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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과 혀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607  추천:73  작성자: 김혁


. 잡 문 .


이발과 혀

 김 혁


1

 상용은 은(殷)나라 때의 저명한 학자였다.
상용이 운명할 때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던 로자(老子/ 중국 고대의 철학자․도가(道家)의 창시자)가 곁에서 스승님의 마지막 길을 바랬다.
    로자가 눈물을 삼키며 침대머리에서 스승에게 물었다.
    -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제자에게 어떤 남길 말이 있으십니까?
    상용이 말했다.
    - 너 나의 입안을 찬이 들여다보아라. 아직 혀가 그대로 있느냐?
    - 네 있습니다.
    - 그러면 이발은?
    - 이발이 모두 물러나고 없네요.
    상용이 로자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 이에 깃든 리치를 알겠느냐?
    로자가 사색에 잠겼다가 말했다.
    - 제자의 소견으로 보면 너무 강한 것은 빨리 쇠퇴하고 부드러운것만이 오래동안 지속된다는 그런 리치인 것 같군요.
상용은 가까스로 웃음 지으며 자신의 걸출한 제자를 바라보았다.
   - 그래. 맞어. 천하의 모든 섭리도 바로 이와 같은 거여.

 
  그후로 로자는 스승의 뜻을 이어 유약(柔弱)이 강강(刚强)을 이기는 리치로서 천하를 허정(虛静)으로 돌리고자 했다.
   저서에서 수차 이유극강 (以柔克刚)의 리치에 대해 언급했다.
   以 : 써 이 / 柔 : 부드러울 유 / 克 : 이길 극 / 剛 : 강할 강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

  로자는 <<도덕경>>에서 이를 단단한 나무가지에 비유를 했다.
   태풍이 불면 단단한 나무가지는 꺾여버리지만 부드러운 풀은 바람의 흐름대로 굽혀지기만 하지 손상이 없다.
   겨울철이면 수림속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어떤 흉맹한 동물이나 세찬 바람에 꺾이는것이 아니다.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하얀 눈에 나중에는 꺾이고 마는것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하는 자연의 법칙의 모습이다.


로자는 또한 유약의 대표적인 것을 물이라 하였다.
   <<천하의 아무 것도 물을 따라 갈 것이 없다. 물보다 더 유약한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센 것을 꺾는 데는 물보다 더 뛰여난 것이 없다. 만물은 강하면 생기를 잃고, 약하면 충만하게 된다.>>
로자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을 이렇게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더구나 겉과 속으로 이를 모두 갖춘 <<외유내강(外柔內刚)>>이라면 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막상 이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로자는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이처럼 물은 자신을 낮추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도 흐른다.
그 겸손함 때문에 물은 큰 강을 만들고 거대한 바다를 만나 천하를 감싸는 최후의 승자가 된다.
내가 흘러야 할 때인지 아니면 잠시 쉬면서 력량을 길러야 할 때인지 물은 정확히 안다.
흐르다 웅덩이에 갇히면 력량도 안되면서 무리하게 그 웅덩이를 넘으려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차서 그 웅덩이를 넘을 만한 힘이 생겼을때 비로소 물은 또다시 흐른다.
정말 순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물이다.

진퇴를 정확히 알고 처신하는 것은 물에게서 배워야 할 소중한 지혜다. 상대방이 강하면 피할 줄 알아야 한다. 병법에서 말하는 생존의 전략이다.
순응과 유연함은 결코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다가오는 상황에 나를 맞추는 어쩌면 더 힘든 적극적인 삶의 방법일지 모른다. 세상과 한 호흡으로 순응하며 살라는 인생철학을 물에서 본다.

 
사람의 정신도 그렇다. 굳세기도 하지만 또 부드럽지 않으면 아니된다. 산전, 수전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때를 알고 기다릴줄 아는 물 같은 여유가 있다. 한가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진득한 모습을 가지고있다. 만만한 여유 속에서 느껴지는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중국의 유명한 권법(拳法)인 태극권에는 <<유능극강>>의 리치가 잘 체현되어 있다.
    태극권이 강함우에 유를 두는 리유는 대체로 로자의 <<도덕경>>에서 묘사된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는 원리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 사족(蛇足)이지만 <<유능극강>>은 유도에서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 다른 리유는 실행자로 하여금 상대방과의 정면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막강한 실전에서 항상 강함만이 승리할수 있다는 신념은 오류.
여기서 부드러울 유(柔)자를 찬히 뜯어보면 矛(창 모)와 木(나무 목)으로 구성되여있다. 창의 나무자루라는 뜻이다. 훌륭한 창은 모나게 벼린 쇠도 강해야겠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나무자루의 유연한 탄력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글자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겸비한 창이기에 18반 병기에서 애용 받음은 물론이다.

