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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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란 뜻을 알고 살자.
2009년 01월 18일 11시 47분  조회:7712  추천:43  작성자: 김정룡



조국이란 뜻을 알고 살자.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김정룡 kzl0917@naver.com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는 “모든 현대사는 역사다.”고 말했는데, 뜻인즉 오늘의 우리의 삶은 역사의 관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역사란 왕조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삶을 형성시킨 문화 역사를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왕조역사 따위엔 관심이 없고 문화역사에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여기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국이란 말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국이란 ‘祖’는 본래 갑골문의 표기에 의하면 ‘且’로 되어 있으며 이는 본래 남자의 성기인 남근을 뜻한다. 이는 김정룡의 외설이 아니라 갑골문연구 전문가였던 곽말약의 이론이며 현재 중국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연세대 중문 학과 최영애 교수는 “음운학적으로 조상의 ‘조’는 남근의 속어 ‘좇’ ‘조지’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이란 ‘혼’자는 본래 양기와 음기가 만나는 황혼 무렵에 혼례식을 거행한다고 해서 황혼이란 ‘昏’인데 후세 사람들이 여자 변을 붙여 ‘婚’자로 되었듯이, 조국이란 ‘조’자도 남근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인 ‘且’인 것에 후세 사람들이 볼 시(示) 변을 붙여 ‘祖’로 되었다. 왜 볼 示를 붙였을까? <<설문해자>>에 의하면 ‘示’는 갑골문에 위에 가로 ~의 모양은 하늘을 뜻하고 하늘에서 뭔가 내려오는 뜻을 나타내는 세로 세 줄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종교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따라서 볼 시 변이 붙은 ‘祈’禱’福(제사 음식)’禮’ ‘社’ 등 모든 글자는 종교적 의미가 있다.

‘祖’는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는가? 옛날에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었고 사당 안에 남근의 모형 ‘且’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의 대상이 곧바로 ‘且’이며 이것이 곧 ‘祖’이다. ‘祖’는 ‘石祖’ 혹은 ‘陶祖’가 있다. 후대에 내려오면서 성을 금기시 하는 바람에 ‘石祖’ ‘陶祖’가 ‘木牌’ 혹은 ‘石牌’로 바뀌었다.

‘祖’는 조상을 뜻하며 조상숭배는 곧 남근숭배이고 조상문화는 중국과 한반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모든 일은 조상과 가문의 영광을 빛내기 위해서이고, 심지어 남녀가 좋아서 결혼해도 가문을 잇기 위해서이고 아이를 낳아도 조상을 위해 대를 잇는 것이라 하고, 사업이 실패하면 조상을 욕되게 했다고 탄식한다.

그렇다면 ‘조’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조’는 부계 씨족사회의 성립을 나타내고 있으며, 토템이 ‘조’로 바뀌었던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씨족이 출현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일이 곧 조상의 사당을 세우는 것이며, 이 조상의 사당을 중심으로 족장이 씨족을 거느리고 주거했고, 이 주거지를 ‘籍’이라 하는데 중국에서는 ‘祖籍’이라 하고 한국에서는 ‘본관’이라 부른다.
또 사당을 중심으로 군주가 백성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형태를 ‘國’이라 했고, ‘국’은 ‘조’로 인하여 생겨났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이란 말이 이렇게 생겨났다. 이는 역사적 맥락의 거시적인 개념이고 우리 개개인은 할아버지(조상) 나라를 ‘조국’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라마다 공동조상을 신화 혹은 신화적으로 지어내고 이를 구심점으로 백성을 뭉치게 만들었다. 삼황오제요, 태양신이요, 단군이요, 아브라함이요 모두 ‘조국’이란 개념을 위해 생겨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웃기는 것은 남근을 의미하는 ‘조국’이란 말은 있어도 나는 분명 아버지 남근에 의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父國’이란 말이 없다는 것이며, ‘국’은 본래 ‘조’로 인하여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부국’이 아닌 ‘母國’이란 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姓’은 여성이 낳는다는 의미로서 ‘성’이 존재했다. 그러므로 본래 ‘성’은 여성을 따르는 것으로 생겨난 것이다(<성과 씨의 구분> 글 참조) .

인류역사를 모계사회와 부계사회로 나누는데, 시간적으로 보면 하루 24에 비유해 부계사회는 근근이 23시 59분 59에 해당되도록 극히 짧다. 비록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남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 모계사회잔재를 없애려고 발버둥 쳐 왔고, 큰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姓’이란 글자가 보존되어 왔듯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다.
모계사회에서 아이들은 엄마만을 알고 아버지는 누구인지를 모르고 살았다. 부계사회에 들어 주나라 초기 첫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불분명하다고 殺首子란 관습이 있었듯이 사실 아이란 낳아준 엄마는 분명하지만 아버지는 불분명한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실시 된지 오랜 현재도 많은 아버지들은 아이가 나의 아이인지를 의심하면서도 어영부영 살아가는 현상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젖을 먹여 키우고 말을 배워주고 입히고 하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에 나를 낳은 실체로서 엄마는 확실하지만 아버지란 존재는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 온다. 엄마는 땅과 같은 존재로서 땅은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엄마라는 실체는 변함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한 개인이 나라라는 개념과 연관될 때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실체인 국가를 말하자면 ‘조국’이란 개념은 막연한 느낌이고 ‘부국’이란 말을 쓰지 않고 ‘엄마의 나라’라고 표현한다.

‘엄마의 나라’인 ‘모국’이란 개념 속에는 국에 대한 개인의 애정(민족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과 자녀교육이란 큰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조선족을 예를 들어 말하자면 조선말을 할아버지 나라로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엄마의 혀를 통해 배웠다. 영어로 모어를 ‘엄마의 혀(마더팅)’라 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기본언어를 엄마의 혀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백하다. 언어를 비롯해 여러 기초적인 교육은 엄마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유태인은 해외거주하고 있는 동포가 이스라엘국적을 신청할 경우 부모 양방이 모두 유태인이면 시험을 면제하고, 가령 엄마가 유태인이고 아버지가 이민족이면 시험을 면제하지만 아버지가 유태인인데 엄마가 이민족이면 반드시 시험을 봐야 하게끔 정책으로 규정했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세아 국가들에서는 귀화문제에 있어서 아버지 혈통이 우선인데 비해 유태인은 자녀교육의 주체가 엄마라고 엄마의 혈통을 더 중요시하는 이 규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모국’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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