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신규호
조각달
신규호
생각은 깜깜하고
태어날 듯 태어나지 않는다
견고한 알 하나
항문 끝에 보이고
대붕(大鵬) 한 마리 검은 나래를 펴
하늘을 덮고 있다
출산이 끝나면
타조의 알보다 클
생각 한 쪽은 파묻혀
보이지 않고
낡은 절 처마 끝에
풍경만 울어댄다
마르지 않는
눈물 한 방울
<이선의 시 읽기>
<확산적 이미지의 우주적 생성과정>
신규호의「조각달」은 스케일이 크고 우주적인 심상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서정주의「동천」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분류하여도 될 정도로 확산적 이미지가 강하다.「조각달」은 제목과 내용에서 1-7연까지 각 연들이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각 연들은 제목과 맞물려 확산적인 생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원초적 자연주의와 만난다.
1연- 생각의 탄생, 그러나 ‘생각’은 어떤 ‘다른 사물’을 대입하여도 등가법칙이 성립된다.
2연- 알과 항문, 생각의 시작과 끝, 예수의 알파와 오메가 이론을 대입하면 우주적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3연- ‘대붕(大鵬) 한 마리 검은 나래를 펴 하늘을 덮고 있다’ / 천지창조의 이미지가 강하게실존적 위기감을 조성한다. 탄생을 위한 알의 파괴,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서처럼. ‘알은 세계다’, 탄생을 준비하는 파괴적 알의 이미지가 드라마틱하고 원대하다.
4연- ‘출산이 끝나면/ 타조의 알보다 클’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적 이론을 대입하여 보면 ‘생각은 우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우주다’ 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우주적 스케일의 생각이 출산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의 탄생, 천지창조, 신화적 이미지가 강렬하다.
5연- ‘생각 한 쪽은 파묻혀/ 보이지 않고’/ 광대한 우주에서 다시 돌아와 ‘나’에게 집중한다. 출산하여 터트리면 ‘우주’적 스케일의 시가 탄생할 텐데, 잡힐 듯 파묻힌 생각의 꼬리가 열리지 않아 ‘시인’은 고뇌한다.
6연- ‘낡은 절 처마 끝에/ 풍경만 울어댄다‘/ 급박하게 원대한 목표를 향해 상황을 몰아가다가 ‘여유‘를 되찾는다. 현실의 ’자아‘로 돌아온다. ’낡은 절‘, ’처마 끝‘, ’풍경소리‘는 ’여백‘과 ’여유‘다. 쉼의 공간을 주는 시 작품은 ’타자‘와 ’세계‘를 품어 안는 공간이 크다. 신규호 시인의 ’여유‘와 ’큰그릇‘ 됨됨이를 본다. 한발 뒤로 물러서서 ’관찰하기‘와 바라보기’다.
7연- ‘마르지 않는/ 눈물 한 방울’ / 7연은 ‘감성’이다. ‘눈물’은 패배와 후퇴 같지만, 한발 물러서서 다시 기다리는 여유다, 반성이다, 독백이다. ‘눈물’은 인간의 근원적 순수며 태초의 모습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 ‘으앙’ 우는 울음이다.
신규호의「조각달」은 태초의 이미지들의 종합 선물세트다.
시인의 우주적 시나리오 연극 공연을 넋 놓고 관람하였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여행을 떠난다.
“아, 태초의 모든 시작과 끝은 ‘울음’과 ‘눈물’인 것을…”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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