 

2

<<차계기환(借鸡骑换)>>이라는 옛 이야기가 있다. 닭을 빌려 말대신 타고 간다는 이 이야기에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 선비의 지혜가 배꼽을 잡는다.

김씨라는 우수개소리를 곧잘 하는 선비가 있었다. 하루는 말을 달려 오랜만에 친구 집을 찾았는데 옹색한 친구가 술상을 내온걸 보니 안주를 차린것이 다만 푸르죽죽 소채(蔬菜)뿐이였다.

그럼에도 주인이 입막음으로 먼저 말하기를 <<시장이 멀어 갖추지 못했네. 그냥 들지 그래.>>.
그때 마침 마당에서는 살찐 닭 여러 마리가 모이를 쫓고있었다. 이를 보고 김선비가 한마디 했다. <<대장부는 친구를 위해 천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법. 내 말을 잡아서 안주로 삼아야겠군!>>
이에 주인이 정색하며 되물었다.
<<말을 잡으면 무엇을 타고 돌아가려고 그러는가?>>고.
그러자 선비가 벌씬 웃었다.
<<자네의 닭을 빌어 타고 가지 뭘!>>
이렇게 까박을 주자 주연상이 웃음으로 둥글어졌고  주인도 크게 자책을 머금으며 닭을 잡아서 친구를 대접했다고 한다.

촌철살인(寸铁杀人)의 재치가 사람들의 관계를 이렇게 부드럽게 만든다. 대결을 피하고 화해를 이끌어내는 웃음의 힘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3

 이유극강 (以柔克刚)은 동방의 전매품만은 아닌것 같다. 동방이나 서구를 막론하고 현명한 선인들은 이미 이한 리치에 대해 잘 깨쳐 알고 있나보다.
    미국 력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는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의 일화다. 일리노이주 련방상원 의원 선거에서 링컨은 부와 지위의 상징인 민주당의 더글러스와 무려 7회에 걸쳐 라이벌로 맞붙게 되였다. 

    <<링컨이라는 시골뜨기에게 귀족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더글러스는 호언장담하였고 강력한 태세를 보이며 링컨을 향해 극언을 퍼부었다. 그런 더글러스에 맞서 링컨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더글러스는 체신장관, 토지장관, 내무장관을 력임한 큰 인물입니다. 이런 그에 비할 때 약소한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의 재산이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에게는 안해와 아들 하나밖에 없다고. 저에겐 비록 그들밖에 없지만 바로 그들은 나에게서 값을 매길수 없는 보배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지할 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오직 여러분들뿐입니다.>> 

   막강한 더글러스와 미풍약세의 링컨의 겨룸, 허나 결과 두 사람 중에 누가 승자로 되었나 하는것은 더 말치 않아도 다 아는 일이다.
론리는 강한것이였지만 웃음은 가벼운것이였다. 만약 링컨이 정적들의 공격에 분로로써 맞대응을 했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오히려 웃음이라는 가벼운 전략, 부드러운 전략을 선택한 결과 링컨은 미국의 정치사에 가장 존앙받는 우뚝한 존재로 남게 된 것은 아닐까.

 
어떤 개인의 처세준칙에도 좋지만 더 나아가서 민족과 사회 더 넓은 령역에까지도 이 리치는 적용된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부드러움이 거대하고 강한 것을 이기고 있다. 
강력한 철을 통한 산업보다는 부드러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 일상에서 강한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부드러움이 해내고 있다.
   고로 진정으로 강한 자는 자신의 딱딱한 껍질을 스스로 깨는 고통을 의연히 마주할수 있는 자이다.
어릴 적 읽었던 우화 <<바람과 태양>>이 곁들어 떠오른다.
    바람과 태양이 내기를 하였다. 길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게임.
결과 나그네는 강한 바람에는 옷을 벗지 않았으나, 부드럽고 따스한 태양의 열기에 더는 참지 못하고 옷을 몽땅 벗었다.

이발과 혀의 생존리치!
다혈질이고 성미가 우직한 내게 있어서 전에 읽은 수권의 책보다 강하게 나의 뇌리를 때린, 작으나 큰 경구 한마디였다. 
 

"연변문학"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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