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dolaji 블로그홈 | 로그인
《도라지》문학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2017년도 -> 2017년6기

[시] 무지개1(외6수)-변창렬
2019년 07월 18일 10시 15분  조회:600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변창렬 

무지개1(외6수)
 
애꿎은 길손으로
지나가는 소나기의
얄궂은 눈웃음이다
찌프린 하늘에
대충 갚으려는
버거운 품삯이였지
 
너무 희게 보이면
수건 하나의 값 뿐이고
너무 붉게 나타나면
꽃 하나의 값 뿐이라
무작정 비싼 값으로
황홀하게 바치는 품값
꿈틀거리는 씨앗들도
가는 손가락 올리밀어
탐내는 품삯이다
 
부아통 터진 햇쌀은 심술이 나서
눈 깜짝할 새에
허공은행에 저축하고 만다
 
텅 빈 들판은 멍청스레
하늘만 더듬고
잃어버린 눈섭 찾고 있다
찾는다고
칠색마저 찾아올 것이가
 
무지개2
 
비로 씻은 거울에
서 있는 나
두 다리 곧게 하고
두 팔 뻗친 체조시간이다
 
늘어나는 다리와
길어지는 팔
누군가 입혀준
색동저고리
 
거울이 너무 작아
땅속으로 뿌리내린
두 팔과 다리
솟는 것이 힘이다
칠색조가 난다
신나게 부푸는 하늘
내가 펼친 하늘이다
 
잠자리
 
울타리에서 졸다가 신이 내렸는지
나의 손가락에 옮겨앉아
점을 치고 있다
 
여섯 발가락으로
수십년 찌든 때가 끼인
나의 손가락 하나 붙잡고
동양철학을 풀고 있나 부다
 
애매한 잔금에는
흙과 돌 그리고 물등으로
기구하게 헷갈린
문드러진 흔적 뿐인데
 
땅에서 걷는 놈과
허공에서 나는 놈을
마구잡이 뜯어 고칠려나
무치하게 간지러워진다
 
요리조리 굴러대는 눈망울에는
나의 눈빛이 스며있어
들숨날숨까지도
한박자 되는 순간이다
 
뭔가 알아차렸는지
훌쩍 날아가버려
다시 들여다봤더니
손금이 몽땅 없어진 것이다
훔쳐갔을 거다
 
꿈은 아니여도
생시는 아닌 철학풀이가
풀어졌단 말인가?!
 
 
골짜기는 거멓게 그슬어있다
그 속에 묻힌 그늘은
발버둥쳐도 나올 수 없어
몸부림 끝에 바람으로 쓰러진다
 
쓰러진 귀신딱지는
잡풀을 뒤집어쓰고
애매한 넉두리로 헐떡이다가
토해낸 것이 계곡의 물이였다
 
숱한 아가리가 게워낸 타액은
지독스레 맑아서 차가워진다
속일 수 없는 설음이 썩을 수 없어
뒹굴며 떨어지는 목덜미에서
또다른 숨소리로 울먹이고 있다
 
크게 벌린 아가리에는
점 하나로 찍힌 입 달린
두 발 짐승들이 걸어서 들어온다
 
죽어서 가야 할 성산이라고
찾아가서 낱낱이 뒤지는 곳
아가리는 아가리 속에 살고 싶어
또다른 아가리 만들고 있다
 
껍질이 얼굴로
 
장고는 
얼굴이 두개나 있다
 
늦고 빠른 흐느낌은
소의 소리와
개의 소리로
말라든 껍질 속에 젖어든다
 
밭 가는 소의 소리는
지는 해를 새김질하여
밥그릇에 담긴 신음소리 되고
뼈 핥는 개의 이갈이는
뜨는 달을 삼킨 채 목에 걸린
탁한 게 석쉼한 부르짖음이다
 
소의 머리에는 뿔이 있어도
찌를 줄 모르는
쑥스런 해돋이의 그늘이 있고
개의 얼굴에는
뿔은 없어도 이빨이 있어
지는 해를 물어뜯는
찢어진 그늘이 있다
 
장고의 두쪽에 씌워진 껍질
우는 소 웃는 개의
빳빳한 가죽으로 낯설어
남의 껍데기가
나의 얼굴로 맞고 사는
쓰라린 통곡은 참고 있다
 
거리
 
동전 하나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높이 던졌다
 
떨어지는 그 사이에
초로 계산되는 거리가 있다
바람도 지나가고
구름도 지나가고
해빛도 비집고 지나갔다
아직도 채 떨어지지 않은
그 찰나에
잠자리 하나도 에돌아갔다
이때 지나가던 지렁이가 멈춰섰다
온몸을 배배 꼬면서 뒹군다
 
동전도 멈추었다
떨어지면 박살나는 게
지렁이가 아니란 걸 안다
천천히 떨어졌다
내 손바닥이다
손바닥에는
바람과 구름 해빛들의
마구잡이 냄새가 구수하다
 
동전은 가치가 있다
땀이란 액체가
동전이란 고체로 반전할 때
그 거리에서 꽤나 버거울거라
 
던지는 속도보다 더 빠른
떨어지는 거리여
 
구멍은 점이 아니다
 
새들은 눈부시여
하늘에서는 
눈을 감고 난다고 한다
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
구름이 들어갈가 봐
눈을 감는지 누구도 모른다
 
새는 날면서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늘에 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그 터널에서
혼자만이 지나가면
없어지고 마는 터널이라
왜서인지 그림자도 없었다
 
넓은 하늘에는 티도 없는데
새는 점이 되여
작은 구멍으로 뚫려있는지
스스로가 알 수 없었지
 
땅 우에 사는 우리의 눈으로
하늘에서 나는 새가
점 하나로 보일 뿐
구멍으로 보일 수 없다만
구름의 눈에는
하늘의 구멍은 새 뿐인가 할거다

출처:<<도라지>>2017년 제6기 목록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 <<도라지>>2017년 제6기 목록 2019-07-18 0 1226
3 [수필] 가을을 만나다-리화 2019-07-18 0 807
2 [수필]‘사이’의 온도-김단 2019-07-18 0 792
1 [시] 무지개1(외6수)-변창렬 2019-07-18 0 60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