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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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 수상록 (3) 세태풍속화
2014년 01월 02일 08시 31분  조회:683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세태풍속화
 
                                                                    최 균 선
 
    얻고 잃고 빼앗고 빼앗기는 끝없는 쟁투가 인생주제곡인가? 못가진자의 몸부림은 수요이지만 부자의 욕심은 자족감의 결핍증이다. 그래서 못가진자와 가진자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것이다. 부지런함이 만능은 아닌터, 황소의 숙명에서 그것을 잘 읽을수 있니라. 황소가 우직하다고해도 자기가 끄는 짐의 무게를 잘 알고있다. 그러나 종시 투정질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아빠진 문명인들은 오히려 둥글이의 이런 정신을 우직하다고 평판한다. 순종하면 굴종을 강요하는것이 강자의 고질이고 온순하면 온순할 수록 릉멸이 기탄없이 발길질하는것이 고태의연한 인습이다.  
    한 사람의 어리석음은 다른 사람의 행운이고 이웃의 어리석음은 거울이기전에 먼저 웃음거리로 흥미진진해진다. 그 어떤 불상사이든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난것이면 식후한담거리가 된다. 남의 불행으로 자기의 슬픔을 보듬는것은 거의 모든 인간들이 쓰는 량책으로 되였다. 우리에겐 재미있는 계률이 매우 많다. 례컨대 모두가 잘못일 때는 모두가 옳다는것이다. 공동의 실패는 누구도 책임져야 할 일이 없어서 안심이 되니까말이다. 야비하기는해도 그 지당함에 더 할말이 있으랴,
    남의 흉을 볼 때 근본을 잃는것이 우리들의 습성이다. 이를테면 절름발이도 남의 우스운 걸음새를 보아내는데 결코 짝지지 않는다. 수수방관의 차원을 넘어서 랭혹무정이 인간상정이 된셈이다. 이렇듯 인간은 저마다 제목숨을 살지만 종래로 남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개인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입으로 엮은 수술대우에 누워있게 만들어진 인생현장인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는식으로 사는것이 모두의 인생궤적이다. 그만큼 뭇눈길은 우리 자신들의 마음을 읽는 투시기로 되여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철면피가 가장 수요되는 오늘의 문명시대이다.
    영원한 친구가 없고 영원한 적이 없다는 말이 현대창조어인지 모르겠으나 옛날 옛적부터 현재까지 주욱 내려온 인습의 하나이다. 이 시점에서《산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가 삶아지고 새를 다잡으면 좋은 활썩네. 적국을 이기면 장수가 죽을 차례.》라는 전고(典古)는 영원히 색바래지 않을 절대진리임에 틀림없다. 아무도 이 력사규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또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력사가 이를 너무나 알기쉽게 설명한다. 권력욕은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혈전만리를 헤쳐온 전우도 가벼운 한숨을 한번 내쉬고 숙청한다. 왕후장상에 씨종자가 따로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진승왕도 함께 김매던 가난뱅이친구를 꺼림으로써 제혀를 깨물었던것이다. 그것을 옛날식으로는 배은망덕이라고 질타했지만 권력을 위한 불의와 가혹성은 한 통치자의 과단성으로 부각된다. 재래로 그랬다.
    예나제나 권력한자락 잡았을 때 음으로 양으로 해먹지 못하면 바보가 되는 세태인심속에서 막무가내함과 마비와 종용이 태평하게 살고있다. 그가 넥타이를 매고 빙글의자에 앉은 위군자이든 야차같은 강도이든 죄악은 수요의 별명이 아니라 인성에 뿌리박은 질병인것이다. 산에 범이 있는줄 알면서도 기어이 산행을 하는것은 만용이 아니라 욕심때문이다. 탐욕의 저쪽은 분명히도 천길낭떠러지인데 한사코 강행군하는 자들의 만용은 과욕이 코를 꿰여들고 앞에서 잡아끌기에 아무도 구할수 없다.
