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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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17) 이런 찬가는 목쉬도록…
2014년 07월 13일 08시 33분  조회:496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이런 찬가는 목쉬도록…
 
                                                     진 언
 
    제먹을 밥은 제가 벌라는 말이 먼저 나왔는지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말라는 말이 먼저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로동하는 인간만이 사람이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거의 강박관념으로 우리 의식속에 자리잡았다. 인간은 어떻게 먹든 먹고 신진대사를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것이 아니고 공상하고 꿈꾸기 위해서만 사는게 아니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먹으려면 손발이든 두뇌이든 써야 한다.
    버둥거림에서 시작되고 버둑거림으로 끝나는 우리네 인생에서 기본주제는 로동이다.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말라는 이 원칙은 계급사회에서 일하는자는 얻지 못하고 얻은자는 일하지 않는다는 대립성에서 제기된것이다.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말라는 이 말에는 밥을 먹을수 있는 자는 일하지 않아도 되며 밥을 먹는자는 반드시 일해야 하며 밥을 먹는자는 가능하게 일하는자라는 세가지 의미가 내포되여있다.
    지난 한시기“머리를 쓰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자는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劳心者治人,劳力者治于人)”는 말은 로동인민을 모독한것이라고 비판도 하였는데 틀린말은 아니였다. 맹자가《滕文公章句上》제출한 이 론단은 사회분공문제를 말한것이다. 한편 지무자(知武子)도《左传襄公九年》에서“군자는 머리를 쓰고 소인이 힘을 쓰는것은 선왕이 제정한것이다(君子劳心,小人劳力,先王之制也。)” 라고 쓰고있다. 이렇듯 체력로동과 뇌력로동의 차별은 맹자이전에 벌써 하나의 보편적사회현상으로 되여져 있었던것으로서 후에 맹자가 이런 현상을 개괄했을뿐이다.
    문제는 머리도 쓰지 않고 힘도 쓰지 않으면서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불공평한 현상이다. 삼대독자도 일해야 곱다는 속담이 있다. 벌어서 먹고사는 사람에겐 로동이 본성이고 놀면서 공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로동이 참을수 없는 질곡일것이다. 일하는 자는 고생을 먹으며 살고 놀고먹는 자는 향락을 누리며 사는 인간세상에서 과연 누가 더 자랑스러운가? 과연 누가 더 인간다울것인가? 이는 현답이 아리숭한 우문일수도 있다.
    인생은 자재적이 아니여서 울지않는 아이만 볼수 없듯 제하고싶은 일만 골라할수는 없다. 인생이 달착지근 하기만한것이 아니다. 민초로 태여나면 제먹을 밥그릇을 제손으로 챙겨야 산다. 인생에는 어떤 핍박이 필요하다. 어쩌면 굶주림이 로동의 전 제로 되였다고 할수 있다. 기아는 가장 흉포한 사자도 길들일수 있으며 천하에 젠체 하는자에게도 종속과 피복종을 가르치기때문이다. 세상에는 떡함지에 코를 박아도 굶어죽을 라태자가 있고 돌꼭대기에 올려놓아도 살만큼 이악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옛날 동성용진의 장남촌에 정판돌이란 힘장사의 이야기가 파다하게 알려져있었다. 정판돌이는 토개때 부농이여서 청산맞고 산등성이에 얼마간의 한전을 분배받았는데 소출이랄것도 없는 박토인데가 매고 돌아서면 되살아나는 세투리밭이였다. 부지런히 손발을 놀려 밥그릇이 비지않게 살다가 신세가 거꾸로 된 그인지라 굶지않고 살려면 그런 밭이나마 울며겨자먹기로 다루지 않을수 없었다.
    김매기 철이 되자 정판돌이는 고개넘어 덕신골의 한 야장간에 가서 크고 무거운 호미를 새로 벼리는데 야장쟁이는 난생처음 그렇게 너부죽하고 무거운 호미를 만들어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루까지 맞춘 호미를 한손에 들고 가늠해보던 그는 호미가 가벼워서 안되겠다며 열여덟근짜리 메를 하나 얻어서 호미등에 달아매고 흙을 깊숙히 훓어가며 세투리잡이를 했다. 해마다 그렇게 세벌네벌 김을 잡고 한사코 두엄을 모아서는 밭에 내여 한 삼년 지나서 세투리가 절멸되고 밭도 옥토가 되였다. 부지런한 농부에게는 척박한 땅이란 없다고 몇년이 안되여 그는 다시“신부농”이 되였다고 한다. 그 시기로 말하면 부지런하면 밥술은 뜰수 있었다.
