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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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만남과 더불어
2014년 01월 13일 14시 18분  조회:7534  추천:2  작성자: 최균선

[수필]                               인생은 만남과 더불어

   인생길은 만남에서 시작되고 만남의 장소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사람은 차차 크면서 인생마당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필연적인것도 있고 우연적인것도 있다. 수풀처럼 들어선 사람들속에는 부대낌과 더불어 괴로움도 있지만 그 부딪침과 모대김속에 살맛도 생겨난다. 리별의 시각에 석별의 정에 흐느낀다면 그가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하고 세상에는 나혼자가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어떻게 만났건 너와 내가 만나서, 나와 누구들이 만나서 엮어가는 사연들이 삶의 얘기가 된다. 고마운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이 다 이웃같고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와보일것이다. 그래서 나만 의미있게 산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산다는것이 바로 삶의 진미이다. 
    
   진정한 인생수업은 교육에서 시작될진대 스승을 잘 만나는것 역시 우연성이 다분하다. 스승을 잘 만나면 인생이 바뀌게 되고 몹쓸 선생을 만나면 되는 호박에 손가락질이나 받기십상이다.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을 천생 둔재로 취급하여 교문밖으로 축출했다는 그 선생은 되는 호박에 손가락질한 자신의 혀를 깨물었을것이다.

   좋은 친구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무가지보가 된다. 친구란 신뢰와 배반을 함께 지니고 다니는 낯익은 사람으로서 인생의 집에 네기둥과 같은 존재이다. 친구의 의미는 시종 두가지이다. 분수령은 리해관계우에 솟아있다. 친구란 아무리 친밀해도 종이장을 사이에 두고있다. 친구는 천천히 빨아먹기 좋은 개눈깔사탕도 아니거니와 그냥 쓴약만 달이는 약탕관도 아니다.

   듣기는 거북해도 가끔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귀가에 간지러운 소리만 늘어놓다가 어려운 순간에는 간절히 내미는 손길을 보는체도 않고 등을 돌려버리는 알량한 친구들이 더 많은 세상, 함께 웃어주는 사람은 지천이지만 함께 울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인생에 하나의 지기를 만나면 그보다 만족스러운 일이 없다는 말이 만들어졌을것이고 백번도 더 지당한 명언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함께 웃고 떠들 땐 어떤줄 모르다가 옆에 없으면 마음이 허전해지게 하는 사람, 가슴을 짜릿하게  감동시키는 재주가 없이 그저 담담해 보이나 언제 봐도 정이 샘솟게 하는 얼굴, 화사한 웃음보다 함께 가슴치며 울어줄 마음의 준비가 돼있는 그런 친구야말로 내 마음의 기둥이다.

   부부의 인연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남자의 절반은 녀자라는 말이 있듯이 현처는 한 남자의 인생길에 든든한 받침대가 되여진다는것은 생활의 진리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악처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소크라테스가 자기의 악처때문에 철학가가 되였는지 모른다는 유머도 있지만 철학자가 되기 위해 악녀와 결혼할 사람은 없다. 이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류류상종으로 어울리여 인생마당을 영위하기마련이다.

   가진것 없어도 진실하고 덕망높은 사람은 자석에 쇠붙이가 붙듯이 사람들이 절로 따르고싶어한다. 내 리익보다 대방의 손해를 먼저 생각할줄 아는 사람,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무언가 내주고싶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인정미가 다분하여 꿀벌들이 찾아드는 향기로운 꽃처럼 매력있다. 그것을 현대말로 리더십이라기보다 끌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더 걸맞을것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인격의 향기가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그처럼 인심의 향기를 누군가에 풍겨주고싶은 자세를 가지게 될것이다.

   쎄르반떼스는 말했다. “당신이 훌륭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와 같은 덕을 자기도 갖고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나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가 지은 죄가 자기에게도 있지 않은가 돌아보라,” 내가 가장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일처럼 보아줄 사람을 떠올려보라. 많지 않을것이다. 한 사람도 생각나지 않아서 시린 가슴을 어루쓴다면 인생은 잘못 산것이다. 친구를 갖는다는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것이다.친구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 피곤한 삶이며 소외당한 삶이기도 하다.

   내곁에는 어떤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지? 내곁에 사람이 많을것만 바라지 말고 나는 누군가에게 가깝고 편안한 존재인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것도 일종 수련이라 하겠다. 어데서나 도드라진 존재, 으뜸인 존재이면 더 좋겠지만 그런 사람인체 꾸며댈 필요는 없다. 오래 지내보아도 색바래지 않는 느낌을 주는 사람, 무랍없는 지기들과 인정을 누벼간다면 그보다 더 즐거운 삶이 어디에 있을가?

   이 세상은 혼자 살수 없다. 사람은 동면하는 곰처럼 제 발바닥을 핥으며 자족할수 없다. 무리를 떠난 승냥이도 고독을 울부짖는다. 존재고립의 고독감을 견뎌내는것은 존재미학의 정수이지만 내가 먼저 따스한 마음을 앞세우고 세상에 림한다면 마음의 항구에 등대가 높이 세워져 암초에 부딪치지 않을것이다.

   남들과 잘 어울리며 살아가려면 위치를 바꾸어 생각할줄 아는 아량을 갖추는게 긴요하다. 사람마다 인격의 최고의 덕목인 사랑을 앞세워 상대방의 립장에서 먼저 생각해본다면 리기로 기인된 알륵과 쟁투가 현저히 감소될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대로 기다리는것도 일종 삶의 경지이다. 그러나 살아가는대로 생각하는 우자는 아니다.

   나만 살려한다면 존재의 리유가 없다, 타아가 없는 자아란 무의미하기때문이다. 일생을 살면서 힘겨워도 지탱할수 있는건 나를 향한 타인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지탱해주기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의 인력에 의해 공전하고 자전하는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살지 않을수 없는 인생마당에서 타인을 의식하여 배타적이 아니라면 세상은 더욱 따스할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상품경제시대의 풍조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거대한 사회적문제들보다는 개인리해득실에 중점을 두게 되는 자기중심주의가 인생좌표로 되였다. 과거의 집단적인 가치관념은 개인주의적, 자기중심주의가 가치기준으로 변화되였고 급변하는 시대변화를 대변하듯 우선 나부터 좋고보자는 자기중심주의적인 인생자세를 추구하게 되였다. 전통농경사회의 산물인 대가족시대가 해체되고 핵가족시대환경에서 자라난 외자식들로 세대교체를 이룬탓인가?

   리타정신은 한낱 관념으로만 남아있고 누구나 내면속에 자기중심주의에 따른 자기확신과 편견, 리기심, 불신, 극단적자존심이 자리잡았다. 어떠한 인문환경이든 극단적인 자기중심주의는 더불어 살아야 할 화해로운 사회에서는 껄끄러운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이 험난한 인생길에 자꾸 넘어지지 않고 용케도 지탱해나갈수 있는것은 고운 정, 미운 정을 함께 빻아 인륜의 인절미를 빚어먹고 서로서로가 지탱점이 되여지기도 하기때문이다.

   함께하는 세상,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 내것도 내것이요 네것도 내것이고싶은 마음이라면 곧 사막을 걷는 고독한자이다. 아찔한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자기보존의 의미를 더욱 심각하게 터득하듯이 다른 사람의 존재의 의미를 긍정하는 사람이야말로 현자이다. 서로 사랑하며 웃으면서 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양을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는 승냥이가 되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고 생각해본다.
 

                                   연변일보 2014. 1.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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