만 장님에게 업혀서 달리는것이였네. 결국 둘다 일등을 했지. 세상은 더불어 사는게라구.
    ㅡ헝, 그따위 옛말은 나도 지어낼수 있다구, 말하자면 앉을뱅이가 거렁뱅이의 돈지갑을 소매치기했는데 장님이 보았다네.벙어리가 노해서 대성질호하니 귀머거리가 놀라서 펄쩍 뛰는데 등곱쟁이가 허리를 쭉 펴고 달려들었네. 이에 절름발이가 발을 날리려는데 얽음뱅이가 제낯을 봐서라두 그만두라고 말렸다네. 이에 미치광이가 말했다네. “헐, 사람은 어디까지나 리지적이여야 한다구, 모두들 랭정하세.”
    ㅡ그래, 참 교훈적이군, 그런데 왜 교훈적인지 아나? 하나같이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앉을뱅씨는 어떠한가? 당신같은 그런 태생적부정심리는 결국 스스로 웃음거리를 만들고있지. 남잡이가 제잡이 된다던가?
    …별로 우습지도 않은 얘기는 여기서 접더라도 앉을뱅이의 심리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 자기는 어쩌지 못하면서 대구 남을 부정하는 버릇은 참으로 못된 버릇이다. 흔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한다. 좋은 심리지향이다. 하긴 그래야만 긍정과 부정이 얽혀도는 세상에서 스트레스인지 적게 받을테니까, 긍정과 부정은 사물내부에 포함된 두가지 상반되는 규정성으로서 대립되면서도 호상의존하는 변증적통일관계에 처해있기에 호상전화하기도 한다.
    남이 한 일이나 남이 가진것을 무작정 부정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긍정속에 부정이 포함되여 있고 부정속에 긍정이 있으므로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 된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긍정적사물에 자아부정의 인소가 포함되여 있고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아부정의 환절을 겪으면서 자아갱신을 기약하기때문이다. 이는 대인관계에서 상호존중의 기본상식을 제시하고있다.
    그만큼 긍정과 부정의 내함은 파악하기 어렵다. 변증적인 부정은 자아부정으로서 곧 내재적부정이다. 사물을 인식함에서 우선 무엇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것이라고 긍정되면 저것이라는것을 부정하게 된다. 례컨대 스위치를 올릴때가 긍정적인가 내릴때가 부정적인가? 이 시점에서 부정 역시 긍정이다. 정태(静态)상에서도 대립통일될뿐만아니라 동태(动态)상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뿌리깊은 문인상경(文人相轻)의 심리바탕도 부정심리다. 문인들이 상경함으로서 얻은 결과는 광채롭지 못한 평판뿐이다. 그래서 문인에 대해 폄하하는 말들이 많이 류전되였다. 문인무행(文人无行),문인무용(文人无用),문인비루(文人卑鄙),문인와 리투(文人窝里斗),문인와리반(文人窝里反),문인와리잔(文人窝里残),문인투기살인(文人忌妒杀人),문인리간도발(文人挑拨离间) 등등이다. 
    개체들속에 부정에 이골이 튼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인격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되는 호박에 말뚝박듯이 일이 시작도 되기전에 호들갑떨며 일이 잘못되기만 바라는 자들, 다된밥에 재를 뿌리며 제사 가장 잘난체하는 자들, 속창이 좁아서 옆구리터진 도토린데 군밤인듯 재세부리는 그런 알량한 자들이 다 그렇다
    이런 개체적렬근성 민족성의 일종이 되여지면 이만저만한 비애가 아니다. 뿌리깊은 근성인가? 옛날 삼국시대의 그 분렬의 극치에서 살아남은 유전인자일가? 썩어 빠진 리조시대, 분렬의 극치를 이루었던 그따위 심통의 연장선인가? 사사건건 남을 시비질하고 부정하고 부정하다보면 긍정이 되고 그냥 부정하면 자신의 광채롭지 못한 밑창이 홀랑 드러나게 된다. 남을 물에 밀어넣으려면 자기 신발도 젖기마련이듯이,
    남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긍정할것은 긍정해주어야 자기의 인격력량을 확인하는것인데 그냥 자기 인식만 진리이고 절대적인듯이 생각하는것은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그런 착각은 거개 망상증을 불러올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눈으로 보아낼수 없는 장점이 있다는것만큼은 시인해야 명지함은 몰라도 정상인의 심태일것이다. 제보고싶은것만 보는것은 작가적인 시각이 아님에랴, 긍정하기 싫다고 비아냥거린다면 동냥도 안주면서 쪽박까지 깨려는 천하에 몹쓸 심통이 아닐수 없다. 
    남을 부정할줄만 알고 전혀 긍정할줄 모르는것은 근거없는 오만과 형편없이 비틀린 편견에서 온 심리고질이다. 바다는 우리들에게 경고한다. “사람들은 너의 하늘을 밀어낼듯한 거한 파도를 흔상할줄알뿐 너의 원천ㅡ졸졸졸 흘러들어 온 시내물은 잊기 십상이다.”라고, 우리 민초들로 말하면 모두 시내물과 같다. 그러나 그런 천만갈래 시내물이 모여 대해를 이루지 않는가? 그래서 호한해진 바다는 그것을 잘 알고있다.
    부정심리는 질투심을 안고있는 반면 겸손을 등지고있다. 왜 질투하고 부정하려만 들게 되는가? 타자에 대한 부정은 결국 나의 충분한 자질부재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다. 그러나 그로써 남는것은 무소불위인것 같아도 자신의 취약성을 잘 알기에 저절로 자비심을 짓씹을수밖에 없다. 그리고 곁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잘 보아내고있다.
    명인들은 말한다. “겸손은 미덕중에서 가장 터득하기 힘든 덕목이다. 자기 자신을 높이려는 욕망보다 더 없애기 힘든것은 없다.(엘리어트)”, “겸손하기만 하다면 모든 존재가 당신에게 스승이 된다. 그러나 부처가 곁에 있더라도 전혀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겸손하지 못하기때문이다. (라즈니시)”, “겸손 할줄 모르는 사람은 언제나 남을 비난한다. 그는 다만 남의 허물만을 잘 알고있다. 그래서 그 자신의 욕정이나 죄과는 점점 커져가게 마련이다. (똘쓰또이)”
    에머슨은 말한다.“겸손한 자만이 다스릴것이요, 애써 일하는 자만이 가질것이다.” 무엇을 이루고저 한다면 부정심리로 비뚤어진 비하를 할대신 무엇이나 애써 하라, 내가 먼저 무언가 쌓아놓아야 남을 헐뜯을 건덕지라도 생길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2014년 5월 8일                (2016년 송화강 7기에 발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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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최균선
날자:2014-06-15 16:13:51
회령님,
사이트에서 선생님의 글을 잘 읽고 잘 배우면서 많은 이왕지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연들에서 아픈 가슴을 어루쓸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기대하여주셔서 고맙습니다.노력해보지요.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   작성자 : 회령
날자:2014-06-15 11:45:19
균선선생 앞:
늘 좋은글 잘 학습합니다.
건전한 문예비평을 제창하는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이고 설복력이 있는 글을 기대합니다.
건투를 빌면서...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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