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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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말하다
2014년 06월 22일 10시 31분  조회:550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나이를 말하다
 
                                                                최 균 선
 
    살면서 꺼리는 일이 한두가지 아니고 천출백태, 각양각색이겠지만 아이들을 내놓고 어른들에게 제일 꺼림직한 일인즉 나이를 먹는일이라 하리라. 그래서 “참 젊어보입니다!”라는 덕담의 전제가 이미 늙었다는것임에도 은근히 기쁘게 듣는것이다. 나이를 많이 먹어 늙는것은 생명의 마무리와 직결되기때문이다. 종교에서는 죽으면 곧 천국에 간다고 설교하지만 천당에 가기 위해 앞당겨 죽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나이”란 단순개념이 아니라 복합적개념이면서도 경험적개념이다. 나이도 아이에 게는 살, 서면어로는 세, 공문서는 년령, 년장자에게는 년세, 춘추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고전적으로 학문에 뜻을 둔다해서15세는 지학(志學), 비교적 젊은나이라 해서 20세를 약관(若冠), 뜻을 세우는 나이라해서 30세는 립지 (立志) , 40세는 불혹 (不惑) , 50세는 지천명(知天命) , 60세 이순(耳順)이라고 하는 등등.
   나이는 흔히 자격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자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깔보는 말로 입에서 젖비린내 난다고 하고 “내가 먹은 소금이 네가 먹은 밥보다 더 많다”하고 혹은 “내가 건넌 다리가 네가 걸은 길보다 더 많다”하거나 까불어치는 젊은이를 두고 솜털도 안난 애숭이가 어쩌구하는 훈계의 방편으로도 내들고 나이든 사람이 제구실을 잘못하면 나값을 하라고 훈계하군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나이를 값이나게 먹을수 있을가? 이 물음에 그 누구도 단마디명창을 내놓지 못할것이다.
   때때로 나이많은 재세를 잘 부리기도 하겠지만 처처에서 “나이가 원쑤” 라는것을 절감하게 되면서부터 벗어버릴수 없는 심리보따리가 될게다. 옛날엔 “동방례의지국” 이라 하여 오륜(五伦)에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하였고 그 전통이 지금도 제창되고 있지만 별로 위안이 되지 못한다. 술자리에서는 보통 나이에 따라 순배를 정하지만 그게 농촌말로 위촌이 되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서글픔을 느끼게도 한다.
   아이때는 하루볕이 새롭다는 말처럼 나이가 우세를 점할때가 더러 있었지만 어른이 된후에는 나이가 많다는것이 결코 무슨 밑천도 아니거니와 더욱 자랑거리일수 없다. 제가 먹어야 할 나이를 먹었는데…그러나 누군들 좋아서 나무에 년륜이 새겨지듯 해마다 나이테를 두를가? 세월을 이기는 장수가 없다는 말은 진행형이면서도 미래형이며 로중청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이란 재부가 있다. 그러나 늙어보지 못한 미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늙은이들은 저저히 젊었던적이 있었기에 경험과 로숙이란 재부가 덧얹힌다. 젊어서는 자신도 늙은이가 된다는 자신을 상상하기조차 싫어한다. 무정세월이 빚어놓은 현실에서 나이먹는 일이 가장 애석한 일이라는것을 느끼는 때에도 나이의 변증철학을 모른다면 견식문제가 아니라 지력문제이다. 항간에 버르장머리 없는 막된 행위를 두고 “이상을 박대하면 앉은 개○○이 부러진다.”는 속어로 훈계하군 한다.
   그러나 빌어서 절받듯이 나이를 턱대고 존경을 바랄필요도 없고 누구네들처럼 지하철에서 자리를 내라고 호통치면 우를 범하는것이다. 세월이 흘러 스스로 자괴감을 느낄것이니, 그런들 어떠며 저런들 어떠랴, 다 제잘난 멋에 사는 세월인데, 젊은시절에는 상상할수도 없는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깨득한것으로 아쉬움을 보듬으며 나이를 먹는것이 헛되지 않음을 자각할 때 만년의 삶은 나름대로 다르게 꾸며질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눈도 가서 돋보기를 써야 잘 보이는것은 필요없는 새새매새한것은 보지않아도 되고 필요한 큰것만 보라는것이라 생각하며 합리성을 찾아서 족한것이요 귀가 차차 멀어지는것은 귀간지러운 작은말에 개의치말고 필요한 큰말, 정설만 들으라는것이라고, 걸음이 무거워지는것은 백집사(百执事)에 근신하라는것이라고 생각해두면 존경, 불존경때문에 심사가 비틀어질 일도 없으리라. 이상사람을 존중할줄 모르는 자는 비틀어진 제인격에 스스로 참괴해할것이니 말이다.
