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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2019년 11월 22일 16시 12분  조회:2550  추천:5  작성자: 김정룡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평론가,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가 한 말이다.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이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나치정권의 핍박에 의해 프랑스로 망명 갔다가 후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시카고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면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저서를 펴냈다.

<예루살렘 아이히만>은 그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방청하고 나서 지은 것이며 이 책의 부제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인데 독자들은 원제보다 부제에 더 끌렸다. 사람들은 흔히 악은 무시무시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상식인데 악의 평범성이라니? 그럼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본래부터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그럴 수 있단 말이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한나 아렌트가 이런 주장을 펼쳤을까?

아이히만은 나치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 학살 계획을 지휘하던 최고 권위자였다. 당연히 600만 유태인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주도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아이히만은 독일 패망 후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되었다.

당시 그를 체포한 모사드 관계자와 그를 재판하는 판사 및 방청객들이 아이히만의 모습을 보고 모두 굉장히 의아했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를 굉장히 흉악하게 생기지 않으면 적어도 냉엄하고 독기 있는 건장한 게르만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는데 사실은 정반대로 무척 왜소하고 기가 약해보이고 얼굴도 매우 평범해 보이는 보통 남자였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무시무시한 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를 마주한 사람들은 일제히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악인의 이미지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이 따로 없다. 개혁개방 전 중국에서 항일 혹은 국공내전을 그린 영화는 전부 획일적으로 상대편을 흉측하거나 흉악스러운 모습으로 각색하였다.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다. 악인의 모습은 전부 보기에도 무섭고 흉측스런 인간상이다. <황해> <범죄도시> <청년경찰> 등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족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답이 보인다.

문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상상으로 자리했던 아이히만의 모습이 너무나 생각 밖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가 연구해낸 것이 바로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곧 ‘악의 평범성’이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악인이 되는가? 한나 아렌트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현행 시스템이 어떤 문제가 있고 내가 어떻게 고쳐 나아갈 것인가에 사고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한나 아렌트의 주장이다. 십분 맞는 말인 것 같다.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절대다수가 현행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그 주어진 시스템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도모한다. 만약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치려고 들면 잘리기 십상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잘리면 당장 먹고사는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현행 시스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거니와 주어진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고 고치려고 든다면 잘리지는 않아도 적어도 승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자에 무게를 둘 뿐 후자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특히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박근혜 정부 관료들, 삼성의 중견 간부들 사례) 현행시스템에 항거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다가 악인이 되어 철창신세를 지는 사례를 우리는 흔하게 목격하지 않았는가!

한편 맹자는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반대로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악의 존재라는 ‘성악설’로 맞섰다. 공맹을 추종하는 계열에서는 ‘성선설’을 믿고 상앙과 한비자를 추종하는 법가 계열에서는 ‘성악설’을 받아들여 2천여 년 동안 논쟁거리로 되어 왔다. 기독교는 성악설을 주장한다. 인간이 악의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회개해야 구원을 받아 선인(善人)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 이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요즘 <무기가 되는 철학>이란 책을 읽고 나서 이 두 주장이 기초가 부실한 빌딩이 무너지듯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전혀 부질없는 ‘설’이라는 느낌을 통렬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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