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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즈워드 시모음
2017년 08월 23일 20시 51분  조회:4035  추천:0  작성자: 강려
워즈워드 시모음
 
초원의 빛 / 워즈워드 

한 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어서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어서 

죽음도 안광에 철하고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있다 / 윌리엄 워즈워드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 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일에 우리 힘을 

헛되이 소모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우리의 마음 마저 저버렸으니 

이 비열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늘 울부짖다 

시들은 꽃포기 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감동 시키지 못한다 

하나님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믿음으로 자라는 

이교도나 되어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나를 슬프게 하지 않을 풍경을 바라보고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보고, 

트라이튼의 뿔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수선화 

─윌리엄 위즈워드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가 

나는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이 하늘거리는 

한 무리의 황금빛 수선화를 


은하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수 많은 꽃송이가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흔드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다르지 못 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흥겹지 않으랴! 

나는 지켜보고 또 지켜 보았지만 

그 풍경이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으니 


가끔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으면 

고독의 축복인 마음에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
 

나는 구름처럼 외롭게 방황했네 

─윌리엄 워즈워드 

계곡과 언덕 위로 높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외롭게 방황하다 
문득 나는 한 무리를 보았네. 
수많은 황금빛 수선화들 
호숫가 나무 아래서 미풍에 나부끼며 춤추는 것을. 


그들은 은하수에서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지고, 
만의 가장자리를 따라 
끝없는 선 속에 펼쳐져 있었네 
나는 한 눈에 보았네. 수천 송이 수선화가 
머리를 흔들며 흥겹게 춤추는 것을. 


물결도 그들 옆에서 춤추었지만 꽃들은 
환희 속에서 활기 넘친 몸짓을 했네 
시인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네, 
그토록 명랑한 무리속에서 
나는 바라보고 -- 바라보았지만 -- 거의 생각할 수 없었네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것을 내게 가져다 주었는지를. 


공허속에서 또는 우수에 젖은 심상속에서 
종종 나의 긴 소파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의 행복속에 있는 내부의 눈에 
수선화들이 문득 떠오르곤 하네. 
그러면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차고, 
그 수선화들과 함께 춤추고 있네. 
 

외로운 처녀 

─윌리엄 워즈워드 

비둘기강 가 외진 곳에서 
그녀는 살았습니다 
칭찬해주는 사람도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는 처녀였습니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끼 낀 바위 틈에 
피어난 오랑캐처럼 
하늘에서 반짝이며 
홀로 빛나는 샛별처럼 
그렇게 아름다웠답니다 


하지만 그녀 이름없이 살다 죽었을 때 
그 일 아는 사람 몇몇 일 뿐 


이제 그녀는 무덤 속에 누웠으니 
아, 크나큰 내 이 허무함이여!
 
  가슴 설레이고 /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면 
 가슴 설레이고 
어릴 때에도 
어른된 지금에도 
늙어서도 그러하려니
아니면 목숨은 죽은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여생자연의 경건(敬虔)속에 
어울려 살고파
 
 / 윌리엄 워즈워드
 
   -브러더즈-워터 기슭의 다리
     위에서 쉬는 사이에
 
 
수탉이 꼬꼬댄다.
시내가 흐른다.
새들이 지저귀고
호수가 빛나고
푸른 들이 별 속에 잠들어 있다.
늙은이도 어린 것도
장정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마소가 풀을 뜯는다.
마흔 마리가 도무지 하나 같구나!
 
패배한 군사처럼
눈은 물러가고
산 꼭대기에서나
겨우 지탱을 한다
이따금 고함치는
소 모는 젊은이
산 속에는 기쁨
샘 속에는 생기
조각구름 떠가고
온통 푸른 하늘
비는 멀리 가버렸구나!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이느니,
나 어린 사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외진 곳에서 / 윌리엄 워즈워드
 
비둘기 江가의 외진 곳에서
  그녀는 살았습니다.
지켜 주는 사람도
  사랑해 주는  이도 없는 처녀였지요.
 
눈길이 안 닿는 이끼 낀 바위틈에
  피어 있는 한떨기 오랑캐꽃!
샛별이 홀로 빛날 때처럼
  그렇게 그녀는 아름다웠지요.
 
이름없이 살다가 죽었을 때
  그것을 안 사람은 있는 둥 마는 둥,
이제 그녀는 무덤 속에 누웠으니
아! 크나큰 이 내 허전함이여!
 
선 잠이 내 혼을 / 윌리엄 워즈워드
 
 
선잠이 내 혼을 봉해 놓았었다.
나는 삶의 두려움을 몰랐다.
그녀는 초연한 사람인 듯 싶었다.
이승이 세월의 손길에.
 
