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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Y 김인숙
2018년 12월 20일 16시 16분  조회:863  추천:0  작성자: 강려
교차로 Y
  
김인숙  
  
  8월의 교차로에 차들이 뒤엉켜 있다
노란 유치원차와 파란 활어차가 부딪쳐 난장판이 되었다
  
유치원 아이들이 노랗게 노랗게 엄마를 부른다 울음소리가 교차로를 뛰어 다닌다 물 밖으로 튕겨진 활어들이 아스팔트 바닥을 긴다 배를 뒤집고 거품을 내뱉는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 한낮의 햇살이 아스팔트를 녹인다 농어의 점이 점점 더 짙어진다 붉은 아가미의 탄식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광어의 배가 노랗게 익어간다
  
노란 모자를 놓친 아이가 농어를 들어 올려 품에 안는다
농어의 입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이선의 시 읽기>
  
  김인숙의「교차로 Y」는 제목이 감각적이며 실재적이다. 영문자 ‘Y’는 좁은 삼거리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든, 확산적 이미지를 가진 파장이 큰 제목이다. 시에서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시를 한편의 영화라고 가정하여 보자. 설명적이거나 진술적인 제목은 우선 관객의 선택에서 밀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 제목이 많은 이유다. 글자 6자 영화는 성공하고 12자가 넘으면 망한다는 등 다양한 속설이 있다.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영화제목을 만나면 참 시적이라는 생각이 한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시를 쓰면 제목을 잘 붙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김인숙의 시에「다시 시작되는 천국」이란 제목의 시가 있다. <시네마 천국>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실재로 그 시에는 <칠수와 만수> <공동경비구역> <쉰들러리스트> 등 여러 편의 영화제목이 등장한다.
  김인숙의 시는 템포가 빠르다. 문장이 짧다. ‘―이다’체의 선명하고 단순한 문장을 던지듯  배열한다. 설명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다. 사실과 상황을 직설적으로 던진다. 시적거리가 먼 단어들이 벌이는 언어충돌은 낯설고 신선하다. 그러나 위의 시에서는 그녀의 재능과 달리 언어충돌을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극 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하였다. 사실과 사건을 아주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적는다. 시인은 화자의 느낌이나 감정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위 시의 중심어는 ‘8월-교차로- 노란 유치원차-활어차-아스팔트-광어- 농어-노란 모자를 놓친 아이- 농어 입- 숨결’  10개의 단어가 전부다. 나머지는 문장을 만들기 위한 수식어들이다. 10개의 단어만 읽어도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일어난 활어들이 벌이는 난장판이 생생하게 감지된다. 유치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쟁쟁 울린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한 사실에서 극적 진실을 도출해낸다. 그리고 긴 질문과 여운을 던진다. 10개의 중심 단어와 한 개의 질문. 이 시의 쿨한 매력이다. 시인의 잠재된 능력을 읽는다.
      “노란 모자를 놓친 아이가 농어를 들어 올려 품에 안는다
      농어의 입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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