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눈, 꽃눈, 새싹, 하늘, 햇빛, 구름, 비, 바람…… 빛깔도 모양도 무늬도 향기도 전에 것이 아닌 새것, 신제품
올해도 올 때가 되었는데 하며 택배 오길 기다립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봄소식
꼬리가 짧은 2월의 버들강아지들이 연기가 나는 강 언덕을 바라보며 멍멍멍 짖고 있습니다
누가 오는가 봅니다 (이창건·아동문학가, 1951-)
+ 이른 봄
암탉이 알을 품듯 봄님이 온 세상을 품고 있다. 안개 낀 아침. 닭의 체온으로 보송보송한 예쁜 병아리가 깨이고, 봄님의 품안에서 병아리처럼 고렇게 예쁜 연둣빛 새싹들이 깨일 테지. 조올졸 내리는 비는 새싹의 젖줄.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빤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작은 약속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 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행복했으면 좋겠다
봄은 행복을 주는 계절 네 곁에 늘 봄만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있어 내가 행복하듯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윤보영·아동문학가)
+ 봄을 그리는 붓
봄에 들판에 나가면 여기저기 붓이 솟는다.
봄을 그리는 붓
먼저 풀잎부터 그리고는 마을도 길도 그리고,
새도 산도 강물도 파랗게 그리고 지난겨울 지워진 개울도 다시 그린다.
그래, 봄은 들판 가득 솟은 붓이 그리는 한 장 그림이다. (제해만·아동문학가, 1944-1997)
+ 봄
겨우내 시냇물과 조약돌 말 안하고 지내다 어느 날부턴가 쉬지 않고 도란거리는 걸 보면
겨우내 옷 벗은 미루나무에 잠시 눈길도 주지 않고 씩씩 지나치던 바람 미루나무 연초록 잎새에 매달려 온종일 반짝이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집 앞 산수유나무를 시작으로 꽃들 다투어 피는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상순·아동문학가)
+ 봄볕은 씨앗 하나도
조기 조기 씨앗 하나
봄볕이 시멘트 틈을 들여다봅니다
빨리 일어나 봄이 왔어
씨앗 하나를 깨워 놓고 바삐 갑니다.
또 다른 씨앗들 깨우러 가나 봅니다.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무리 숨었어도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 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 낼 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 낼 걸. (한혜영·아동문학가, 1953-)
+ 떡잎에게
나라도 그랬을 거야.
캄캄한 땅 속에 묻혀 있었다면 겨우내 따뜻한 햇볕을 그리워했다면
너처럼 여린 두 손으로 흙을 헤집고 나왔을 거야. 아무리 단단한 흙이라도 기어이 뚫고 나왔을 거야.
얘, 파릇한 네 손을 잡아 봐도 되겠니?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실수한 후
봄도 처음엔 자꾸만 실수한다.
촉촉한 비 훈훈한 바람 꺼내야 하는데 눈발 꺼냈다가 찬바람 꺼냈다가
몇 날 실수하더니 드디어 봄비 뿌리고 봄바람 날린다.
푸른 잎사귀 분홍 꽃잎도 꺼내 놓는다
―잘했어 산과 들이 일어선다. (박소명·아동문학가)
+ 온실
봄은 큼직한 온실을 만들었다. 집보다도 공원보다도 산보다도 더 큰 온실이다.
유리로는 덮개를 할 수 없다. 하늘도 파아란 뺑끼칠한 하늘로 덮었다.
때맞추어 물을 준다. 새순이 다치지 않게 고이고이 보슬비로 물을 뿌린다.
엄마젖 같은 단 빗물 싹이 튼다. 촉이 솟는다. 아가도 덩달아 큰다. (김진태·아동문학가)
+ 나비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 고 가 는
봄의 디딤돌. (이준관·아동문학가)
+ 봄 풍선
봄이 풍선을 분다.
잎눈에 후-
꽃눈에 후-
터진다. 터진다.
겁먹은 찬바람 부리나케 도망쳤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봄 이야기
노랑나비 나비야 꽃핀 없는 내 머리 귓가에나 앉아주렴 너도 귀엽고 나도 귀엽게 꽃은 혼자도 어여쁘단다
하양나비 나비야 무늬 없는 내 윗옷 가슴께나 앉아주렴 너도 예쁘고 나도 예쁘게 꽃은 그냥도 눈부시단다 (홍우희·아동문학가)
+ 봄이 하는 일
나비와 벌과 개미에게 밖에 나가 놀아도 된다고 알려 주어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봄과 나무
봄이 새들을 앞세웠다.