이제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운도 없다.
듣도 보도 못한다.
바위와 돌멩이와 나무와 더불어
하루하루 땅덩이의 궤도를 돌고
있을 뿐.
그녀는 기쁨의 환영幻影 / 윌리엄 워즈워드
 
 
처음으로 내 눈에 비쳤을 때
그녀는 기쁨의 환영이었다.
순간을 치장하기 위해 온
귀여운 그림자였다.
눈은 초저녁 별처럼 아름다왔고
검은 머리채 또한 초저녁 같았다.
그러나 그 밖의 모든 것은
오월의 상쾌한 새벽에서 나온 것
출몰하고 놀래주고 매복하는
춤추는 몰골, 즐거운 모습.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니
선녀이면서 여인!
살림살이 거동이 거침없이 가볍고
구김살 없는 처녀의 발걸음
달콤한 추억과 달콤한 희망이
함께 어울린 얼굴,
사람됨의 나날의 양식인
덧없는 슬픔과 하찮은 농간
치켜줌과 꾸지람과 사랑과 입맞춤, 눈물과 미소에
알맞게 환하고 착한 여인이었다.
 
이제 나는 차분한 눈으로
그녀 몸매의 고통을 본다.
깊은 생각을 숨쉬는 존재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길손
단단한 이성理性, 온전한 의지意志
끈기와 빛나는 눈, 기운과 솜씨를 두르 갖춘
일러주고 달래주고 호령하는
빼어나게 태어난 흠없는 여인
일변 눈부신
천사의 빛을 두른 선녀였다.
 
낯 모르는 사람 속을 / 윌리엄 워즈워드
 
 
바다를 건너서 여러 나라
  모르는 사람 속을 여행했었네
내 나라 영국이여!
  얼마나 그대를 사랑하는지
그때 비로소 그것을 알았네
 
그 우울한 꿈은 지나갔네
  두 번 다시 그대 바닷가를
떠나지 않으려나
  내 더욱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
 
그대의 산 속에서
  사랑의 기쁨을 알았노라
내 그리던 여인도
  그대의 화로 곁에서 물레를 돌렸느니.
 
아침이 보여 주고 밤이 숨겼던
  루시가 놀던 집
루시가 둘러 본 마지막 푸른 들판
  모든 것이 그대로 그대의 것이어니.
 
가을걷이 하는 처녀 / 윌리엄 워즈워드
 
 
보라!  들판에서 홀로
가을걷이하며 노래하는
저 고원의 처녀를.
일어서라, 아니면 슬며시 지나가라.
홀로 베고 다발로 묶으며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귀 기울려라!  깊은 골짜기엔
온통 노래소리가 있구나.
 
아라비아 사막에서
그늘진 오아시스를 찾아 쉬는 길손에게
어떤 나이팅게일도
이렇듯 반가운 노래른 들려 주지 못했으리.
아득히 먼 헤브리디이즈 섬들 사이
바다의 정적을 깨뜨리며
봄에 우는 뻐구기도
이렇듯 떨리는 목소리는
들려 주지 못했으리.
 
무엇을 노래하는지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으려나?
구성진 노래는 아마도
이득히 먼 서러운 옛일이나
옛싸움을 읊은 것이리.
아니면 한결 귀에 익은
오늘날의 이 일 저 일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피치 못할 슬픔과 이별과 아픔이리.
 
노랫말이 무엇이든 그 처녀는
끝이 없는 듯 노래했으니
나는 들었네, 허리 굽혀
낫질하는 그녀의 노래를 ---
꼼짝않고 잠잠히 귀 기울리다
내 등성이를 올라 갔으니
그 노래소리 이미 들리지 않았으나
내 가슴에 그것은 남아 있었느니.
 
노고지리에게 / 윌리엄 워즈워드
 
 
하늘의 떠돌이 시인!  하늘의 순례자여!
너는 시름 많은 대지를 업신여기느냐?
아니면 두 나래 솟아 오를 때도
가슴과 눈은 보금자리와 함께
이슬 젖은 땅 위에 있느냐?
떨리는 나래를 진정하고
저 노래 그친 채
멋대로 내려와 앉는 그 보금자리!
 
바라뵈는 끝까지, 그리고 그 너머로
솟아 오르라, 담보 큰 새야!
사랑이 부채질하는 노래는
-너와 네 어린 것 사이엔
 끝 모르는 연줄이 있다-
평원의 가슴을 서서이 설레게 한다.
땅 위의 봄과는 상관없이 노래하니
자랑스런 특권이리.
 
그늘진 숲속일랑 나이팅게일에나 맡겨라.
네 몫은 눈부신 빛의 은밀한 구석
거기서 너는 세상에 내려 쏟는다.
보다 거룩한 본능으로 화성의 홍수를,
솟아 오르나 헤매지 않는
너는 지혜의 왕자
천국과 고향의 엇갈림일진저.
 
뻐꾸기에 부쳐 / 윌리엄 워즈워드
 
 
오, 유쾌한 새, 손님이여!
예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내 마음 기쁘다
오, 뻐꾸기여!
내 너를 <새>라 부르랴,
헤매이는 소리랴 부르랴?
 
풀밭에 누워서
거푸 우는 네 소릴 듣는다.
멀고도 가까운 듯
이산 저산 옮아 가는구나.
 
골짜기에겐 한갖
햇빛과 꽃 얘기로 들릴 테지만
너는 네게 실어다 준다.
꿈 많은 시절의 얘기를.
 
