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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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딱따구리례찬
2015년 09월 15일 18시 55분  조회:457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딱따구리례찬
 
                                  최 균 선
 
   딱따구리는 주로 탁목조(啄木鳥), 렬조(列鳥)라고도 하고 아호는 지목(志木) 이라 하며 현대적으로 삼림의 의사, 삼림의 초병이라는 미칭도 지니고있다.
   만약 사람들더러 까치, 까마귀, 딱따구리 세가지중에서 감정적인 선택을 하라면 응당 까치가 첫손에 꼽힐것이고 다음 딱따구리일것이며 까마귀는 아무도 알은체하지 않는 딱한 처지에 처할것이다. 한것은 전통적인 가치판단과 가치취향으로부터 까치는“기쁜소식”을 전하는데다가 체형도 우아하고 우짓는 소리도 길하다고 생각하기때문일것이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기질때문인지 빈소식만 전하고 허명을 얻은 까치보다 행동적이고 실무적인 딱따구리를 더 좋아한다.
   딱따구리는 화려함의 상징인 공작새처럼 명성이 뜨르르하지도 않고 신비의 대명사인 상상속의 봉황처럼 동경하는 새도 아니지만 나무벌레의 천적으로서 명실상부하게 과감하게 사랑하고 과감하게 증오하여 눈에 띄이는 해충을 제거하는 수림속 투사이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일편단심이여서 해충에 절치부심하며 나무의 병을 치료하는것을 사명으로 삼고 자각적으로 삼림의 의사로 충당되여왔다.
   딱따구리는 나무줄기에 수직으로 붙어서 라선형으로 올라가면서 구멍을 뚫고 가시가 달린 긴 혀를 넣어 딱정벌레의 유충따위를 잡아먹는다. 딱따구리는 추호의 사심도 없기에 해충이 무슨 색갈이든, 어떤 신분이든, 무슨 명분을 가졌든간에 가리지 않고 사정을 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처치해버린다. 이 시점에서 삼림동물계에서 원칙을 견지하는 공정한 법관이라고 하는것이다.
   딱따구리는 아주 부지런하고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익조이다. 매일 혜안을 밝히여 병든나무를 찾아내고 해충이 숨어있는 곳을 쪼아댄다. 과학가들의 관찰에 의하면 딱따구리는 매일 오백번이상 나무를 쪼아댄다고 한다. 그 의력이야말로 우리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를만도 하다.
   나무의 겉면에서도 얼마든지 벌레를 잡아먹을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부리가 닳도록 나무를 쪼아 숨은 벌레들만 잡아먹을가? 자신의 신근한 로동으로 얻은것이 여야 진정 입에 맛는 진미라고 여기는것일가? 아무튼 고상한 품덕을 지닌 새라고 해야 할것이다. 삼림속에 공훈자이지만 종래로 꾀꼬리처럼 간드러진 노래로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해충잡이에만 로심초사하며 일사불란이다. 나무를 쪼아대는 절주있는 “딱딱딱…”하는 소리가 딱따구리의 삶의 노래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것은 나무들이 딱따구리의 신근한 복무에 감사할줄 모르고 오히려 미워한다는것이다. 자기의 먹거리를 위해서 껍질에 손상을 주고 쉴새없이 쪼아대는 소리가 자신의 안녕을 깨뜨린다고 생각하는것이다. 더구나 딱따구리의 광림 은 자신이 병든 나무라는것을 세상에 알리는격이여서 자기 체면을 구긴다는것이다. 게다가 제먹이를 위해서 한짓에 삼림의사라는 미명을 얻기까지 하였으니 결국 일거 량득하는것이 딱따구리라며 미워한다.
   그러나 딱따구리는 나무가 어떻게 고깝게 생각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든 아랑곳없이 자기의 천직에 충실할뿐이다. 까치는 꽁지를 달싹거리며 이 나무 저 나무 옮겨앉아 찬가를 부르며 나무들의 환심을 산다. 아닌게 아니라 나무들은 까치가 자기와 마음이 통하는 벗이라고 반가워하며 늘 우듬지를 내준다.
  어느 날 까치와 까마귀가 한담하였다.
