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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2)
2019년 04월 02일 14시 01분  조회:2084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2)
 
 
영국편
 
 
톰 건(Tom Gunn)
 
 
인간의 조건
 
 
안개가 꼈다.
 
<코트> 속에 담기어 나는 걷는다
 
성(城)은 이제 *호(壕) 때문에 앞을  *호(壕): 해자. 성 주위에 둘러 판 못.
 
차단(遮斷)하지 않고.
 
초병(哨兵)의 기침과
 
용병(傭兵)의 말소리뿐.
 
 
가로등은 눈에 보이지만,
 
땅 위에 빛을 던지지 않고,
 
안개가 뒤덮인 뜨락에
 
군중(群衆)이 고통에 싸여 번득거릴 뿐.
 
나는 개인(個人)이라는 숙명에서
 
피할 수 없다.
 
 
영원히 지속(持續)할 변경(邊境)에서
 
다만 의식(意識)의 핀 끝만이
 
균형(均衡)을잡는다.
 
나는 이곳에 머물지 않으면 출발하리,
 
이제 더 안개는
 
이웃을 무질서하게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정신과 우주의
 
한계를 찾아내야 한다,
 
사상과 감성을 끄집어내어
 
나의 효용(效用)으로 삼는다
 
난잡한 증오(憎惡)와 욕망.
 
 
나는 나의 한정(限定)을 깨뜨려 모색(摸索)한다
 
나는 나의 시금석(試金石).
 
아직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혹독한 시련(試鍊)이다.
 
그래서 나는 감시인(監視人)을 둔다
 
그로 말미암아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숱한 것이 불가지(不可知)한 것.
 
문제일 때까지
 
아무 문제에도 부딛치지 않으리.
 
나는, 안개로 태어나, 소멸(消滅)하기 위하여
 
가설(假設)의 속을 걷는다.
 
개인(個人).
 
 
(황운헌 번역) 
 
 
 
헬렌의 겁탈(劫奪)
 
 
마지막 믿을 수 있는 겁탈이었다.
 
사육자(飼育者)의 억센 즐거움으로
 
격렬한 꿈의 도피가 가져다준
 
그것은 <유로파> <다나에> <레다>와 다
 
   른
 
싱싱한 모양으로 왔다.
 
 
<파리스>. 그는 사내였다. 그러나
 
<아프로디테>가 가져온 원(願)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고.
 
숙모(叔母)가 겁탈당하였다는
 
그런 이야기엔 얼굴을 돌렸다.
 
 
참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흐지부지 위장(僞裝)해 버리는 사람을 믿을까
 
<트로이>人의 울부짖음을 질식시킨 <로마>
 
   人은
 
<트로이>人도 우아(優雅)하게 다룬 것을
 
배가(倍加)하여 비속(卑俗)하게 했다.
 
 
<헬렌>은 육체로서 육체를
 
버릴 수 없었다. 허전하게 비어 버린
 
몸에 둘러싸여 죽음의 그늘이 번지는 것
 
   을.
 
그칠 줄 모르는 전쟁의 음향(音響)이 싱싱하지
 
   않게 감돌고 있었다.
 
 
(황운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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