정말이지 잘 왔구나
봄의 귀염둥이여!
상기도 너는 내게
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수수께끼.
 
학창시절에 귀 기울렸던
바로 그 소리
숲속과 나무와 하늘을
몇 번이고 바라보게 했던
바로 그 울음소리.
 
너를 찾으로
숲속과 풀밭을
얼마나 헤매었던가
너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소망이요 사랑이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들판에 누워
네 소리에 귀 기울린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일라치면
황금빛 옛 시절이 돌아 온다.
 
오, 축복받은 새여!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다시
꿈같은 선경처럼 보이는구나
네게 어울리는 집인 양!
 
가엾은 스잔의 낮꿈 / 윌리엄 워즈워드
 
 
 
 
웃드거리 모퉁이에서
햇볕이 들면
내걸린 찌빠귀가
목청높이 운다.
벌써 석삼년째,
가엾은 스잔이 이곳을 지나다
아침의 고요 속에
새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황홀한 가락,
그런데 어찌된 까닭일까?
불현듯 그녀는 본다.
솟구치는 산을
나무들의 모습을
로드베리를 흘러 가는
짙은 안개를
치입사이드 골짜기로
흐르는 강물을.
 
또한 그녀는 본다.
우유통을 들고
오갔던 골짜기
그 골짜기 한복판의
푸른 목장을,
그녀가 정 부쳤던 단 한 채
비둘기집 같은
외딴 채 오두막을.
 
지켜 보던 그녀 마음은
천국에라도 간 듯,
하지만 안개도 강물도
산도 그늘도 온통 사라진다.
강물은 흐르려 하지 않고
산도 솟구치려 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녀의 눈은
온통 생기를 잃어버렸다!
 
루시 그레이 / 윌리엄 워즈워드
 
 
루시 그레이 얘기는 가끔 들었다.
광야를 건너 가다가 우연히
동 틀 무렵
그 외로운 아이를 보게 되었다.
 
말벗도 배필도 아지 못한 채
그녀는 넓은 황무지에서 살았다.
人家의 문가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처럼.
 
아직도 볼 수가 있다.
뛰노는 새끼 사슴과
풀밭에서 뛰는 산토끼를
그러나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루시 그레이의 어여쁜 얼굴은.
 
<오늘밤엔 눈보라가 치겠다.
얘야 호롱불 들고 가서
네 어머니 밤길을 밝혀 주려므나
너는 邑에까지 가야 되겠다>
 
<아버지 그러겠어요
오후가 된 참이예요
교회 시계가 두 시를 쳤지요
그런데 저기 달이 떴어요!>
 
이 말에 아버지는 낫을 들고
나뭇단의 새끼를 잘랐다.
그는 제 일에 열을 내었고
루시는 초롱불을 손에 들었다.
 
사슴보다도 더 신이 났다.
장난치는 그녀의 발걸음이
채이는 눈가루를 날려
연기처럼 오르게 했다.
 
불시에 눈보라가 불어 닥쳤다.
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그녀는 헤매었으나
읍에는 이르지 못했다.
 
처참해진 부모들은 밤새
고함치며 멀리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인도해 줄
소리도 뵈는 것도 없었다.
 
새벽녘에 그들은 서 있었다.
황야를 굽어 보는 등성이에
자기 집 대문 가까이에
나무 다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은 느껴 울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소리쳤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겠지>
바로 그 때 어머니는
눈 속에 난 루시의 발자국을 보았다.
 
두 사람은 가파른 산마루를
작은 발자국 쫓아 내려 갔다.
흥이 난 산사나무 울타리를 지나
길고 긴 돌담을 따라.
 
이어 활짝 트인 들판을 가로 질렀다.
발자국은 여전하였다.
두 사람은 별일없이 따라 가서
나무 다리에 닿았다.
 
눈 덮인 둑에서부터
하나 하나 발자국을 따라 갔다.
다리의 널빤지 한 복판에서
자국은 이제 끊겨져 있었다!
 
그녀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지금껏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외진 광야에서
어여쁜 루시 그레이를 볼 수 있다고.
 
가파르건 순탄하건 가리지 않고
그녀는 길을 간다.
뒤도 돌아 보자 않고
일변 그녀의 노래소리는
바람 속에 한숨 지으며.
 
<웨스트민스터>다리 위에서 / 윌리엄 워즈워드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이렇듯 뿌듯이 장엄한 정경을
그냥 지나치는 이는 바보이리
런던은 지금 아침의 아름다움을
의상처럼 입고 있구나
말없이 벌거벗은 채
배도 탑신도 둥근 지붕도 극장도 사원도
들판과 하늘에 드러나 있고
온통 내없는 대기 속에 눈부시게 번쩍이는구나
태양도 이 보다 더 아름답게
골짜기와 바위와 등성이를
아침의 눈부심 속에 담근 적이 없으리.
내 이처럼 깊은 고요를
보도 느끼지도 못했으니
강은 유연히 제뜻대로 흐르고
집들도 잠들어 있는 듯
아 ! 크낙한 도시의 심장도
잠자코 누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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