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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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찬가
2016년 03월 25일 17시 55분  조회:404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겨울찬가
 
                                                    최 균 선
 
    겨울은 사계절의 끝자락, 추위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싫어지는 계절이다. 더구나 거의 모두가 헐벗고 살며 기한에 떨어야 했던 옛날에는 겨울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난의 계절이였다. 겨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휘몰아치는 눈보라, 망망하여 적설이 차가운 기운만 감돌게 하는 겨울이였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겨울철 구두어는 “어어 추워”라는 말이였다.
    삭풍이 불어오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마음도 차차 시려든다. 그렇듯 어렵던 나날에 수없이 심어진 앙상한 기억때문인가? 어른들은 겨울이 추워야 다음해 농사도 잘된다는 말은 잠시 미뤄두고 땔나무 걱정과 쌀독걱정을 하며 보리고개가 오는 봄이라도 기다리기에 마음부터 서성거렸다. 그러나 개구장이들은 홋바지에 고추를 얼구고 콧물을 게바르면서도 겨울을 좋아했다. 썰매를 타고 목대기를 타며 추위를 모르던 랑만의 겨울이였다. 그처럼 혹독한 계절도 느끼기 나름이였던지…
    내게도 겨울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구를 수리한다고 기개가 충천하던 그 시대엔 참으로 농부일생이 무한이여서 겨울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큰눈이 내리거나 적설이 뒤덮혀 일을 쉬게 되는 겨울날이 내게는 반가운 날이 되였다. 그도 그럴것이, 뜨뜻한 가마목에서 등을 지지며 소설책에 빠질수 있어 얼마나 좋았으니 말이다.
    어떤 날에는 북국의 설경도 흔상할겸 쇠줄로 엮은 쾅즈를 등에 지고 도끼처럼 벼린 곡괭이를 들고 베여버린 나무그루터기며 가둑나무 등걸을 찾아 해란강변으로, 모아산기슭 골짜기들을 누빈다. 생눈길 헤치며 걸으며 제멋에 겨웁던 그 헌헌함과 내가 땀흘리면 한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수 있다는 일념이 혼자서도 자못 의미로웠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농부의 가치기준이지만도 겨울엔 불이 곧 사랑이였다.
    지금은 먹고 입을 걱정이 없어서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셈평좋게 생각한다. 일컬어 사색의 계절이라는 겨울을 두고 각자 나름대로 사색해 보았을것이다. 옛날처럼 그렇게 혹독하게 춥지 않지만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에 자신을 랭철하게 돌아보게 하는 겨울이다. 그 생각의 첫머리에 겨울은 “랭정함”이라는 글을 쓰게 된다.
    겨울은 춥다. 눈이 내린다. 삭막하다. 색조가 단조롭다. 하여 봄내, 여름내 열정적으로 살찌웠던 잎사귀들이 한잎두잎 조락하여 앙상해진 나무들, 화사했던 그 꽃들도 미련없이 겨울잠에 빠지고…그래서 문인들이 꽃피고 산새우는 봄에, 록음으로 우거진 성숙의 계절 여름에, 풍성한 결실과 더불어 조락을 의미하는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계절찬가를 엮어왔다.
    겨울의 의미를 캐노라면 먼저 무엇이 련상될가? 겨울 언덕위에 홀로 눈꽃을 피우며 홀로선 나무의 인고를 새삼스레 해석해본다. 엄동설한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생존의 몸부림은 눈물겹도록 아름답지 않은가!피고 스러지는 꽃보다 꿋꿋한 나무들이 더 아름답고 장해 보이는 리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가싶다.
    애목으로부터 저렇게 어엿하게 자라난 나무는 얼마나 많은 추위와 아픔을 먹으며 인내로 성장했을가!세상만물이 넘치는 기쁨을 안고 뽀족뽀족 고개를 쳐들 때, 아직은 늦겨울의 찬바람이 뼈속을 파고들 때 나무는 봄날을 기약하고 참고 견딘다는것을, 나무가 겨울 추위를 달갑게 받아들이듯이 아픔을 견뎌내는 의지를 본받을만도 하지 않는가? 겨울의 엄혹한 시련이 없다면 부활의 참된 의미를 알수 없기에…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름답게, 그럴듯하게 묘사할 방법이 내게 없다. 앙상한 가지. 바람이 불어치면 윙윙 소리만 애처러운 나무, 그래도 넘어지지는 않겠다고 눈보라와 맞서서 몸부림치는 가냘픈 나무를 무슨 언어로 묘사하랴, 또 무슨 말로 노래하랴. 좀 더 가까서 나무들을 살펴본다. 이 나무가 죽었을가? 봄이면 과연 다시 살아날수 있을가? 그리고 또 갖잖은 상상을 날려본다.
