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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바구니
2017년 04월 16일 18시 34분  조회:1415  추천:0  작성자: 강려
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모음
 
달님  / 크리스티나 로제티

달님, 고단하세요?
안개의 면사포로 싸감은
해쓱한 얼굴.
동에서 서로 하늘을 재며
삼백예순 날, 쉬시지 않네.
밤이 오기 전에는
종이처럼 희고.
밤이 밝기 전에
아주 꺼져 버리고.

대답 네 가지  / 크리스티나 로제티

무거운 것은
모래하고 슬픔.
짧은 것은
오늘과 내일.
이내 무너지는 것은
꽃과 젊음.
깊은 것은 그럼 뭐니?
바다하고 진리지.

더 아름답다  / 크리스티나 로제티

강 위로 달리는 보오트
바다 위로는 돛단배.
그러나 하늘에 달리는 구름
구름이 배보다 더 귀엽다.
강에는 다리가 걸렸지만
아무리 다리가 아름답지만,
하늘에 걸린 무지개다리
높은 나무보다 더 높게
하늘과 땅 사이 길을 놓은
무지개다리가 더 아름답다.

뛰어다니는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뛰어다니는 양
뛰어다니는 아기
노란 꽃 피는
목장에서 논다.
새파란 하늘
부드러운 공기
들에는 햇빛 빛나고,
들길에는 그늘 덮이고.


뭣이 뭣이 빨갛니?   / 크리스티나 로제티

뭣이 뭣이 빨갛니?
샘가의 장미꽃.
뭣이 뭣이 붉으냐?
밭가운데 양귀비.
뭣이 뭣이 파랗니?
구름 동동 저 하늘.
뭣이뭣이 하얗니?
햇볕에 헤엄치는 고니.
뭣이 뭣이 노랗니?
익은 배가 노랗지.
뭣이 뭣이 초록빛?
이름없는 꽃이 피는 풀잎새.
아아 뭣이 뭣이 보라빛?
여름 저녁 떠가는 구름이 보라빛.
뭣이 뭣이 귤빛이지.
그건 귤나무의 귤이 귤빛이지.

바람  /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뭇잎을 흔들며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어린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가 없는 아기양이
혼자 외롭게 언덕 위에.
아무리 부들부들 떨고 있어도
아무도 다정하게 품어주지 않겠지.
정말 가엾은 저 어린 양을
언덕까지 달려가서 잡아와야지.
데려다가 따뜻하게 기뤄줘야지.
힘세고 씩씩하게 될 때까지.

엄마와 아기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 없는 아기와
아기 없는 엄마를
한 집안에 모아서
정답게 살게 하자.

제비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날아가라, 날아가라.
바다를 넘어.
해님을 좋아하는 제비야,
이제 여름도 다 지났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날아서 오라.
여름을 데리고 돌아오라.
해님도 가지고 오너라.

……것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꿀벌이 하는 일은
꿀을 따오는 것.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돈을 벌어오시는 것.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 푼 남기잖고 돈을 쓰시는 것.
아기가 하는 일은
한 방울 남기잖고 꿀을 먹는 것.

꿈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꿈 속에서 나는 작은 부엉이와
파란 새를 잡았었지.
―그렇지만 이 세상에선 너는
도저히 그런 새를 못 잡는다.
―꿈 속에서 나는 해바라기를 심었지.
핏방울처럼 새빨간 꽃이 폈어.
―그렇지만 이 세상의 저 햇빛 아래서는
그런 해바라기꽃은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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