   “까치언니, 어떤 일은 정말 알고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어째서 언니에게는 그렇게 호의적인데 그들에게 득죄한일도 없는 나를 보기만하면 저주를 퍼붓는지? 정말 억울해 죽겠어요.”
   까치가 여유작작하게 대답했다.
     “까마귀동생, 네가 아직 사회경험이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해봐, 현재 인류가 세계를 주재하는데 인류와 관계를 잘 처리하지 않고서야 살아남겠느냐? 나는 곡식밭에 벌레도 잡아주거니와 주동적으로 인심을 얻으려고 늘 희소식도 전해주지 않나? 그러니…”
   까마귀가 까치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너무나 불가사의해요. ”이때 딱따구리가 그들의 대화를 듣다못해 한마디 하였다.
 “너희들은 생각하는게 왜 그 정도냐? 너, 까치는 그냥 좋은 소식만 전하려하고 너, 까마귀는 우울한 소리만 뇌까리지. 그러면 안돼, 좋은 소식만 듣기 좋아하고 나쁜 소식은 싫어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놀아나는게 아니라는 말이야…”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찬양소리만 좋아하는데 물론 인간상정이다. 그러나 그냥 칭찬소리에만 귀익어있다면 정상적인 량지가 마비되고 비진실의 우월감이 기고만장해질것이며 그런 용속한 심리상태는 응유의 위기감과 진취심을 상실하게 할것이다. 칭찬앞에서 어떤 몸가짐을 가지냐에 따라 그 인격이 가늠되기도 한다.
   딱따구리가 비록 사람들의 정감선택에서 미칭을 얻었지만 어떤 방면에서는 모종 사람들의 심미정취에 맞지 않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따구리는 나무의 숨은 병집을 딱딱 짚어내고 치료해주어 나무의 건강장수를 도모해준다. 딱따구리가 굳 센 부리로 나무를 쪼아댈때 아프기는 하겠지만 병을 치료하는대 전혀 아프지 않은 침이나 주사바늘이 있던가?
  이 세 종류의 새들에 대한 선호도로 문필사업을 비유할수 있다. 문인은“까치”노릇을 하는데 만족하지 말고 “딱따구리” 가 되여야 바람직하다. 그러나 “까치”가 되기는 쉬워도 “딱따구리”가 되기어렵다고 말한다. 문인으로서의 골기가 있어야 하기에 “까치”는 하늘에 분분히 날고 딱따구리는 점점 더 보기 희소하다.
   한가지 단조로운 곡조로는 화해로운 악장을 엮을수 없다. 영광은 잠시적으로 눈부실수 있지만 영원한 속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글을 씀에서 음영이 드리운 소식도 전하는 까마뀌도 되여야 하거니와 사정없이 해충을 쪼아대는 딱따구리로도 되여야 한다. 문필계에서 아마도 명실상부한 잡문가를 “딱따구리”에 비유해야 할것이다. 물론 량자의 품행과 처경의 각도에서 하는 말이다. 기실 잡문가는 다만 불굴의 붓쟁이에 불과한바 사회상의 불공평한 일.인간의 추태, 비리, 부패 등 사회악과 온갖 인성악에 대하여 납함하는데 그친다. 이 점에서 딱따구리에 비길바가 못된다.
   잡문가도 사회해충을 누구보다 빠르게 보아내지만 불평불만에 애끓을뿐 속수무책이다. 잡문가의 붓끝이 아무리 날카롭다 하여도 땅땅한 나무껍질을 쪼아 깊이 숨은 해충을 제거하는 딱따구리의 본능에 미치지 못한다. 잡문가의 붓은 법률을 대표하는것도 아니기에 막무가내하다. 하지만 잡문가가 딱따구리의 기개와 정의를 신장하는 정신을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문단에서 자호할만하다.
   딱따구리가 익조이나 너무 간단화한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딱따구리처럼 해충을 제거하는 정의감과 불굴의 기개로 붓을 벼리고 고상한 품덕으로 글밭을 걸구며 사회해충을 질타하는 투지를 가진다는것은 생각뿐, 쉽지는 않은 일이다. 어떻게 쓸가는 기교문제이지만 무엇을 쓸것인가는 작가의 사상과 기개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딱따구리가 돋보이고 찬양하게 되는것이다.
                                
                                  2012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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