    우리 모두가 나무와같은 삶을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할진대 겨울의 의미를 다시 음미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이다. 겨울이 되여야 솔이 푸른줄 알고 겨울을 지내봐야 봄이 그리운줄 안다는 속담의 뜻은 깊다. 겨울처럼 춥고 어두운 배경과 같이 사람은 어려운 시련과 고통을 함께 겪어봐야 삶의 참을 알수 있다는것은 오묘한 진리가 아니라 일반 상식이다.
    봄, 여름, 가을과 같이 엇바뀌는 사계절의 끝이면서도 봄이 오는 길목에 들어선 겨울일진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계절이란 없다. 매서운 겨울은 튼실한 생명을 가리기 위해 우주의 섭리가 택한것인지 모른다. 겨울은 만물에 푸른 꿈을 안고 앞날을 기약 하며 고생을 이겨내라고 만물에 설정한 고험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대천세계에 수많은 생명들이 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것이 섭리로서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다, 싸늘해진 겨울 해를 원망하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법이다.
    겨울이 깊어가면 한해가 마감에로 치닫는다. 하루하루가 반복되지만 삶의 흔적들은 눈속에 찍힌 발자국처럼 뚜렷하지 않다. 이 하루는 점으로서 각자에게 정해진 인생의 종점에까지 자꾸 찍어야 하는게 우리는 인생이다. 지루한 겨울이라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겨울이 이미 왔거늘 봄인들 멀손가!
    자연이 륜회할진대 한번 가면 다시 못올 인생이지만 도르래기 돌듯 맴도는 계절 사이로 흐르는것은 무엇일가? 고목봉춘은 내게 인연이 없으니 거듭 깨여나자고 되묻는 물음이다. 마음은 늘 풍성한 가을에 머물고 싶은데 동장군이 추위라는 채찍을 들고 성큼 들어선다. 겨울이 되면 어제런듯 가버린 한해를 돌아보게 되고 세월이 속절없다는걸 느끼는것이 반추일가? 겨울에는 많은 생각이 눈꽃처럼 날리고 그 눈발처럼 간곳이 없지만 사색하기 좋은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겨울의 색채는 단순히 흰색이 아니고 겨울의 이미지는 그저 굳어진 표정이 아니다. 겨울도 봄, 가을처럼 시적매력이 이채로운 계절이다. 겨울의 내함은 그렇듯 풍부하다. 사계절의 맨 끝이면서도 새 봄의 전주곡을 울려주는 계절, 겨우내 느끼는 강추위이지만 함박눈 소리없이 내리는 풍경은 미묘한 운치를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로옹이 다 되여서도 겨울에 각별한 정취를 가지고있다.
    그러나 도시에는 진짜 겨울의 매력이 없다. 비록 눈이 내리고 쌓이고 먼산들에 설경이 펼쳐지지만 진정한 겨울의 이미지는 도시인들과 멀리 떨어져있다. 더구나 지금의 겨울은 대지를 호령하던 그젯날의 엄한 기백이 없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 하던가, 북국의 풍광 천리에 얼음얼고 만리에 눈날린다는 시구처럼 천지가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세대들이 어찌 겨울의 혹독함을 알손가!
    차디찬 설경을 겨울의 이미지이다. 발이 시리도록 눈길을 걸어보라. 맵짠 눈독에 한기가 품속으로 기여들지만 또 다른 에너지가 솟아나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포만해 질것이다. 생눈길을 걸으면서 옛노래를 좋도록 고쳐서 부를수도 있으리라.
                                                    모아산에 눈내린다.
                                                    배낭 메여라. 등산이다.
                                                    굽이굽이 고개길 톺아
                                                    등산자들 령을 오른다.
                                                    설경을 찾아 눈길 헤친다
 
                                                                      2015년 2월 15일 2016년 2월 26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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