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의식의 흐름이 들어있는 옴니버스(omnibus) 기법
심 상 운
21세기 현대시의 이미지는 의미意味나 심상心象의 단계를 넘어서서 기호記號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상상은 유추類推의 끈을 매달고 있지만 공상은 유추의 끈을 끊어버리고 무한한 미지의 영역으로 시인과 독자를 안내한다.
이런 현상을 문덕수의 시론 「내면세계의 미학」에서는 ‘대상에서의 해방’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세계의 공간과 시간의 질서가 혼란해진(anarchy) 내면세계의 무의식無意識의 표출이라고 한다. 월간『시문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하이퍼시클럽>의 ‘하이퍼시 운동’도 이런 이미지의 세계를 원천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하이퍼시는 현실적인 공간과 시간의 질서를 뛰어 넘는 해방된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시에 담아보려는 언어작업의 산물産物이 된다.
그 작업은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관념의 제로(zero) 지대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서 현실이 배제된 순수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호의 세계’가 초현실의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탄생한다. 그 공간은 현실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율적自律的인 순수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져서 객관적 공감을 얻지 못할 때, 언어의 박제剝製가 되어 허무虛無 속으로 빠져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노출한다. 현대시가 언어유희를 ‘무목적의 목적’, ‘쾌락적 공간’으로 허용하고 가치를 부여하지만 독자들은 의미의 소통이 단절되는 공간에서 오래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의미의 단절은 시의 공간을 확대하고 시적영감의 원천이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여도 하이퍼시가 극복해야할 과제로 부상浮上한다.
나는 그런 점을 해결하고 허무를 생명生命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하이퍼시에 ‘현실적 이미지와 비현실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결합’하는 기법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이런 기법을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으로 형성되는 다선구조多線構造 속에 넣었다. 그 구조의 내면에는 시인의 의식의 흐름이 들어있어서 그 흐름이 영화의 옴니버스(omnib us) 기법으로 표출될 때, 서사적敍事的 동영상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자연스런 교접공간交接空間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움직이는 이미지의 공간은 기존의 시형식과 차별화差別化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독자들에게 의미유추意味類推의 즐거움도 안겨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간 <시문학> 2012년 10월호 '집중 이 시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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