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크리스마스이브의 백석 박정원
2018년 12월 20일 15시 43분  조회:731  추천:0  작성자: 강려
<엔지오 신문 연재: 시가 있는 마을>
 
크리스마스이브의 백석
 
 
박정원
 
 
남편을 잃은 여자와 아내를 버린 남자가 커피 볶는 집에서 백석을 읽는다
 
소나무부부가 손을 꼬옥 잡고 드센 바람도 좋아라 유리창 밖에서 응앙응앙 울고
 
가는 눈이 간간이 뿌려지는 전봇대에 앉아 볶은 커피 향을 기웃거리는
직박구리 한 마리
 
강 건너 저편엔 천국행열차가 산 그림자를 끌어내려 굼벵이처럼 지나가고
 
서서히 지워지는 마을들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만주벌판의 집들
 
여자는 말없이 백석과 동침하려 이불을 펴고
마침내 도착한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연신 스마트폰에 담아내는 남자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세상한테 지는 길이라네 내가 좋아서 버리는 거라네
 
눈도 푹푹 나리지 않는데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이선의 시 읽기>
 
 박정원의 시「크리스마스이브의 백석」은 두 개의 구도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구도는 ‘백석’과 백석의 ‘애인’이고 또 하나는 ‘나’와 ‘그녀’의 구도이다. 두 개의 그림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된다. 시의 복합적인 이중구조는 시점과 관점을 흐트러놓음으로써 독자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시가 평이하거나 싱겁지 않고, 현대적 감각의 맛갈스러움을 더해 준다.
 1연의 현재적 상황은 ‘남편을 잃은 여자’와 ‘남편을 버린 남자’가 찻집에 앉아 있다. 과거  ‘백석’과 백석의 ‘애인’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만남이다. 일일 연속극 현장이며, 현대 대한민국 성풍속도이기도 하다. 불륜은 감미롭고도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는, 어느 시대에나 흥미있는 소재다. 시에 극적 긴장감을 준다.
  위의 시는 8행의 시가 한 연을 이루고 있다. 1행부터 현재 → 과거 → 현재 → 과거,
과거 → 과거․현재 → 현재 → 현재로 짧은 8행은 사실과 사건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과 배경이 어우러진 박정원의 시가 하이퍼적 상상력을 갇는 것은 6연이다.
  “여자는 말없이 백석과 동침하려 이불을 펴고‘ 과거시점이다. 그러나 ’마침내 도착한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연신 스마트폰에 담아내는 남자‘ 는 현재시점이다. 이 구절 때문에 불륜을 꿈꾸는 현대의 남녀가 극적으로 클로즈업된다. 남자의 ’그녀‘가 ’나타샤‘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흰당나귀‘가 사실적인 당나귀냐, 시의 구절을 사진 찍는 것이냐도 중요하지 않다. 독자는 이미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불륜남녀와 함께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마음속으로 초대한다. ’백석‘과 ’애인‘을 용서하였듯이, 이 남녀의 불륜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한편의 시가 갇는 힘이다. 도덕과 역사를 뛰어넘어 새 역사와 도덕을 쓴다. 흰 눈밭 위에.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1119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257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524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456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344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211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193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473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802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678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756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690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629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734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684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680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701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703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702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517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