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밤도와 교수준비를 하느라니 발칙하게도 또 전등이 껌벅 눈감아버린다. 세맡은 아홉평방 문간방이 밀봉한 궤속같이 칠흑으로 꽉차서 숨이 다 갑갑해난다.
《에익, 말할놈의 전기!》저도 모르게 점잖지 못한 화증을 내뱉으며 그자리에 벌렁 누워버릴 때 안달아난것은 숙제가 밀린 딸애이다.《아버지, 초불켰어요.》하는 소리가 재촉은 아니여도 그냥 퍼더버릴가 하는 해이해진 마음속에 그 싹수없는《고질병》이 도져 다시 책에 눈길을 박느라면 밤은 어느때나 되였는지 가물가물한 초불 빛에 눈맥이 다 풀어진다. 그래서 속절없이 지름길로 찾아든 늙음을 한탄하며 말없이 초불을 망연히 지켜보노라니 애잔한 그 빛속에 고달픈 명상이 자꾸 너울거린다.
언제부터 누가 교원을 초불에 비유했는지…퍽도 유래가 깊어있을《초불정신례찬》에서 자부와 긍지를 안고 영원한 동경속에 자기를 잊고 일하는 우리 교원들이 아 니였던가!그러나 이 시각 녹아내려 형체마저 없어지는 한대 또 한대의 초불에 애상에 젖은 사색을 태우게 되고 급기야는 가슴답답한 뒤끝에 반발심 비슷한 체념의 불똥만 남는것은 웬일일가? 정녕 초불에만 비유해야 할 우리 교원들이라면 교원이 발산하 는《신비로운》빛속에 예나 다름없이 그 숙명적인 자아희생의 처량한 그림자가 비껴 있기때문일가?
아닌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비춰주는것과 자기를 희생하는것이 합쳐 우리 교원들의 형상을 이룬다면 이러한 진실은 너무나 불공평하다. 우선 교원사업의 실질과 그 실질로부터 체현되는 진정한 숭고함과 희생정신을 근본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기때문이요, 다음으로는 시대적색채의 바래임과 더불어 그 소극적인 면이 날로 들어나기때문 이다. 어페일지는 모르겠으되 목적, 의도적이고 의지적이며 쌍변적이고 정감적이며 창조적활동인 교육사업이 어찌 단순한 흐름식지식수출 더우기는 속절없는 소모만이랴!
가령 이러한 수출, 소모에《위대한》가치가 있다면 근근히 교원의 지식과 재능이 제자들에게 기계적으로 옮겨진다는 그것뿐일것이다. 실로 창조성을 잃은 교수사업이라면 저차원적인 단일한 류출, 단순한 수고로움과《경의》로운 단항적소모밖에 더 되겠는가,
이러한 의미에서《초불찬가》를 유의적인《기송》이라고 눌러생각하면 마음풀리는 최면곡이 되겠지만 차라리 무심한《혹평》이라고 말하는것이 듣그럽긴해도 실사구시적이 아닐가? 마치 교원의 운명속에는 선천적으로 자아매몰만 있을뿐 자아가치창조는 불가능한것으로 인정한다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
구사회에서는 불우했던 훈장들이 이런《초불정신》을 미신하여 검은머리가 희도록 전전긍긍 한평생을 분주하게 죽은 글을 가르치다가 죽어갔지만 참고 견디며 세상과《다투지》않았던지는 모르겠다.
아무튼《초불정신》은 우리 시대 교원들에게도 비장한 위안으로 될수 있어도 진정한 분발과 향상, 헌신성을 가져다줄수는 없다. 이러한《정신기둥》으로는 가르치는 즐거움과 즐거운 가르침이 있을수 없다. 그러니 가르침과 고생스러움과 고생스러운 가르침을 잘 알고있는 청년세대들이 마주서면《존경》을 높이들지만 돌아서면《온역 신》을 피하듯 멀찍이 하는것이 기성사실이 아니며 신성한 교단에 지망자가 날로 적어지는것도 현실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우리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을 비춰주는《초불정신》의 고귀한 일면을 제창해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 그저 달가운《훼멸》을 대가로 후대양성사업이 완수된다고만 생각하는것은 용인할수 없는 몰각이다.
교원의 형상에서 숭고한 리상과 헌신정신은 기본핵으로서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원들의 대상자는 무감각하고 수동적인 지식창고가 아니라 미래의 화폭 을 그려주고 력사를 창조하여 아로새겨주어야 할 무한히 활약하는 심령세계인것처럼 인생행로에서 리정비가 되여야 한다. 교원의 형상은 광명을 전파하는 프로메테우스마냥 희망을 품고 지식의 왕국을 탐색하고 창조하고 개척하는 성스러운 한길에서 불멸의 홰불이 되여야 한다.
태양은 낮에 빛난다.휘황찬란하다. 초불은 평범하다. 허나 사심이 없다. 초불의 평범함과 태양의 휘황찬란함을 함께 지닌 사람들ㅡ그들이 바로 인민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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