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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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정이 기꺼운 일인가?
2018년 08월 24일 11시 57분  조회:460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자기 부정이 기꺼운 일인가?
 
                                                            최 균 선
 
    지난해 또 조선말띄여쓰기 새 규범이 발간되였다. 2007년 12월에 출판발행된《조선말띄여쓰기》해설이 10년만에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그래서 또 혼란이 조성되였다. 묻거니와 새 규범의 제정은 시대발전의 소산인가? 필자의 고집으로는 아니다. “남”을 따라하기는 학술적연구라 할것도 없이 그냥 급공근리적인, 실용주의적인 추구일뿐이다. 답습도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서 전혀 새로울것도 없이 반세기도 훨씬 지난것에 매료되였다면 비생산적이요 되돌아 걷기가 아닐수 없다.
    우리가 쓰고있는 중국조선어는 조선민족의 언어임과 동시에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의 언어이다. 조선어는 조선민족의 언어를 모체로 하고 있기에 공통성이 있음과 동시에 중국조선족의 언어로서의 특수성도 체현하고있다. 만약 자체의 특수성을 외면하거나 스스로 버린다면 언어사용의 실체를 탈리하게 되고 답습으로 자기를 부정한것이다. 자기부정은 주체성의 상실, 내지는 포기이다. 물론 나름대로 근거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없다. 과거에로의 회귀에 무슨 창신성이 존재할가. 언어가 발전하니까 띄여쓰기랑 가변적일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그저 맞춤법에 속하는 변화가 아니라 곧 민족문화발전의 자주성에 소급되는 중대차한 문제로 승화된다.
    하긴 십여년전부터 조선문 간행물에서나 문필사업자, 초고중학생들속에서 한국의 맞춤범을 선호하여 성문화된 중국조선어규범을 무시해버렸다. 무슨 마력에 끌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구촌 전체 조선민족의 통일된 맞춤법이 나오지 않은 이상 정부차원에서, 학술차원에서 규정하고 사용해 온 자신의 언어규범을 무시하였으니 제혀를 씹는격이 아닌가? 더 심하게 말하면 누워서 침뱉기가 아닌가?
    문장들에서 나타나는 저마끔의 표기방식을 볼 때 어느것을 기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제 기분으로 쓰는 글이지만 맞춤법만큼은 나름대로 가동할수 없다.  당초, 경제,문화가 발전했기에《한국서사어규범》에 기준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고 질서재조직의 격변기에 기준문제를 거론하는것은 고루한 관념이라 반기를 들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튼 자기부정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며 더우기 광채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이지 그 누구들이 아니다. 즉 중국조선민족이지 한국인이 아니기에 민족언어정책의 혜택아래 규정,완선화하여 가는 우리 서사규범을 무시하는것은 제좋아서 한 자기부정이라도 지극히 불명예스러운 작동이다.
    젖이 나오는 모든 녀자가 다 엄마일수 없고 젖이라해서 다 참젖은 아니듯이 잘사는 나라의것은 다 정확하고 무조건 따라야 할 리유가 없다. 세인이 다 알다싶이 한국어와 조선어는 동질언어인데 리념의 분기로 제각기 사용해오면서 대동소이한 차이를 낳게 되였고 갈수록 그 차이가 커지고 있지만도 우리 말, 우리 글이 본질적으로 달라진것은 없으며 또 달라지자고 해도 달라질수도 없는것이다.
    한국에서 여자라고 하는것이 좋다해도 우리식으로 녀자라 써도 소통이 막힐 일이 없고 띄여쓰기도 량자의 규칙을 아는 이상 어느것이 선진적이고 어느것이 락후한것이라고 판정할수 없다. 지난세기 50년대 우리도 지금의 한국어처럼 단어를 규준으로 띄여 썼더랬다. 그후 왜 그때의것을 버리고 새롭게 규범화하려고 로심초사했는가? 원래의것에 어떤 결함이 있거나 실용적이 못되여서 그런게 아니였던가?