   때가 되여 머리가 하얗게 세여진것은 세월의 풍상이 남긴 기념이라고, 망각이 심해지는것은 잡다한 세상사와 시시껄렁한 일에마저 기억을 달리지 말고 좋은 사람, 좋은 일들만 기억하라는것이고, 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바람처럼 헐겁고 청정하게 맞고 보내라는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위가 아니라 인생의 총화가 되기도 할것이다.
   인생을 등산과 같다고 비유할진대 나이를 세월이 쌓아놓은 산으로 가정한다면 산밑에서는 주변밖에 볼수 없기에 눈에 비치는것만 보다가 차차 높이 오르면서 시야가 넓어지여 먼곳까지 볼수 있다. 그런데 산정에 올라선 사람이나 산밑에 있는 두사람의 위치는 다르지만 대방의 눈에는 서로가 미소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년장자라고 젊은이들을 미숙하다고 보는것이 관습이고 역으로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을 한물지난 골동품을 대하듯 무기무력함을 우습게 보기가 일쑤인데 다 편파적이요 진행형에 무지함밖에 안된다.
   나이란 생명의 소모일뿐만아니라 삶의 축적이며 속절없이 서러운 일이나 나이는 그저 먹는게 아니라 거듭나는 표지이기도 하다. 비유하건대 옛가구를 윤색하는 옻과 같다고 할수 있다. 혹 그게 나이값이 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한해두해 세월이 쌓일록 삶의 보람을 떨치는 사람들이 많은가 하면 반면에 무위도식하며 자연생명을 소모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를 먹고싶지 않다고 발버둥칠 꽉 막힌 사람이야 있으 랴만 세월이 가는것만 헤아리고 남은생명을 보다 더 의미있게 연소시킬 생각은 하지 못하는것도 안쓰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공자가 로자에게 “제가 깨달은바가 있습니다. 까마귀와 까치는 새끼가 되여 자 라고 물고기는 거품에 붙어자라고 나나니벌은 탈바꿈을 하여 성충이 되고 동생이 생 기면 형이 울게 됩니다. 오호라, 제가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지 못한 위인이였던 것이니 더불어 하나이지 못한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을 자연과 하나이게 할수 있었 겠습니까?…”라고 설토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물러나와 안회에게 말했다. “내가 지닌 도라는것은 독안에 든 바구미와 같은것이였다. 선생님께서 나의 몽매함을 깨우쳐주지 않았다면 나는 하늘과 땅이 위대하고 완전함을 알지 못했을것이다.” 성인도 자기중심을 잡을수 없다는것을 말해주는가? 산우에 산이 있고 하늘밖에 하늘이 있다고 했듯이 로자의 도에 탄복하고 자기중심을 잡을수 없다는것을 개탄했는가? 이 도리를 우회적으로 설파하려 한것인가?
   혹 젊은이들이 로인을 존경하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나이많다는 리유로 우습게 보거나 비하할 권리는 없다. 문화소양이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속에서 자기자신은 로인박대증이 있다고 공공연히 선포할 사람은 없을게다. 한것은 조금이라도 인격적인 사람으로서는 남들에게 형편없는 저질로 보이려하지 않을테니까, 보다 더 중요한것은 자신도 언젠가는 로옹이 된다는 도리를 모를 천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쌓여가는 인생을 리해하는데 높은 지력상수가 필요없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주어진 생명선에서 덜어내기이지만 살아온 나날에는 더하기로도 된다. 그래서 인생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해서 저저히 년장자다운 년장자가 되는것은 아니지만 총체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어른이라 칭하고있다.
   대저, 젊어서는 자신의 늙은모습을 생각하지 않지만 싫어도 늙음은 누구에게나 붙어설테니 장래를 생각하고 허무감을 가질것이다. 붙쫓고 버림당하고 얻고 잃고, 채우고 비우며 석양의 언덕에까지 오는동안 젊은시절에는 풀수없었던 숙제를 풀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인생의 총화에 몰두하게 될것이다.  
        
                                         2014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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