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시간에 관한 동시 모음>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2017년 05월 27일 16시 13분
조회:1678
추천:0
작성자: 강려
<시간에 관한 동시 모음>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 고 짧은 동안에
장맛비 그치고
잠시
햇살이 빛나는 동안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잎사귀에 고인
빗물을 쓸어내리고
새들은
포르르 몸을 떨며
젖은 날개를 말린다.
해님이
구름 사이로
반짝 얼굴 내민
고 짧은 동안에.
(공재동·아동문학가, 1949-)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 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일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 걸렸다.
(박희순·아동문학가)
+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작은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만 있다면
예쁜 병 속에
한 시간만 담아서
아빠 가방 속에
살며시 넣어 드리고 싶다.
아무리 바쁘신 아빠도
그걸 꺼내 보시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으시겠지?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 만들어
아빠 가방 속에 몰래
넣어 드리고 싶다.
(정구성·아동문학가)
+ 탁상 시계
딸깍 딸깍 딸깍
탁상 시계가
책상 위에 앉아
밤새도록
시간의 손톱을 깎고 있다
딸깍 딸깍 딸깍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시계의 초침 소리
톡, 톡, 톡
초침은
시간을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쬐끔씩 쬐끔씩
아껴 쓰라고
금싸라기만 하게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토막난 시간들이
뛰어다니며
ㅡ얘, 너 지금 뭐 하니?
자꾸만 자꾸만
물어봅니다.
(윤미라·아동문학가)
+ 아빠 시계
시계를
볼 때마다
아빠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아빠 시계엔
왜
시간이
없는 거지?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시계꽃
지난 밤
별들이
몰래 내려 와
풀밭 위에
한 뜸 한 뜸
수를 놓았나
초록 풀밭 가득
하얀 시계꽃
어쩜
째각째각
시계 바늘 소리까지
낭랑히 낭랑히
수놓고 갔을까
(김종순·아동문학가)
+ 시계가 셈을 세면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셈을 셉니다.
똑딱똑딱
똑딱이는 수만큼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납니다.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
씨앗도 땅 속에서
꿈을 꾸어야 합니다.
매운 추위에 떠는 나무도
잎 피고 꽃필, 그리고 열매 맺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구름도 냇물도
흘러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꿉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모두모두
움직이고
자라납니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엄마의 시간
우리 집에서
시간 나누기를 제일 잘 하는
엄마.
다림질 반듯한
우리 형 교복 바지에도
햇볕에 널어놓은
뽀오얀 내 운동화에도
쬐끔씩 나누어 준
엄마의 시간.
우리집 저녁상에도
베란다에 앉아있는
난초 화분에도
촉촉이 배어있는
엄마의 시간.
잠잘 때도 엄만
내 손 꼬옥 잡고,
엄마 시간
다 내어 준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하루
어머니가
품앗이
가실 때는
해가
참 길다
하시고
우리 밭
김 매실 때는
해가
너무 짧다
하신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하루인데
(김은영·아동문학가)
+ 무렵
아버지는 무렵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무렵이라는 말을 할 때
아버지의 두 눈은 꿈꾸는 듯하다.
감꽃이 필 무렵
보리가 익을 무렵
네 엄마를 처음 만날 무렵
그 뿐 아니다
네가 말을 할 무렵
네가 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의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 있다.
나도 유치원 무렵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아버지처럼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렵이란 말을 떠올리면
그리운 사람이 어느새 내게 와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열차
열차를 탔다.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것이 내 자리다.
타고 온 사람들의 자리가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새 얼굴의 사람들.
눈을 감고 창에 기대면
열차는 멈춘 듯 달려간다.
흐르는 세월처럼
언젠가는 나도 내리고
나의 빈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구가 와서 앉겠지.
세월이란 열차
참 빠르기도 하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음이미지가 보여집니다.
1 /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