    한국어 띄여쓰기를 따른다면 조선민족 언어문자사업위원회라든가 조선어사정위원회에서 해놓은 사업은 도루묵이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기구들의 사업실적이 아니라 한국식표기를 본딴다해서 조선어가 획기적이고 세기적인 혁신이라도 되는가이다. 물론 동족, 동질의 언어문자이기에《초ㅡ한계선》을 그을수 없는 상황이나 모든것은 변화한다. 그러나 장차 어떻게 변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전민족이 수용하고 수용해야 할 통일조선어(한국어?)가 어느것으로 결판날지 누가 알고 있는가? 그것이 필연적으로 한국어가 되여야 한다는 법이 없고 또 꼭 그렇게 된다고 장담할수 없다. 바람직한 변화발전과정이라도 우리식으로 살면서 글도 우리식으로 쓰고 말도 우리식으로 하면서 살아야 명실공히 중국조선족답다고 할것이다. 우리가 백프로 한국화 한다해도 필경 한국민이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렇게 될수 없는 일이다.
    우리 중국조선족 언어학자들이 알심들여 자기 언어규범을 만들고 수정, 보완해 왔는데 왜 가급적으로 한국어규범을 기준삼아야 하는가? 기어코 기준이 되여야 한다면 그게 생산적인가? 미래지향적인가? 한국에서 문필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말할 때 산에 가면 그 산에 맞는 노래를 부르라는 말처럼 한국식 서사규범을 따라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문필사업의 대상은 중국조선족이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이라면 별 볼일 없다. 학생들이 중국조선족 언어규범화에 근거하여 편집출판한 교과서를 배우면서도 서사에서는 멋대로라면 그게 바람직한것일가? 어떤 학생들의 작문을 보면 완전 한국식 맞춤법, 띄여쓰기도 아니고 혼탕이였다. 한국식 띄여쓰기가 못배워낼만큼 신비로운것은 아니다, 몇가지 간단한 규정만 외우면 곧 구사할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긁어부스럼이다.
    자기의 언어규범을 지키는 문제는 결코 제쓰던 몽당비자루가 좋다는 그런 고루한 가치취향이 아니다. 민족군체의 문화적주체성문제이다. 그런데 한국식표기법, 띄여쓰기가 우리 민족의 서사생활에 기준으로 삼는다면 중국조선어가 볼장을 다 보았다는건가? 우리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닌 접목식의 띄여쓰기 규범이 장구할것인가?
    한국과 조선의 맞춤법 차이는 말과 글에서의 다른 모든 차이와 같이 비단 한국과 조선 자체내에서만 문제거리로 되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옮겨쓰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거리로 되는것이므로 그의 전일적인 규범화는 국제적의의를 가질수밖에 없다. 본래 허리가 동강난 국토에서 리념과 국격을 내세우는 바람에 동질어마저 만신창이 되여진것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의 비애가 아닐수 없다.
    조선과 한국의 현행규정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다른 점도 있다. 이것은 중국조선어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한때 조선식으로 써오다가 후에 주체성을 살리려 애써왔다. 한국에서처럼 띄여쓰기를 하고 문장부호도 한국에서처럼 쓴다면 좋은점도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새 규범이 나오기 썩 이전의 서적들을 읽을 때 그전에 규범화가 락후하였다고 생각하게 될가?
    맞춤법의 규정이란 무슨 진리성적인 근거로부터 세워지는게 아니라 차일시 피일시이고 인공적이여서 그 어떤 규정도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그른것이란 있을수 없거니와 우렬같은것은 더구나 운운할수 없다. 문제해결의 고리는 남북학자들이 통일대사전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조선족인이상 서사어마저 한국화하려 모지름을 쓰고 서둘러댈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싶다. 혼자 하는 말이라 서지 않더라도,
    허리가 동강난 땅이 언제 하나의 혈맥으로 이어질지 묘연하듯이 말과 글의 규범화통일이 예측불가인데 중국조선족이라는 제 삼각지대까지 생겨나서 더구나 조선어가 사분오렬되여 안타까운데 설상가상이 아닌가? 한국식을 기준해야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었지만 결국은 자기 부정이 되고말았다. 좋아서 하는 자기부정이라도 자아를 상실한다는것은 비애이다. 다 된 밥이 이제 죽이 되랴만 언젠가 또 재차 자기를 부정하게 될 때는 또 무슨 리유가 나설지 궁금하다.  

                                                               2017년 10 월 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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