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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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2019년 07월 12일 13시 37분  조회:102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김호웅(연변대학교 교수, 평론가)

 

무명씨(1917-2002)는 1940년대 초반 중경에서 항일명장 리범석을 만나 취재하고 사귀면서 장편소설 《북극풍정화北极风情画》를 펴냈다. 이 소설은 항일전쟁 직후 중경의 신문에 련재되여 그야말로 락양의 지가를 한껏 올렸고 1946년 대만에서 10만여부나 팔렸다. 2010년에는 하련생(夏辇生, 1948-)이《배에 걸린 달님船月》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냈다. 윤봉길의 홍구공원 의거가 있은 후 김구는 강소성 가흥에 있는 남호에 가서 한동안 피신해있었다. 그 곳에서 착하고 아름다운 배사공 처녀 주애보朱爱宝와 만나고 그 후 5년 동안 부부처럼 지냈는데 남경을 떠나 중경으로 갈 때 하는 수 없이 헤여진다. 김구는 이 애틋한 사랑과 리별을 두고 《백범일지》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남경서 출발할 때 주애보를 본향인 가흥으로 보냈다. 그 후에 종종 후회되는 것은 송별 시에 려비 백원 밖에 주지를 못했던 일이였다. 근 5년 동안 나를 위해 한갓 광동인으로 알고 살았지만 부지중 류사类似 부부이기도 했다. 나에게 공로가 없지 않은데 후기后期가 있을 줄 알고 돈도 넉넉히 돕지 못한 것이 유감천만이였다.”

하련생은 깊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이 한단락의 애정관계를 가공, 부연하여 김구와 중국처녀와의 전기적인 사랑이야기를 장편소설의 편폭으로 생동하게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신규식申圭植은 신해혁명에 참가한 유일무이한 외국인이라 손중산은 그를 두고 “나의 가장 절친한 조선의 동지” 라고 불렀다. 그는 또 “민국의 제일 호쾌하고 의협심이 있는 사나이民国第一豪侠”인 진기미陈其美와 같은 거물과도 친구로 사귀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다. 류자명柳子明은 또 어떠한가? 무정부주의 즉 폭력혁명을 주장한 분이지만 더없이 깊은 정감과 의리, 겸허한 자세로 중국인들과 널리 사귀였고 그들에게서 성인圣人으로 대접을 받았다. 류자명과 파금巴金은 50여년 동안 의형제처럼 사귀였는데 파금은 류자명의 애국심과 인격에 매료되여 그를 모델로 소설까지 썼다. 

이제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주고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장백산>2018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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