    인간들속에는 자포자기가 낳은 기형아, 라태한 인간은 착할수 없고 착한 사람이 라태할수 없다. 라태한자에게는 굴토기를 주어도 샘물을 파내지 못할것이다. 라태가 여드레팔십리 걸음을 하면 가난이 뒤따르며 조소할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라태는 빈궁을 키운 온상이고 미리 파놓고 기다리는 무덤이였다. 현시대에도 라태는 게으른자의 통행증이고 가난은 그의 문패이다.
    잦은 하품은 게으름뱅이가 지을수 있는 가장 멋진 표정이다. 온하루 그늘밑에서 부채질한자는 밤에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법이다. 일하며 사는 근로자들에게는 수면제가 공연한 약일수밖에 없다. 땀흘리며 그리는 미래는 꿈이지만 라태의 베개를 베고 편안타령을 부르는 자들의 달걀쌓기는 망상일뿐이다. 젊어서 노세타령을 부르던 사람은 늙어서 고생타령밖에 더 부를게 있겠는가? 라태한 생활의 뒤뜨락에 행복의 옹달샘이 솟을수 없다. 샘물을 마시려해도 바가지는 갖추어야 한다.
    게으른 나귀는 때려죽인다해도 빨리 걷지못한다. 빈몸인데도 강물속에서 자빠지는 나귀에게는 채찍이 안성맞춤이다. 황소가 느릿느릿 걷는것은 결코 게을러서가 아니다. 력래로 게으른자의 오막살이를 치부가 찾은적이 없다. 옛날부자는 손발이 놀새가 없는 그런 사람들속에서 많이 나왔다. 안일로 빚은 술이라해서 달수 없고 고난으로 빚은 술이라해서 쓰다고 할수 없다.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아무일도 안하는것이다. 실업은 직장을 잃은것이지만 게으름은 할일이 없다는것이다.
    물론 로동은 영광스럽다는 등 그럴듯한 말은 호미로 쓴 진리가 아니라 붓대를 쥔 사람들이 지어낸 선전구호이다. 일컬어“쿠리(苦力)”를 우러러보고 떠받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안일은 마음을 썩이고 로동은 육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당신의 집에 행복을 실어다주는것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로동이다. 일하며 사는 기쁨이 따로 있다는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죽는다. 즐거운 인생이란 사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기쁨을 캐내며 사는 인생이라는것을 그들을 알지 못한다.
    진정한 행복은 로동이 구워낸다. 숙명적인 농민으로 말하면 로동은 땅에서 삶을 파내는 필생의 직업일뿐 영광을 떨치느라고 일하는것은 아니다. 늘 노는자는 휴식의 의미를 평생 알수 없지만 허리휘도록 사래긴밭을 김매다가 그늘아래에서 땀들이는 담배쉼만큼 개운한 일이 없다. 로동이야말로 휴식을 즐기고 그 의미를 가장 잘 해석해주기때문이다. 일하지 않는자는 죽었다 살아나도 이 도리를 알수 없다.
    이렇듯, 어떤 사회환경에서 제기되였든 가장 바람직한 인생자세는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자세이다. 그래서 움직일수 있는때까지 일하려하는 사람만이 미래가 약속된 사람이다. 기실 스스로도 느끼고있지만 이 세상에서 할일이 없다는것 만큼 큰 불행은 없다. 게으름뱅이들에게는 여러가지 그럴듯한 구실들이 있다. 할일이 없다고 변명하지 말라. 변명이 해석이 될지는 몰라도 결코 정당한 리유자체가 아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속에서 성공한자가 잉태되였다.
    과거 소농경제시기“근로치부”란 말이 통했다. 돈이 돈을 버는 상품경제시대에 와서는 근면이 곧 치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해야 적어도 밥그릇은 비지 않을수 있다.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이 있어도 손을 놓고 그늘을 찾는자는 스스로도 자신이 귀찮게 여겨질것이다. 땀흘리며 일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하루해가 짧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견딜수 없이 하품만 나는 지루한 나날일수밖에 없다.
    무위도식자의 삶이 신선할수 없다.“사람은 부지런하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착한 마음이 일어나는데 놀면 음탕하고 음탕하면 착함을 잊으며 착함을 잊으면 악한 마음이 생긴다. ㅡ소학(小学)”나중에 탐욕의 노예가 되여 천길나락에 떨어지는 자들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2010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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