이가 반짝이듯 나뭇가지에서 노래가 반짝인다.
어디야, 어디지!
흙 속에서 꽃씨들이 귀를 조금씩 내민다. (남진원·아동문학가)
+ 봄이 오는 길
고개 넘어 가는 길 봄이 오는 길
봄길 쪼르쪼르 눈이 녹는다.
길은 진흙 길 산으로 가는 길
나무하러 차박차박 짚신 신고 가는데
봄길 쪼르쪼르 눈이 녹는다. (임인수·아동문학가)
+ 봄 잔디
잔디는 겨울에도 살아서 숨을 쉬나?
눈 녹은 풀밭에서 모락모락 뿜는 입김.
햇빛도 몰려와 노는 이른 봄 잔디 풀밭.
씨앗도 곤충들도 곤히 잠든 이불 속.
슬그머니 바람도 손을 집어넣어 보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곰실대는 잔디 풀밭. (조두현·시인, 1925-1989)
+ 새싹
봄비 그친 텃밭은 일학년 교실
햇살이 사알짝 스쳐만 가도
저요 저요 저요
왁자하게 손 내미는 새싹 새싹들. (공재동·아동문학가)
+ 새순이 돋는 자리
새순은 아무데나 고개 내밀지 않는다.
햇살이 데운 자리 이슬이 닦은 자리
세상에서 가장 맑고 따뜻한 자리만 골라
한 알 진주로 돋아난다. (김종순·아동문학가)
+ 시집오는 봄
산등성이 진달래 빨간 볼연지
산자락에 개나리 노랑 저고리
들판에 새싹들 연초록 치마
길가에 벚꽃 하얀 면사포
꽃단장하고서 새봄이 와요 (이임영·아동문학가)
+ 개나리
아장아장 봄나들이 나온 우리 아기.
"김치---." 사진기 앞에서 활짝 웃는다.
아, 너희들도 봄나들이 나왔구나!
아기 등뒤의 노란 개나리.
활짝활짝 고운 웃음 웃고 있구나!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꽃들의 노크
"문 열어 주세요."
냉이꽃이 똑똑똑 텃밭 한 귀퉁이가 밝아 온다.
제비꽃이 똑똑똑 개구리들도 문을 열고 나온다.
할미꽃이 똑똑똑 할머니께 봄 인사를 한다.
냉이꽃 제비꽃 내가 지나갈 때마다 까딱까딱 봄 인사를 한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벚꽃
겨울 내내 기다려도 내리지 않더니
영롱한 봄 햇살에 창문 열고 가지마다 아롱아롱 손 흔드는 하얀 눈꽃
봄 산 봄 들판 가득 꽃망울 터지는 소리.
살랑 춤추는 바람결 따라 하얗게 날아오르며
이제야 우리들 가슴마다 메아리치는 싱그러운 함성. (손월향·아동문학가)
+ 봄날
오래 앓으셨던 엄마가 일어나 마루에 나와 앉으셨다. 눈이 부신 듯 실눈 뜨고 앞마당을 보신다. 앙상하던 목련나무에 어느새 하얀 새들이 날아와 앉았다.
이 세상 햇살이란 햇살은 모두 우리 집 목련나무 위에 와 앉았다. 집이 온통 환하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벚꽃 지는 날
벌써 몇 달 째 일이 없어 마당가에 세워놓은 아빠의 낡은 짐차
오늘은 차 지붕에 짐칸에 꽃잎이 소복소복 쌓인다.
머리에 꽃잎 쓰고 흐뭇하게 웃는 짐차
흠흠, 꽃향기 맡으며 아빠가 오랜만에 방에서 나오셨다.
이제 곧 봄을 배달하러 나가시겠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이른 봄에
나무에 새 움이 튼다. 풀빛 눈이 뜨인다.
나무 껍질을 뚫고 연둣빛 고운 부리를 내어놓는다.
바람하고 종일 지줄거릴, 햇빛하고 종일 지줄거릴.
아버지는 지난겨울 눈 오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끝내 돌아가셨다.
누군가 따스한 손끝으로 '외롭다' 라고 써 놓았던 병원 복도 유리창.
길가 나무마다 새 움이 튼다.
풀빛 부리가 돋는다. 아, 아 아버지도 그렇게 다시 오시면 좋겠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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