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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 패스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620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싸이코패스

 
김 혁



1

 80년대 서점가를 강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양들의 침묵”이라는 소설이 있다. FBi미모의 녀요원과 련쇄살인범지간의 각축전(角逐战)을 다룬 범죄스릴러 작품이다. 신고끝에 검거된 흉수는 다름아닌 한니발이라는 이름의 법의학 박사, 잔인하게도 녀인들을 련쇄살해하고 인육을 먹기까지 한다.

 중국판 "양들의 침묵"

 미국작가 토마스 하리스의 출세작인 소설은 영화로도 각색되여 미국 개봉 당시 1억딸라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녀 주연, 각본 등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최고의 련쇄 살인범 영화”라는 극찬을 받으며 그후에도 시리즈로 도합 세편이 제작되였다.

 영화 "양들의 침묵"시리즈 영화포스터

 “양들의 침묵”은 우리 조선족독자들에게도 료녕성 심양시에서 꾸리는 조선말 문학지 “송화강”에 의해 번역련재되여 소개된적있다.

작품속의 한니발과 같은 이들을 가리켜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싸이코패스(psychopath)” 는 독일학자들이 정의한 개념으로서 “성격탓으로 인해 자신. 타인이나 자기가 속한 사회를 괴롭히는 정신질환자를 말한다. 싸이코패스는 자제심, 량심, 도덕성 등 통제기제가 미약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다.
싸이코패스들은 사회적 략탈자이다. 자신의 본능에만 사로잡혀 과대망상적이며 비륜리적,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나 량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무고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들의 인생을 부숴버린다

놀라운것은 싸이코패스의 특성상 주변 사람들, 심지어 가족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것이다. 평상시에는 일반인처럼 생활하지만 가면속에 섬뜩한 범죄 본능이 움츠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치명적인 행위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을 “정장을 입은 뱀”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흔히들 싸이코패스를 현대인이 만들어낸 “악마” 혹은 “돌연변이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2

 요즘들어 한 련쇄살인범의 검거로 한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강호순(38)이라는 범죄혐의자가 나포되였는데 이 유순한 용모의 “악마”는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간 한국 경기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살해해 암매장한것으로 드러났다.
련쇄살인범 강호순은 피해녀성들에게 성폭행의 목적으로 접근하여 대부분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한뒤 암매장한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5년 화재로 부인이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방황하다가 녀자들을 보면 살인충동을 느꼈고 그런 와중에 1차 범행을 한 다음부터는 충동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련쇄살인범 강호순

 피해녀성가운데는 회사원, 노래방도우미 그리고 녀대생도 있다. 7명 가운데 3명은 노래방에 손님으로 찾아가 유인해 데리고 나온뒤 살해하고 4명은 정류장에서 뻐스를 기다리는 녀성을 태워주겠다고 유인해 강간 또는 강도후 살해했다.

강씨의 범행수법은 치밀했다. 피해자들의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을때 가발을 쓰고 지문을 남기지 않은 점, 범죄에 사용된 차량을 모두 불태운 점,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을 자른 점 등은 곧바로 “싸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수법이였다.


3

싸이코패스의 마수는 재한 조선족에게까지 미쳤다.

련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의 네번째 희생자 김모씨는 연길사람으로서 환갑년의 홀어머니와 학업중인 딸을 두고있다. 3년전에 한국땅을 밟은뒤 힘겹게 번돈을 열심히 집으로 송금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가족에 안부전화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련락이 끊겼다.  2007년 1월 6일 하필이면 강호순의 마수에 걸려든것이다.

김씨 유족은 그의 딸에게는 아직도 “엄마가 살인마에게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있다. 김씨의 유일한 희망은 그 딸이 명문대에 들어가는것, 때문에 유족들은 딸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이 청천벽력의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숨진 김씨의 어머니는 언젠가 손녀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진다고 한다.

그런데 김모씨의 시신 발굴은 다른 희생자보다 난항을 겪고있다. 련쇄살인범 강호순이 김씨를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야산에 지난해 골프장이 들어섰던것이다.

경찰은 굴착기 등 설비를 동원하여 이틀째 발굴작업을 벌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뼈조각 몇점을 수습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 동물뼈로 확인됐다. 유력한 매장 지역에서 시신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시신이 류실됐을것으로 추정하고있다.

 련쇄살인범 강호순이  중국동포 김모씨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밝힌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골프장에서  발굴작업을 벌렸으나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는 자백과 함께 보강증거가 중요해 시신을 찾았는지가 중요하지만 손해배상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은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는것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김씨의 유가족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민법은 자국내 령토 안에 있는 모든 외국인에게도 적용하는 속지법주의(属地法主义)원칙을 따르고있어 국내에서 민사상 손해를 입었다면 국적과 무관하게 관련 법의 보호받을수 있다. 그러니 김씨의 국적이나 시신 발굴 여부에 관계없이 강호순에게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피해자 유가족들은 련쇄살인범 강호순을 상대로 11억여원(한화)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전 한국의 한 싸이트에는 살인마의 손에 죽어간 동포를 추모하는 시 한수가 떠올랐다.

오호, 하늘이여

마지막 숨을 쉬면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던가.
고향 연변, 혹은 흑룡강의 맑은 봄 하늘이
흰자위만 남은 그 눈위로 내려 앉았을까.
삶과 죽음 사이, 그 찰나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활동사진처럼 그 눈위에 스쳐 지나갔을까.

오호라, 당신은 E.A Poe 단편소설의 그녀처럼
시멘트 벽을 관을 삼아 밀폐된 그녀처럼,
자~랑스런 선진국, S. Korea
어느 컨츄리 클럽에 외로이 묻혔는가

모를 일이다,
썩어가든 말라가든 형체는 유지되고 있는지
혹 포크레인에 찍히고 불도저에 너덜너덜 해진 당신의 육신은
구더기, 지렁이, 초파리를 친구삼아
이미 골프장 페어웨이 옆 이름모를 꽃으로 다시 태어났는지
그리하여 그 홀씨는 바람타고 연변으로, 흑룡강으로 돌아갔는지
모를 일이다

당신에겐 검정고양이도 없는가
당신의 헤어진 시신을 찾는 데 10억이니, 100억이니
영업이 어떠니, 계산에 바쁜 저 Homo Economicus들 외
당신을 위해 울어줄 외눈박이 검정고양이도 없던가

하늘이여, 탐욕과 죄악으로 얼룩진 이 스산한 대지위에
한 자락 소낙비라도 뿌려줍시사. 

단 하나, 잘 살아보자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행을 했던 한 조선족녀인의 꿈이 싸이코패스의 마수에 산산이 부서져 무주고혼(無主孤魂)으로 떠돌고있다. 참으로 소설속이나 영화에서나 읽을법한 처연한 사연이 아닐수 없다.


"종합신문" 2009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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