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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여영미
2018년 12월 20일 15시 41분  조회:758  추천:0  작성자: 강려

도마

 

 

여영미

 

 

방패보단 도마가 되기로 했어

모두가 피하는 칼

늠름히 받아내며

울퉁불퉁한 모든 삶의 재료

내 안에서 알맞게 반듯해지고

다져지는데

까짓 칼자국이야

한두 개일 때 흉터,

삶이 되고 보면

꽃보다 향기로운 무늬가 된다

 

평론: <이선 시 읽기>

 

   여영미의 「도마」는 인식과 재인식을 넘나드는 춤추는 나비다. 시의 날개는 통통하며 긴장감이 있다. 상처에서 피워낸 꽃이 늠름하다. 잠언, 장자, 불경, 도덕경 한 페이지씩 넘기는 바람결. 인생의 체험과 철학이 관조로 압축되어 있다.

   1행의 ‘방패보다 도마가 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반백년 살아낸 사람은 안다. ‘모두가 피하는 칼/ 늠름히 받아내며/ 꽃보다 향기로운 무늬‘를 만든 여영미의 시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보다 한 차원 높은 시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여영미의 시는 표현 중심주의 현대시를 계단 아래로 저, 멀리 밀쳐버렸다. 의미가 표현을 이긴 현장검증 자리. 여영미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무저항의 저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삶이 내포하고 있는 ‘칼’과 ‘도마’의 예리한 경계에 서 보라, 시는 웅변보다 강하다. 선명하고 강렬하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구 나를 내리쳐 달라’는 도마의 항변은 4-6행의 ‘울퉁불퉁한 모든 삶의 재료’들을 ‘내 안에서 알맞게 반듯해지고/ 다져’ 본 현장에 서 본 사람은 안다. 고통과 상처를 무늬로 승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긴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가? 상처에서 향기가 나기까지에는.

  노대가의 예술세계에서나 만날 것 같은 관조와 인내, 용서의 미학. 여영미 시가 추구하는 새로운 미의식은 고통과 상처도 향기로운 꽃이 된다는 새로운 인식과 철학이다. 수용과 순응, 겸허함을 받아들인 완숙미가 돋보인다.

  향기로운 빛을 내는 탁자처럼. 비바람과 눈비를 맞고 단단하게 자라서 자신의 몸을 다 내어주고, 톱질과 끌을 맞고 멋진 테이블이나 변신하는 나무를 보는 것 같다. 여영미는 젊은 날을 단단하게 익어가며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과 눈비를 다 맞고 견딘 낙엽송이다.

  위의 시는 ‘먼저 인간이 되라’는 명제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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