    아무나 절실한 체험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겉보건대도 권세란 좋은것이다. 오래전 석탄도 공급제를 하던 그 시절, 먼저 실어달라고 급한 사정을 하는 아낙네들앞에서 갖잖게 위세를 부리던 석탄부의 밀차군들의 인간상을 보며 돼지임자보다 돼지몰이군이 더 우쭐한다는 저차원의 권세욕을 다시 씁쓸하게 웃은적이 있다. 죽은범의 등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그런 용기만큼 싱겁고 너절한 용기는 없으리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원리를 너무도 잘 알고있는 우리가 더우면 몰켜들고 추우면 헤여지는 양들의 습성을 악습이라고 비양거릴수 있을가?가장 숭고한 일이 가장 리해불능의 일이 된다. 자신이 육박전에 나가지 않는 전제하에서 누구나 용사로 자처할수 있다. 그래서 아군이 무더기로 쓰러지는 처절한 영화장면도 해바리기씨를 까며 구김없이 웃으며 볼수 있는게 인간심통이다.
    인정세태에서 시기와 질투심이 아마도 제일 악습이리라. 낮은곳에 서있는 사람은 벼랑을 근심할 필요도 없지만 높이 서있으면 먼저 세찬 바람을 맞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너무 빼여나면 뭇눈길들이 좋게 봐주지 못한다. 하긴 갈가마귀도 제일 크고 단 사과배를 쫏아먹음에랴, 사람들도 열매가 달린 나무에만 돌을 던지는 법이다. 남이 잘되면 공연히 심술나고 남이 슬퍼하면 일종 안위를 느끼는 인간심사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나는 모른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아파한다는 속담을 거들면 명랑한 해답이 되는걸가? 아무튼 질투는 인간심사의 종양임에는 틀림없으리라.
    주는 인심은 가지려는 인심앞에서 다 그랑데가 된다. 먹은죄는 종지굽에 담는다지만 진수성찬이 흑백을 전도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그 사람의 륭숭한 대접을 받았으므로 좋은 사람이 되고 인정으로 시시비비를 덮어주고 악한도 친구로 둔갑하기 일쑤이다. 충언이 쓴 보약과 같다고 권장하는 사람의 말을 곧이듣지 말아야 한다. 자고로 충언에 귀를 열고 웃으면서 충언을 받아들인 황제가 극히 적었거늘, 결국 그런 사람들이 더구나 입발린 말을 좋아한다는것이 실증된다.
    민감한 금구에서 멀찍이 물러나와 초로인생의 세태풍속화나 다시 읽어보자.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는 우리 고유의 속담이 있다. 반대로 생선과 손님은 사흘이 지나면 냄새난다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의 소박한 뜻은 부자들도 자인하는것이지만 쌀독 인심의 차원이 아니라 만세불변의 인습이다. 가는 손님 뒤꼭지가 예쁘다는 속담에는 가난한 사람의 막무가내한 걱정만 담긴것이 아니다. 루만금을 가진 부옹들에게 도 가난한 친척은 불편한 보따리로 락인되여왔다. 이것도 역시 자손만대로 물려받을 인정세태이다. 린색은 절약과 통하기도 하지만 되돌아와서 후덕과 박덕의 여하이다.
    인심은 시끌벅적한 대도시에서만 메말라가는것이 아니다. 우물가에 드레박을 놓아두던 미풍량속은 기억의 한페지로 되였다. 우물을 긷던 시대가 존속되여야 할 리유가 없기에 우물과 드레박, 물동이는 향촌의 잊혀질수밖에 없는 서정시라지만도 그때도 사람들은 박우물을 떠마시면서 누군가의 후덕한 손길을 생각하지 않은게 례사 였다. 우물이 마르기까지는 물의 가치를 모르는게 보편적인 심사이다. 소금이 바다를 떠나고나서야 자기 가치를 알았다는것은 주체성감오로서 별개의 문제이다.
   모든것이 자아의 리익과 편리를 기준하는 이 시대이다. 이를테면 내가 하는것은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론리가 당당하게 성립된다. 허랑한 나비가 꽃이 자기에게 반드시 감사드려야 한다고 믿는 심사처럼 비틀려있다.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 심연을 갖고있는 법이던가? 우리는 자기가 미처 몰랐던것을 알고나면 기쁨과 함께 지각한 아쉬움도 맛보게 된다. 자기가 아는것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는것이다.
    아아, 참으로 인정세태란 요지경속같으니 어느것이 콩알이고 어느것이 팥알인지 누가 일일이 헤아려 볼수 있을손가? 눈에 보이는 인정세태를 대강 읽고나서 나오는 소리가 자가당착의 말세타령이니 스스로 자소(自诉)에 주저앉을수밖에 없겠구나.
 
                                               2008년 3 월 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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