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내 침실 문덕수
2018년 12월 20일 16시 00분  조회:755  추천:0  작성자: 강려
내 침실
 
문덕수
 
 
신발 밑바닥을 털지 않아도 신장은 투덜대지 않는다
낡은 TV만이 한 대 오롯이 앉은 거실의
벽시계 밑을 탈 없이 지나서
내가 없는 내 방을 들어간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천장은 어제 그대로의 높이여서 안전하고
벽은 10년 전의 그 높이로 날 안아준다
등산모 운동모 맥고모자는 모자걸이에 걸려 있고
오늘은 벗어 걸 아무 것도 없다
내 생일 선물의 빨쁘레질리 카운티스마라도 있지만
사흘 전의 구겨진 와이셔츠도 그대로다
침대 머리맡 탁자 위의
그리스도의 비밀, 붓다의 입문
아직 못 읽은 신간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이선의 시 읽기>
 
  사물을 있는 그대로 상념없이, 주관을 버리고 바라보면 어떤 색깔, 어떤 모양일까? 신발은 제 생각을 주장하여 깔끔 떨지 않고, 신발장은 선입견을 가지고 신발을 배척하지 않는다.
  무념무상의 사물들이 조용히 눈뜨고 노 작가를 직시하는 직관의 시간. 그리스도의 비밀과 붓다의 깨달음이 공존하는, 침실풍경. 
  조용히 정지된 침실, 그 풍경화를 읽는다. 와락 가슴 두근거리게 내면으로 안겨오는 성숙과 겸허함.
  3행의 부사어. ‘오롯이, 탈없이’ 하루를 또 살아낸 가난한 영혼이 진득하니 손끝에 만져진다.
  4행을 주목하여 보자. ‘내가 없는 내 방을 들어간다’ - 탈관념과 직관, 객관화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객관화된 나를 내가 들여다본다. 말로 주장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행동과 행위를 자연 그대로 ‘보여주기’ 한다. 시간이 흘러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5행처럼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는 시간이 올 것이다. 이순을 지나면 행동하는 모든 것이 순수자연 그대로의 의지다.
9행의 ‘오늘은 벗어 걸 아무 것도 없다’ - 비움의 미학. 가볍게, 더 가볍게 물질을 내려놓는.
  마지막 행의 ‘ 아직 못 읽은 신간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나이 들어 갈수록 덕성과 지성으로 생각을 지배하고, 야성과 욕망을 비우는 행위가 아름답다.
  문덕수라는 노작가의 내면의 방, 일기장처럼 혼자만 보는 ‘비밀의 방’을 슬쩍 들여다본 부끄러움. 
  문덕수는 이 한 편의 시로 인생과 자아와 시론을 썼다. 예수와 석가가 공존하는 내면.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4 보르헤스를 읽는 밤 / 김지헌 2018-12-24 0 728
53 나무의 장례 /권순자 2018-12-24 0 802
52 인생 / 한연순 2018-12-24 0 854
51 하릴없이 / 이기와 2018-12-24 0 880
50 꽃밭에서 / 최은하 2018-12-24 0 809
49 역학 / 신세훈 2018-12-24 0 764
48 무슨 색깔이 나올까 / 조병무 2018-12-24 0 743
47 마지막 본 얼굴 /함동선 2018-12-24 0 784
46 가을의 노래 / 이수화 2018-12-24 0 855
45 쉿 /최지하 2018-12-24 0 621
44 입맞춤 / 권 혁 모 2018-12-24 0 856
43 새벽강 / 강정화 2018-12-24 0 789
42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2018-12-24 0 788
41 인간학 개론 4. -말 ․ 말 ․ 말 /이오장 2018-12-24 0 831
40 君子三樂* / 우 원 호 2018-12-24 0 785
39 분꽃들 / 최서진 2018-12-24 0 762
38 페르시안 인체신경총 / 김백겸 2018-12-24 0 637
37 플라스티네이션 4 -조용한 증인 / 김해빈 2018-12-24 0 691
36 장자론壯者論 / 차영한 2018-12-24 0 817
35 무성의 입술 / 위상진 2018-12-24 0 718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